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를 우주에 비교한다면 자율신경은 우리 몸의 일월성신(日月星辰) 중에 성신(星辰)에 해당한다. 일월(日月)은 뇌의 좌, 우반구를 가리킨다. 우반구는 태양이 떠오르면 환히 다 보이는 것처럼 직관과 감성을 통해 예술적 사고를 낳고, 좌반구는 달빛 아래 사물의 형체를 더듬어 해석하듯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며 수학적인 사고를 한다고 여겨진다. 자율신경은 좌, 우반구가 직접 관장할 수 없는 부위에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통제되는 기능이다. 다 알 수는 없지만 별의 자장처럼 알 수 없는 곳에서 고요히 전신을 지배하며 교감신경계는 양적인 작용을, 부교감신경계는 음적인 작용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체는 어느 부위나 음양으로 구분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이 음양의 접합점에 자율신경이 있다. 어릴 때 막대자석놀이를 하면 음전하와 양전하가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쪼개어도 똑같이 음전하와 양전하가 흐르는 것처럼 인체 모든 곳이 음양으로 조절과 균형을 꾀한다. 한의학에서는 태극기의 붉은 부분과 푸른 부분처럼 정신과 육체가 서로에게 안겨 있다고 보고, 정신은 양, 육체는 음이라고 규정하며 음양의 조절에 치료의 목표를 둔다.
정신과 육체 사이에 어떤 통로가 있을까에 대해서는 서양 철학자들도 관심을 가졌다. 특히 칸트는 정신과 육체를 항해사와 배의 관계에 비유하고, 그 접합점을 배의 조정타로 규정하면서 인체에서 뇌 속의 송과선을 조정타로 지목했다. 칸트는 송과선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인 스웨덴 여왕 크리스티나를 예방했다가 폐렴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신(神·신경)을 설명한다. “신(神)은 음과 양에 모두 통하고 있으면서 섬세한 것까지 살피며 문란한 것이 없다.” 현대의학에서 육체와 정신 사이에 자율신경이 있어서 육체적 피로와 고통을 정신에 전가하고 정신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육체에게 전가하면서 서로의 균형을 도모한다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설명이다.
스트레스로 호르몬 균형 깨져
자율신경은 생명을 유지하는 자동제어 장치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둘로 나뉜다. 심장이나 위장의 작용, 땀을 내는 한선, 내장이나 혈관의 수축과 확장, 호르몬 분비 등 생명유지와 관련 있는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교감신경은 싸우거나 도망할 때 작용하는 것으로 양적인 작용을 하고, 부교감신경은 조용히 밥을 먹거나 잠을 잘 때 작용하는 신경이다. 예를 들면, 교감신경이 긴장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부교감신경이 긴장하면 반대로 심장 박동이 느려진다. 깜짝 놀라거나 분노할 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교감신경이 긴장상태에 놓인 것이며, 다시 안정을 찾으면 부교감신경의 작용이 커져 심장 박동이 평소 수준으로 돌아간다. 위장의 작용은 이와 반대로 부교감신경이 우위에 놓이면 활발해진다.
싸울 때를 예로 들면 이해가 더 쉽다. 싸울 때 긴장한다. 말초혈관도 긴장해 수축하고, 몸에 있는 털이 쭈뼛쭈뼛 선다. 말초에 있던 혈액이 심장으로 집중되면서 심장이 수축과 이완(펌핑)을 하기가 힘들어져 두근거린다. 긴장하면 당연히 밥맛이 없어지고 대변을 보는 것도 힘들어진다. 싸우면서 잠들기는 더욱 어렵다. 뇌로 올라가는 혈류량이 줄면서 뒷목의 근육이 긴장하고 어지럽거나 이명이 생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몸이 10개라도 버텨내기 힘들다. 피로가 덮치고 심하면 불안과 공포가 엄습한다. 자율신경의 불균형이 인체에 무섭게 부담을 떠안기는 것이다.
교감신경의 발동은 스트레스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으며, 두통이나 어깨강직, 경련, 현기증, 손발 저림, 복통, 변비, 설사 등 불특정 다수의 증상이 엄습해온다. 자율신경 실조증에 걸린 사람의 빈도를 보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부수적으로 나타난 이명증상은 치료도 어렵고 까다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