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8월31일 오전 서울역에 있는 시민들이 과천 재경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부동산종합대책 관계부처 합동기자회견` 뉴스특보를 시청하고 있다.
이 이론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1920년대 미국의 니스트롬(Paul H. Nystrom) 교수가 쓴 ‘패션 경제학(The Economics of Fashion)’이라는 책이 거론된다. 그러나 니스트롬 교수는 무죄다. 그는 말했다. “여성들의 치마 길이는 경기와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치마 길이가 짧아지는 반면 불황기에 접어들수록 치마 길이가 점점 길어진다.” 속설과 정반대다.
문제는 진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는다면 그것이 현실적인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경험에 의해 확인된 것처럼 생각되면 그 신뢰는 더 강해진다. 치마 길이 속설을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막연한 생각과 엄연한 사실이 다른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맹위를 떨쳤던 뉴타운 열풍이다.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개발 공약이 발휘한 효능은 엄청났다. 가히 ‘마법의 손(magic hand)’이었다. 당시 서울의 한나라당 소속 28명 후보가 뉴타운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얼마나 매력적이었던지 이 속에는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한나라당의 현 대표 정몽준 의원도 들어 있다. 그뿐이랴. 민주당 후보도 23명에 달했다.
결과도 놀라웠다. 뉴타운 추가지정이나 확대 공약을 내걸어 당선된 한나라당 후보는 13명이었다. 이들이 승리한 지역 중 대부분이 17대 총선에선 민주당 승리지역이었다. 그만큼 뉴타운 공약이 몰고 온 파장은 컸다. 그 어떤 단일 공약도 이처럼 여러 지역구에 걸쳐 동일한 효과를,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끌어낸 적은 없다.
뉴타운 개발 공약이 힘을 발휘한 것은 개발 대상지역 주민들이 경제적 이득에 대한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개발 대상지역으로 지정된다는 것은 노후하고 불량한 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지역에는 못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뉴타운 개발로 돌아온 이득이나 혜택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표를 몰아줬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일종의 경제투표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이 완료된 지역의 사례를 보면, 원주민 재정착률은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못사는 사람은 개발 혜택은커녕 살던 곳에서도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속설과 현실은 달랐다.
부동산 문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이슈다. 예컨대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에 고려왕조를 개혁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왕조의 창업으로 이어지는 대변혁을 만들어낸 동력은 부동산 문제였다. “부자는 땅이 더욱 불어나고 가난한 자는 송곳을 꽂을 땅도 없다.” 정도전의 묘사다. 산과 내를 경계로 삼을 정도로 기득권층의 부동산 독점(대농장 체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있었기에 조선의 개국이 가능했다. 정도전과 이성계가 민심을 얻는 계기도 바로 과전법이란 부동산 개혁 프로그램이었다.
부동산과 민심의 함수는?
과거에만 혹은 우리 경우에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본의 장기불황도 부동산 거품 문제를 잘못 다뤄 야기된 측면이 크다. 장기집권을 이어오던 일본 자민당이 1994년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정권을 잃은 것은 부동산 거품 붕괴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미국에서 2008년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에도 그 이전에 있었던 부동산 파생상품의 파산으로 시작된 혼란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말할 때는 통상 부동산 가격안정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락이라고 할 수도 없고 상승이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면 집 가진 사람들이 저항할 것이다. 반대로 끌어올리겠다고 하면 집 없는 사람들이 반발할 것이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안정’이란 말을 쓰는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 문제는 득실의 대상이 분명하게 나뉘는 이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