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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클래식으로 세상읽기 ⑧

괴상한 현대음악의 이유 있는 역사

  • 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괴상한 현대음악의 이유 있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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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사중주’

괴상한 현대음악의 이유 있는 역사

작곡가 필립 글래스.

아르헨티나에서도 현대음악가가 등장했다. 수많은 현대적 탱고를 만들어낸 피아졸라(Astor Piazzolla)도 현대음악가의 계보에 들어간다. 우리는 리베르탱고(Libertango) 같은 센티멘털한 그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탱고를 위한 현악사중주(Tango for Four)를 들어보면 이것은 분명 전위음악이다. 리듬은 분명 탱고지만, 불협화음의 연속이고 줄을 사포로 문지르듯 연주해야 한다.

철학의 나라 그리스에서도 작곡가가 탄생했다. 크세나키스(Iannis Xenakis)의 주 관심분야는 수학과 물리학이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이러한 규칙들이 적용된다. 수학적인 그래프에서 돌출된 계산값을 리듬과 음표로 바꾸어 악보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러한 정확성은 컴퓨터가 연주하면 편할지 모르지만, 사람이 연주하기에는 매우 까다롭다. 크세나키스는 현대음악의 큰 트렌드이기도 한 우연적인 음악을 반대했다. 어떠한 우연적인 소리도 작곡가가 미리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수학자답다. 헝가리 작곡가 리게티(Gyrgy Ligeti)는 음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리게티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가 사용한 ‘톤 클러스터’는 음정의 집합체다. ‘도’나 ‘레’같은 특정한 음이 아니라 근처의 음까지 한꺼번에 연주하는 것이다. 이것을 피아노로 연주하면 손가락이 아닌 주먹으로 누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악보에 적힌 음들을 다시 여러 사람이 나누어 연주하면 매우 독특한 음향이 만들어진다. 리게티의 현악사중주 1번 ‘야상적 변용(Metamorphosis Nocturnes)’은 톤 클러스터를 네 명이 나누어 연주하고, 손가락을 줄에 대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우주의 신비 같은 것을 표현하는 멋진 작품이다.

수많은 현대음악가 중 이름이 독특해 기억하기 쉬운 사람이 있다. 노노(Luigi Nono)도 그중 한 사람인데, 그는 음악이 점점 더 소수를 위한 것으로 변질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시장에서 나는 소음과 공장에서 들리는 둔탁한 음향을 사용해 대중의식을 대변했다. 문제는 이 또한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음악이라는 것이지만, 아무튼 그는 엘리트주의를 반대했다. 그는 위대한 현대음악의 아버지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hon-berg)의 딸과 결혼했다.

이번엔 정말 충격적인 작품이다. 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이 작곡한 ‘헬리콥터 사중주’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곡은 네 명의 현악기 연주자가 헬기 안에 들어가서 연주한다. 그 커다란 첼로 연주가 가능할까? 헬기 한 대당 연주자 한 명이 들어간다. 모두 네 대의 헬기가 필요하다.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연주해야 한다. 헬기가 멈춘 상태에서 프로펠러만 돌리는 게 아니라 비행 중인 헬기에서 연주해야 한다! 상공을 날아다니며 연주해야 하니 연주자는 헤드폰을 착용하고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듣는다. 그렇다면 관람자는? 근처에 마련된 극장에서 영상으로 연주자들의 모습을 본다. 실제로 이 공연을 보기는 정말 어렵다. 제작비가 엄청나게 들고, 관객으로서는 매우 번거롭다. 하지만 요즘은 시대가 좋아졌다. ‘유튜브’에서 이 공연의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 현대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귀중한 자료다.



세계대전의 영향

두 번의 세계대전은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서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 그는 수용소에 갇혀 있는 사람 중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작곡을 했다. 클라리넷주자와 바이올린, 줄이 끊어진 첼로, 조율이 안 된 피아노가 전부인 상황이었지만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가 수용소에서 연주됐을 때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폴란드 작곡가 크시슈토프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히로시마의 희생자를 위한 애가’를 작곡했다. 원자폭탄 투하로 가장 비인간적인 전쟁의 종결을 가져온 역사로 기록된 당시 히로시마의 사진들을 보면, 섬뜩한 비명 같은 현대음악이 그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느낌이 든다.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인해 곳곳의 공연장이 무너졌다. 음악감상이라는 행위는 전후(戰後)의 재건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하지만 라디오방송이 남아 있었다. 국가가 운영하는 라디오방송은 전위적인 현대음악가들의 음악을 틀어주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수많은 작곡가가 자신의 곡을 알리는 데 이를 활용했다. 미국의 대학에서는 유럽의 전통음악에 대항해 예술적인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현대음악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집약체인 현대음악은 미국에서 크게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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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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