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박용만 두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여러 유명 인사가 아이폰 예찬론자가 됐다. 아이폰은 순식간에 스마트폰의 대변자가 되었고 스마트폰에 대한 온갖 논의가 쏟아졌다.
그러나 사실 스마트폰 보급률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호들갑이 과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SKT는 지난 4월까지 스마트폰을 100만대 개통했고 KT는 아이폰을 60만대 개통했다고 한다. 둘을 합쳐 160만대, 즉 국내에서 사용되는 휴대전화의 3%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 상황만 보다가는 앞으로의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 현재 각 휴대전화기기 제조사들은 앞 다투어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2014년이면 스마트폰이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치도 나와 있다.
질식사하던 무선 부활하다
스마트폰은 ‘질식사’하기 직전의 무선 인터넷 시장을 부활시켰다. 통신사들은 폐쇄되어 있던 망을 개방하고 있다. 무료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지역도 늘리고 대규모 투자도 새로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폰 콘텐츠를 사고파는 시장을 ‘앱스토어’라고 하는데, 여기도 점점 더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폰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고 한다. 스마트폰 보급을 확대하고 2년 내에 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 1만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는 더 이상 음성 통화 위주의 기기가 아니다. 음성 이외 데이터를 주고받거나 활용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통화뿐 아니라 전자우편, 일정 관리, 음악, 동영상, 인터넷서핑, 검색, 뉴스, 정보, 게임, 업무, 교육, 의료, 교통, 모임 등 온갖 용도로 활용된다. 새로운 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는 어디까지 이어지게 될까.
얼마 전 필자는 멀리 있는 친구를 모처럼 만에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었을 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약속장소로 오는 버스를 탈 정류장을 못 찾아 헤맸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한 시간 늦게 도착했다. 그가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자 합석한 다른 동료가 핀잔을 줬다. “너, 휴대전화가 아이폰 맞지? 아이폰으로 찾으면 되지 왜 헤매고 그래?” 친구는 멋쩍어서 한참을 헤매다 뒤늦게야 아이폰의 길 찾기가 생각나서 아이폰으로 정류장을 알아냈다고 실토했다. 이 친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구입은 했지만 정작 필요할 때 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폰 앱스토어에는 7만5000개의 앱, 즉 ‘응용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현 기술수준으로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이 손만 뻗치면 닿을 곳에 이미 와 있는 셈이다. 인터넷과 무선 통신의 결합인 스마트폰에서 주로 사용되는 응용 프로그램은, 인터넷 망에 연결된 PC에서 주로 사용되는 인터넷 검색, 전자우편, 인스턴트 메신저, 일정 관리 같은 것이다.
PC를 모방했고 PC를 넘어섰다
그러나 기기의 성능이 향상되고 무선 통신망 비용이 낮아지면서 휴대용 기기만의 특성을 활용한 응용 프로그램들이 속속 개발되었다. 그중 활용도가 높은 것이 이른바 ‘위치 기반’ 프로그램이다. 즉 사용자가 현재 있는 위치를 파악하여 거기에 맞는 정보를 제공한다. 주변의 버스 정류장에 어떤 행선지의 버스가 언제 오는지, 현 지점의 날씨가 어떠할 것인지, 가까운 은행이 어디에 있는지, 어떠한 맛집이 있는지 알려준다. 운전을 하는 동안에는 교통의 흐름을 이야기해준다. 주변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했는지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