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8월 동중국해에서 열린 군사훈련에 참가한 중국 잠수함들.
해군력 측정을 위한 계산법이 불분명하다 보니 전문가들이 내놓는 결과도 충격적일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곤 한다. 2010년 8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전략연구소(IISS) 보고서, ‘중국이 미국보다 현재 더 많은 전함 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있는 IISS의 그래프는 중국 해군이 주요 전투단위 숫자에서 미국 해군을 앞질렀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010년 5월 해군협회 연설을 통해 “현재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항공모함은 11척에 달한다”면서 “미 전투함대의 총 배수량은 미국 다음의 13개 국가 해군 함대 총 배수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식은 모두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IISS가 내놓은 수치나 게이츠 장관의 접근법은 모두 전체 그림의 일부분일 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누구도 수학적인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고 정확한 측정이 가능한지 조차 분명치 않다. 문제는 이렇듯 부분적인 사실에 근거한 판단이 빈약한 전략으로 이어지곤 한다는 점이다.
크기가 아니라 집중력이다
숫자와 통계는 나름 의미를 지니지만, 문서상으로 나타나는 해군 규모는 많은 부분 실상이 은폐되어 있다. 군사력 총계를 일렬로 비교하는 것은, 적대 국가들이 동일한 작전수행을 위해서 똑같은 수의 전투기와 군함, 무기를 만들고, 각자의 모든 병력을 전투에 투입하며, 이러한 가상 전투가 각자의 본 기지로부터 똑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바다 한가운데서 벌어진다고 가정했을 때나 유용하다. 이러한 가정은 추상적인 공상일 뿐이다. 전투가 본토의 지원 권역을 벗어나 벌어지는 경우란 거의 없으며, 함대가 전투를 벌이는 전장상황 또한 지리적인 여건에 크게 좌우된다. 즉 실제 전투에서 대칭적인 해군전력이 만나는 경우란 없다는 것이다.
해군력의 정확한 측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작전·전략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전투력을 적시에 한꺼번에 투입할 수 있느냐다. 여기에는 지리적 요건은 물론 기지나 병참에 대한 근접성과 그 질적인 수준, 공군력과 지상 화력지원의 가능성, 전장의 물리적·문화적 지형을 숙지하고 있느냐 여부 등이 포함된다. 가장 측정하기 어려운 요소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귀중한 전함과 전투기, 병력을 기꺼이 전장에 투입하겠다는 국가의 결의와 의지가 있다.
이러한 특성을 물리학에 빗대 설명할 수도 있겠다. 국민과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함대의 ‘잠재적 에너지’를 지도상의 특정 위치에 ‘동력 에너지’로 전환해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해 정책결정자들은 이러한 잠재력을 100% 발휘하도록 만들기 어렵다. 가장 강력한 해군력은, 주어진 상황에서 상대가 전투에 투입할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패배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동력 에너지를 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해군력이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 해군력 측정을 위한 기존 척도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기로 하자. 우선 각국이 보유한 해군 플랫폼의 숫자로 비교하는 경우다.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시큐리티’에 따르면 중국 해군이 보유한 군함은 전 기종을 통틀어 1045척에 달한다. 반면 해군함정등록부(NVR)에 따르면 미 해군이 보유한 전함의 수는 287척으로 그중 257척이 운항 중이고 곧바로 전투 배치가 가능하다. 여기에 미 해상수송사령부 소속의 민간인 운항 비전투함 163척(이 중 51척은 제한된 운항능력만을 갖고 있다)을 합하면 미 정부가 운용할 수 있는 배는 총 450척이 된다. 이는 해안경비선이나 해경 소속 선박을 제외한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