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번역 출간된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스토리는 간단하다. 만년 하위팀 고교 야구부의 매니저를 맡게 된 여고생 미나미가 우연히 피터 드러커의 책 ‘매니지먼트’를 읽으면서 그의 경영 이론을 선수들에게 적용, 팀을 혁신시키고 마침내 고시엔(전국대회)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기업은 물론 학교, 심지어는 병원에서까지 드러커 열풍이 불고 있다.
알려진 대로 드러커는 분권화, 목표관리, 고객창조, 지식 노동자와 같은 경영개념을 만들어낸 미국 출신 경영학자로 ‘경영의 발명가’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지는 그를 ‘20세기 최고의 경영사상가’라고 했다. 2005년 세상을 떠난 드러커가 왜 지금, 무엇 때문에 새롭게 조명되는 것일까. 과연 드러커의 어떤 점이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인간을 사랑한 경영학자
사실 그의 책은 일반인이 이해하고 실천하기에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드러커의 경영 철학이 몸에 와 닿고, 또 실천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는 모양이다. 따라서 학교 서클 활동, 상점 경영, 기업 경영은 물론 심지어는 당뇨병 치료에까지 드러커의 경영 철학을 적용해 성공했다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드러커는 1930년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케인스의 강의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학은 상품의 움직임에 주목하므로 인간이나 사회에 관심이 있는 자신은 경제학자가 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후 경영학자가 된 그는 약 40권의 책을 저술했는데, 드러커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드러커가 저작활동에 몰두한 것은 회사를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평하기도 했다.

피터 드러커의 경영 이론을 알기 쉽게 풀어쓴 소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은 일본에서 ‘1Q84’를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드러커가 남긴 수많은 명언 중 최근 일본 경영자들에게 가장 깊은 반향을 일으킨 것은 “기업의 목적은 고객 창조다”인 것 같다. 새로운 시장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드러커의 이 말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드러커의 광팬임을 자임하는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은 “진정으로 좋은 옷,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가진 옷을 창조해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좋은 옷 입는 즐거움·행복·만족을 제공합니다”를 회사 미션으로 정했다. 드러커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니클로는 폴라플리스 소재로 만든 ‘후리스’ ‘히트텍’ 등의 의류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수천만 장을 판매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