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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한(恨) 많고 편협한 정치인들, 2선으로 물러섰으면…”

김형오 국회의장

  • 박성원│동아일보 논설위원 swpark@donga.com│

“한(恨) 많고 편협한 정치인들, 2선으로 물러섰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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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恨) 많고 편협한 정치인들, 2선으로 물러섰으면…”

김형오 국회의장은 의장공관에 104종 5만100여분의 야생화를 심었다. 외국 귀빈들에게 우리의 야생화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 국회의장이 그렇게 힘이 없나요?

“나한테는 적용 안 해도 좋으니까 차기 의장한테라도 좀 권한을 줘야 한다, 국회법을 고치자고 1년 이상 얘기했는데도, 아직도 지엽말단적 내용을 갖고 논의 중이에요. 미국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반의반만큼이라도 권한을 줘야 해요. 여야가 강경파들한테 이끌려가서는 협상이 안 돼요. 아무리 말해도 안 듣다가 양당 지도부가 연명책으로 국회의장한테 (국회 파행 책임을) 덮어씌웁니다. 덕분에 내가 역대 어떤 국회의장보다 매스컴에 많이 났을 거요. (씁쓰레 웃으며) 국회에서 권한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만큼밖에 없는데, 책임은 박정희 대통령만큼 요구한다니깐.”

▼ 의장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의장에게 직권상정 이전에 직권중재 권한이 있으면 좋겠어요. 의사일정 작성 권한도 의장에게 좀 줘야 해요. 지금은 국회법상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협의를 통해 의사일정을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 실제론 여야 원내대표가 다 결정하죠. 의장은 본회의가 내일 열릴지 모레 열릴지 알지 못해요. 이런 국회는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의사일정은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내용을 갖고 여야가 싸워야 하는데, 우리는 의사일정을 갖고 여야 원내대표가 샅바싸움만 하다가 내용은 토론도 못하고, 그러다 날치기를 해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돼요. 그래서 나는 상시국회를 하자는 주장입니다. 일부 여당 의원들과 정부의 국무위원들은 ‘지금도 괴로운데 상시국회를 하면 매일 불러들이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상시국회란 캘린더 국회를 뜻합니다. 연말에 내년도 달력이 나오듯 의사일정이 죽 나오는 거죠. 본회의는 언제 열고,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언제 연다, 이렇게 말이죠.”

▼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하원에서 연설할 때 조 윌슨 의원이 “거짓말 한다!”고 소리쳤다가 역풍을 맞았는데, 우리 국회의원들은 격투기 수준의 난동을 부리고도 끄떡없는 비결이 뭐죠?



“첫째는 국회법이 엉성해요. 둘째는 국회법이 있다 해도 지키려는 의사가 별로 없어요. 국회의장의 권한이 없는데다가 국회운영에 관한 세칙도 두루뭉술하고, 목소리 큰 사람에 의해 이끌리다 보니까, 20세기 초반 국회 수준이에요. 이를 고치려 하니 야당탄압이라고 해요. 선진국들은 의회에서 엄격한 룰이 정착돼 있습니다. 국회의장한테 ‘사기꾼’ 운운하는 의원이 버젓이 의정단상에 앉아 있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 국회폭력 사태로 빚어진 고소 고발 사태는 어찌 됐죠?

“고소 고발의 주체는 의장이 아니지만 나는 절대 흐지부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어요.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엄한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합니다. 이를 취하한다면 스스로 법을 우습게 여기는 거죠. 나는 그 때문에 야당한테 ‘쩨쩨하다’는 개인적 공격도 많이 받았어요. 나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18대 후반, 19대부터는 국회가 좀 더 나아져야 한다는 신념에서 폭력에 대한 비타협 불관용의 신념을 끝까지 지켰어요. 오늘에야 그 고통을 말합니다만.”

준비 안 된 한나라당, 서서 죽자는 민주당

▼ 의장의 자리에서 바라본 한나라당은 뭐가 문제던가요?

“나는 스스로 이명박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라고 자부해요. 그러나 우리가 10년 야당세월의 한을 씻는 데 너무 몰두했어요. 여당이 되고 나서 정부를 어떻게 이끌고 대야(對野)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너무 생각을 못한 것 같아요. 대선에서 사상 최대치인 531만표라는 득표차를, 총선에서 친박연대까지 합치면 180석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의석을 얻다보니 자만이 생겼어요. 타협과 협상보다는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을 추진한 것이죠.”

▼ 야당인 민주당은 어떻던가요?

“야당은 반대로 대선도, 의석수도 최대의 참패를 하다보니 타협하다가는 죽는다, 강경하게 밀어붙이자, 서서 죽더라도 꿇어앉지 말자는 선명·강경론이 득세를 했어요. 거기에 새 정권 출범 초 촛불시위로 모든 문제가 국회 아닌 밖으로, 광화문으로 세종로로 가버렸어요. 원내는 그저 장외투쟁을 위한 보조수단이 돼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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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동아일보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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