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원전

‘방사능 공포 없애기 위해 점검하고 또 하겠다’

  • 박현택│한국수력원자력㈜ 발전본부장

    입력2011-06-21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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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원전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온 나라가 아직도 시끄럽다. 과거에도 그랬듯 원전 사고는 해당 국가를 넘어 주변국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또 세계 모든 나라의 전원 공급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원자력발전이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왔지만, 이번 일본의 사고는 그간 원자력의 역할보다 향후 원전정책을 깊이 있게 되돌아보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에너지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큰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용해온 불과 전기, 원자력 및 신재생으로 이어진 에너지의 발달사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정표를 다시 써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후쿠시마현 센다이시(현 소재지) 동쪽 179㎞ 해저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과 이로 인한 해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이 큰 피해를 당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전·후 원자로 상태와 노심용융 등의 기록을 당사자인 도쿄전력이 5월16일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 지진 및 지진해일, 정전으로 인해 많은 데이터가 훼손되거나 기록되지 않았으나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해 남아 있는 기록과 도쿄전력의 발표내용을 토대로 면밀한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이번 원전 사고는 규모 9.0의 지진 발생으로 가동 중인 원전이 자동 정지되고 외부 전원이 차단된 데 이어 지진 발생 약 1시간 이후에 원전에 내습한 15m의 해일로 인해 외부 전원과 비상 전원이 모두 상실되면서 시작됐다.

    후쿠시마 원전 복구 로드맵



    사고 발생 하루 뒤인 3월12일 1호기에서 원자로 내 연료 손상으로 발생한 수소가 원자로건물에 집적되어 폭발하기에 이르렀고, 14일 같은 사유로 3호기에서도 수소폭발이 일어나 원자로건물이 크게 훼손됐다. 15일에는 4호기 원자로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2호기에선 격납용기 내부에 폭발음이 관측됐다. 지진 발생 후 5일간 후쿠시마 원전 1호기에서 4호기까지 원자로 냉각기능의 상실로 인해 매우 긴박한 시간이 흘렀다.

    도쿄전력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진 발생 당시 원자로는 안전하게 자동 정지됐다. 그러나 원자로 냉각을 위한 내외부 전원 전체 상실과 이에 따른 냉각수 주입 지연 등으로 1,2,3호기 원자로 내의 연료가 대부분 손상됐으며, 일부는 원자로용기 하단으로 낙하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의 복구 로드맵은 어떻게 될까. 고준위 방사능으로 인한 복구 인력과 장비의 접근 제한, 오염수 저장 및 처리용량의 부족, 종사자의 피로도 누적 등 사고 수습의 걸림돌은 무수히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복구작업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세계 원자력기관의 지원 아래 어느 정도 안정화돼 장기 복구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원전 긴급 안전점검

    현재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 내에 최소한의 냉각수를 주입하면서 질소 충전, 격납용기 누설부위 수리, 열교환기 기능 확보 등을 통해 원자로를 안정적으로 냉각시키고 있다. 안정냉각이 정착된 이후 3~6개월간 냉각수의 ‘순환주입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격납용기는 물을 채운 상태에서 원자로 저온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폐회로상에서 정화장치를 이용해 방사선량을 저감할 계획이다. 사용후연료 저장조 냉각을 위한 정상운전배관을 복구하고 열교환기를 설치해 콘크리트 펌프차의 살수를 대체하며 사용후연료 냉각의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기 및 토양의 오염 방지를 위해 부지내에 비산방지제를 살포하고 지진과 사고 후 폐기물은 원격조종장비를 이용해 처리 중이다. 향후 1,3,4호기 원자로건물에 커버를 설치해 방사성 물질 확산을 막고 장기적으로 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지붕 및 외벽을 추가로 보강할 예정이다.

    방사성물질 흡착재료를 사용해 방사성 오염수가 부지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으며, 부지 내 오염수를 저장하기 위해 임시저장탱크, 바지선, 메가플로트 등 추가 저장장소를 확보해 장기적인 처리를 계획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국내 원자력시설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한층 커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지진과 해일 등 대형 자연재해로 인한 중대사고 발생 시의 대처방안을 확보하기 위해 한수원은 3월23일부터 4월 말까지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으로 국내 전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단에는 외부전문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 등 총 73명이 참여했으며, ‘지진 발생→대형 해일→전력 차단→대형 원전사고’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지진 및 해일, 전력 및 냉각계통, 중대사고, 비상대응체계, 장기가동원전 및 신형 원전, 그리고 연구로, 핵주기, 방사선비상진료기관 등 총 6개 분야 27개 항목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했다. 물론 점검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민간참여단의 의견을 수렴, 점검에 반영했다.

    첫째, 지진에 의한 구조물의 훼손 부분을 살펴본 결과 국내 원전은 과거 모든 지진기록과 원전 주변지역의 지질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원전에 미칠 수 있는 최대지진을 고려하고, 이에 안전 여유도를 추가해 설계·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강진 발생을 전제로 지진 감지 시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기능을 추가 중이다. 주요 구조물·기기의 내진성능이 현행 법규와 기준을 만족하지만, 안전정지 및 관련계통을 신형원전 수준으로 보강해 안전성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둘째, 해일에 의한 구조물 훼손과 관련해 국내 또는 일본 서해안 등에서 발생가능한 최대 지진에 따른 예상 최고 해수위를 기준으로 안전 여유도를 추가해 모든 원전의 설계가 예상 최고 해수위보다 높은 안전 여유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상전력계통, 안전 설비 등 주요 구조물의 침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원전은 현행 법규와 기준을 만족시키고는 있으나, 상대적으로 부지고가 타 원전에 비해 낮은 고리원전의 해안방벽은 보강할 계획이다. 또 이번 일본원전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비상전력계통과 사용후연료 저장조 냉각계통 등 주요 안전설비에 침수방지를 위한 방수문 및 방수형 배수펌프를 추가할 예정이다.

    중대사고 관리 지침서 마련

    셋째, 침수 발생 시 전력·냉각계통의 건전성을 점검한 결과 국내 원전의 전력계통은 독립된 다중 시스템으로 설계돼 이중의 외부 전원과 내부의 공급전원을 확보하고 있다. 내외부 전원의 공급 중단에 대비해 호기당 2대의 비상디젤발전소와 발전소별로 대체 비상디젤발전기도 구비하고 있다. 원자로냉각계통은 침수로 인한 전력공급 중단 시에도 증기를 이용해 터빈구동 보조급수펌프가 작동, 자연순환하도록 설계돼 있다. 발전소 내 모든 전원이 상실되어 원자로 및 사용후연료의 냉각이 불가능할 때를 대비해 비상발전차, 소방차 등을 침수로부터 안전한 위치에 대기시켜 어떠한 경우에도 운전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넷째, 중대사고 대응 분야에서는 모든 냉각기능이 상실돼 원자로 내 연료가 손상되는 중대사고에 대비해 원전별로 중대사고 관리지침서를 작성해 적용하고, 지침에 대한 종사자 교육훈련을 통해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국내 원전의 격납건물(원자로건물)은 중대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크고 견고해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 시 내부 폭발이 일어나더라도 건전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수소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수소제거설비를 갖추고 있다.

    한수원은 앞으로 모든 냉각기능이 상실돼 원자로의 연료가 용융되는 최악의 경우를 전제로, 수소폭발 방지용 최신 피동형 수소제거 설비와 실시간 수소농도 감시기를 추가 설치하는 등 중대 사고를 대비해 설비를 보강할 계획이다.

    다섯째, 비상대응 및 비상진료 체계 분야는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방출되거나 방출될 우려가 있을 때 지역주민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범국가 차원에서 방사선비상계획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평상시 주기적인 방사능 방재훈련을 실시해 유사시 대응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국민과 종사자가 방사선에 오염됐을 때 의료조치를 위해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와 권역별 비상진료기관 21개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점검을 통해 비상발령 기준, 비상조직 및 주민보호 조치의 내용이 명확하고 비상설비도 적합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동일 부지의 다수 호기 동시 사고 등 최악의 방사능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예비품을 추가로 확보하고 방사선 비상계획서에 반영할 예정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계속운전 중인 고리 1호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리 1호기는 2006년 6월 계속운전 신청 이후 원자력 관계법령에 따라 IAEA, 미국 등의 안전기준을 추가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10년간(~2017.6)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다. 2007년 12월부터 18개월간 계속운전 심사과정에는 IAEA의 해외 전문가 7인이 참여했다.

    아울러 1997년 저압 터빈을 교체하고2010년 피동형 수소 재결합기를 설치하는 등 총 26건의 주요 설비를 교체했으며, 정기적인 안전검사를 통해 경년열화 관리계획의 이행 등 항목에서 적합함을 확인했다. 계속운전 이후 현재까지 고장은 연간 1건 이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주기 연속 무고장 안전운전을 달성했고, 발전소 이용률도 이후 92~96%의 운영실적을 냈다.

    고리 원전 1호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한수원은 특별 정밀점검을 정부에 요청했다. 점검 결과 계속운전의 주요평가항목인 기기·배관 수명, 격납용기 및 관통부 수명, 비상디젤발전기의 신뢰도 등에서 적합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최근에 논란이 됐던 원자로용기 및 용접부의 중성자 조사취화에 따른 안전성은 미국 규제기관에서 수립하고 국내 고시에서 인정하는 방법으로 시험·평가되었음을 재확인했다. 시편 제작을 포함한 모든 시험 결과는 프랑스 아레바사의 제3자 검토를 통해 타당성을 검증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고리 원전 1호기에 대해 국민의 의혹을 불식하고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는 차원에서 원자로 용기 용접부위에 대한 검사주기를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주요 안전관련 배관은 가동 중 검사 범위를 전체의 25%에서 50%로 확대할 예정이다.

    원전은 경제성보다 안전성

    인간은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함에 있어 지금까지의 경험에 안전 여유도를 더해 원전을 설계하고 운영해왔다. 상상을 초월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한 일본 원전 사고를 통해 그동안의 원전 설비고장에 대한 준비와 대응체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즉 설계기준을 초과한 사고에 대해서는 원자로 냉각용 전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필수적인 침수 방어, 중대사고 조치 절차, 신속한 초기 대응 태세 등을 점검하고 보강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내적으로 자연재해 대비책을 한층 강화해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우선 얻어야 하겠다. 아울러 대외적으로는 국제적인 논의가 예상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개선 대책을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수행,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고 경쟁력 확보에 기여토록 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발전수단을 총동원하더라도 동·하절기의 전력피크 기간에 예비율이 4~6%대까지 떨어져 제한송전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 30여 년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요금으로 전기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원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점에서 당분간 원전이 국내에서는 기반 에너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므로 경제적인 이유로 원전의 안전이 결코 무시돼서는 안 된다.

    근래 일본의 언론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민간기업인 도쿄전력의 경우 경영상의 이유로 안전을 위한 설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한수원은 ‘안전 최우선 경영’을 경영방침으로 정해 원전의 안전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국내 규제기관 및 국외 주요기관의 원전 안전성 증진 관련 권고사항을 지속적으로 보완, 원전의 안전에 이상이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원전
    박현택

    1951년 경북 안동 출생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한국전력공사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 소장

    한국수력원자력 울진원자력본부 본부장


    6월6일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에서 원전 사고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다. 조만간 국제기구 및 일본으로부터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속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그 내용도 충분히 반영해 국민이 안심하는 원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원자력에너지는 화석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의 중간에 서 있다. 방사능 생성이라는 피할 수 없는 한계와 대용량 전원공급처로서의 필요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 에너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수원은 미래에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나올 때까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에서 더욱 안전하게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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