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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⑥

지인(知人), 용인(用人), 겸양의 리더십으로 무위이치(無爲而治)를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지인(知人), 용인(用人), 겸양의 리더십으로 무위이치(無爲而治)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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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그린 요임금은 자연법칙을 기준으로 인간사회에 최초로 질서를 부여한 문명창조의 어버이다. 요의 위대성은 도저히 “이름조차 지을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크고’ ‘우뚝하며’ ‘까마득하고’ ‘눈부신’ 존재이니, 이것들은 내용을 가진 말(言)이 아니라 감탄하는 소리(聲)일 따름이다. 마치 ‘아!’나 ‘억!’처럼. 그렇기에 요의 행적은 “뭐라 이름조차 짓지 못하는” 것이어서, 기껏 “그가 이룬 사업과 문명이 눈부시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요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요의 위상은 말로 나아가지 못하고 소리에 머문다. 소리는 말의 소재요 바탕일 뿐 내용을 갖춘 언어가 아니다. 인간문명은 소리를 벗어나 말(언어)로써 표출될 때라야 가능하다. 소리를 바탕으로 말로 나아간 존재가 바로 순(舜)이다. 즉 인간문명의 실제 건설자는 순임금이다. 요는 순의 출현을 위한 예비적 존재일 뿐, 요순설화의 핵심은 순임금에게 있다는 얘기다.

텍스트마다 다른 의미

주의할 것은 ‘논어’를 위시한 동양고전들 속에 그려진 요와 순의 행적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후세 해석자들의 희망을 비춘 투영물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동양고전에서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는 ‘요와 순’‘요순시대’‘요임금, 순임금’ 등의 표현은 겉보기는 같지만 속에 품은 뜻은 텍스트마다 다르다. 독자는 요순이라는 이름을 단일한 역사적 진실로 읽어서는 안 된다. 그 이름 밑에 깔린 각기 다른 서술자의 욕망을 읽어내야 한다.

가령 ‘격양가’라는 고사에 그려진 ‘요순’이라는 이름은 노자(老子)풍의 자연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다리를 뻗고 앉은 노인이 한 손으로는 배를 두드리고 다른 손으로는 땅바닥을 치며 노래 부른다고 하여 ‘격양가’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노라.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을 갈아 밥 먹으니, 임금의 힘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하는 노랫말에는 군주가 누구인지 백성이 알지 못하는 정치야말로 이상적인 정치라는 해석이 깃들어 있다. 일종의 자유방임에 대한 희망이 요순이라는 이름에 투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생각하는 요순은 또 다르다. 정약용은 큰 목소리로 이렇게 강조한다.

공자가 말씀하기를 “요순시대는 희희호호하였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이걸 순박하고 태평스럽다는 뜻으로 보고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희희(熙熙)는 ‘밝다’는 뜻이고 호호( )는 ‘희다’는 뜻이니 희희호호하다는 말은 모든 일이 두루 잘 다스려져서 밝고 환하여 티끌 하나, 터럭 하나라도 악이나 더러움을 숨길 수 없다는 뜻이다. 요사이 속담에서 말하는 “밤이 낮과 같은 세상”이라는 게 참으로 요순의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이 묘사한 요순시대를 한밤중에도 감시 카메라가 눈을 밝히고 있어 감히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는 오늘날의 사회풍경에 비유할 수 있을까? 정약용이 요순시대를 ‘밤이 낮과 같이 투명한 세상’으로 읽고 또 요순을 엄격한 통치자로 읽은 까닭은, 조선후기의 이완되고 부패한 사회분위기를 일신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격양가’의 자유방임적 상태에 대한 욕망과, 정약용의 법치사회 동경 사이의 간격은 결코 요순이라는 말로 한데 아우를 수 없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성사에 반복되는 ‘요순’이라는 이름 밑에는 전혀 다른 꿈들이 아로새겨져 있음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무위이치, 소유와 경영 분리

그러면 순이라는 이름에 투영한 공자의 욕망과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순은 우선 국가경영자로 등장한다.

공자, 말씀하시다. “무위이치, 즉 억지로 하지 않고도 잘 다스린 이는 순(舜)일진저! 도대체 어떻게 하셨던 걸까? 다만 공손하게 몸을 낮추고 바르게 남쪽을 향해 앉아있을 뿐이던 것을.”(子曰, “無爲而治者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 (‘논어’,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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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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