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하게 돈 좀 부쳐달라”는 아내의 문자. 노트북을 켜 인터넷뱅킹에 접속한다면 아저씨, 텔레뱅킹을 시도한다면 할아버지, 뛰어나가 ATM을 찾는다면 조상님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스마트폰 이용자 1000만 시대. 손 안에 스마트폰 몇 번 클릭하면 어디서든 간단하게 송금할 수 있는 시대다.
- ‘스마트 혁명’과 더불어 손쉽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스마트폰뱅킹 가입자도 500만명을 돌파했다. 금융계 역시 수수료 면제, 추가 금리 제공 등을 미끼로 고객을 확보하려고 난리다. 편하지만 불안하다. 접속이 쉬운 만큼 정보 유출도 쉬운 것 아닐까? 금융기관도 헷갈린다. 스마트뱅킹은 인터넷뱅킹과는 다른데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신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보고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이 5월 초 발표한 ‘스마트금융의 3대 트렌드와 4대 불안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인터넷뱅킹 가입자는 6662만명. 그중 모바일뱅킹 고객수는 1676만명으로 2009년 대비 41% 증가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14년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2462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3년 후면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는 것. 덩달아 스마트금융도 확대될 것이 당연하다.
스마트금융의 확대는 비대면, 비현금의 ‘현금 없는(cashless) 사회’의 도래를 뜻한다. 1990년대에는 체크카드, 신용카드 이용이 확대되고 2000년대에는 인터넷뱅킹이 인기를 끌었다. 자연히 은행 영업점을 통한 ‘대면 금융거래’ 비중은 크게 감소했다.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 비중은 2011년 3월 기준 전체 금융 거래량의 86.2%에 달했을 정도다.
구매금액대별 지급결제수단 선호도를 살펴보면, 1만원 미만 결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금액대에서 현금 결제보다 신용카드 결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2004년을 기점으로 1만원 미만 소액 금액 결제에서도 현금 결제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신용·체크카드 결제는 늘어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 확산
화폐 발행도 줄어들었다. 한국조폐공사의 은행권 발행 규모는 2007년 이후 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2009년 화폐 9억9000만장을 제조했지만 2010년에는 5억장으로 줄었다. 스마트금융이 확산됨에 따라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금융의 핵심은 근접통신서비스(NFC: Near Field Communication)다. NFC는 근거리무선인식(RFID) 기술 중 하나로 스마트폰 등 두 대의 단말기가 10㎝ 이내 거리에 있을 때 데이터를 양방향으로 송수신하는 기술을 말한다. NFC는 단말기 간 대금결제, 온라인 계좌이체 같은 금융서비스뿐 아니라 명함 교환 및 자료 교환 서비스, 개인인증, 건물·차량 등 리모트 컨트롤, 증강현실을 이용한 관광안내, 주차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될 수 있다.
스마트 TV로도 송금 가능
NFC는 모바일 지급결제 서비스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캐나다 시장조사업체 IE 마켓 리서치가 2010년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세계 모바일 시장은 1조3000억달러(1405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고, 이 중 NFC는 3700억달러(400조), 전체 결제의 3분의 1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가트너(Gartner) 역시 NFC 이용건수는 2015년 35억7200만건으로, 2010년 기준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15년 휴대전화 27억대에 NFC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지갑 역시 상용화될 것이다. 스마트지갑이란 각종 멤버십 카드와 쿠폰, 기프티콘, 상품권 등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지갑 서비스다. 스마트지갑을 통해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뿐 아니라 전자화폐, 단말기 간 계좌이체 등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지갑은 특히 최근 화제가 되는 소셜커머스와 결합해 ‘M-커머스’로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모바일 지급결제(M-payment)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스마트뱅킹이 활성화되면 국내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 역시 확대될 것이다. 실례로 주식거래가 있다. 한국거래소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주식거래 비중이 2010년 2.45%에서 2011년 4월 말 4.26%로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최근 스마트TV가 출시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조만간 TV뱅킹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TV뱅킹이란 TV와 리모컨을 이용해 금융 업무를 하는 서비스로, 예금 잔액조회부터 계좌이체 및 지급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영국의 HSBC은행은 1999년 9월부터 위성방송을 통한 24시간 TV뱅킹 서비스를 구축했고, 일본의 사쿠라·후지은행 역시 2002년 12월부터 위성방송을 이용한 TV뱅킹서비스를 제공했다. 한국의 KB국민은행은 2010년 12월부터 IPTV를 이용해 ‘TV-ATM’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금융의 확대로 인해 불안 요인도 발생한다. 먼저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한 불안이다. 5월 농협에 전산장애가 지속되면서 금융거래기록 및 고객정보 데이터가 훼손됐고, 4월 현대캐피탈에서 42만명의 고객정보가 해킹당하는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는 해킹 대상이 컴퓨터로 국한됐으나 금융과 통신이 융합되고 모바일 기기 사용이 확대되면 해킹 대상이 스마트폰, 스마트TV 등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취약한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 IT보안 형편은 좋지 않다. 2010년 기준 국내 은행 IT보안 예산은 전체 예산의 3.4% 수준. IT인력 중 보안전담 인력은 전체 인력의 2.9%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일부 금융기관은 고객 신용정보와 계좌정보 등을 암호화하지 않은 채 노트북에 보관하고 있다. 2008년 기준 저축은행의 14%, 시중은행의 24%만이 노트북에 저장된 고객금융정보를 암호화해 관리했다. 증권사(23%), 보험사(34%), 카드사(40%)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또한 스마트 기기는 분실이 쉽다. 만약 고객이 정보를 담고 있는 스마트 기기를 분실할 경우 보안 설정이 잘돼 있더라도 고객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높다.
한국 지식정보 보호 산업의 경쟁력이 낮은 것도 걱정이다. 한국의 정보화 수준은 세계 상위권이다. 2010년 대한민국은 유엔의 전자정부 발전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내 지식정보 보안사업은 영상감시(CCTV), 무인전자경비 등 물리적인 보안에 집중됐다. 정작 컴퓨터 또는 네트워크상의 정보를 훼손·변조·유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보안제품을 개발하고, 네트워크에 대한 해킹, 침입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정보보안’ 비중은 낮다.
한국 정보보안 산업규모 세계 1.5%
미국 시장보안업체인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에 따르면 2008년 기준 한국 정보보안 산업 규모는 8억달러(8652억원)로 전세계 시장에서 비중이 1.5%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지식보안업체도 지나치게 물리보안 산업에 편중됐다. 대부분 기업규모도 자본금 6억원 이하, 종업원 30명 이하로 영세하다. 최근 금융기관 금융사고로 문제가 제기된 네트워크 보안장비의 경우도 시만텍, 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에서 수입한 제품에 지나치게 의존한 경우가 많았다.
세계 지식정보보안 산업은 미국과 EU가 전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시만텍과 주니퍼는 네트워크 보안, MS와 오라클은 OS보안에서 전 세계 시장의 45% 이상을 점유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8년 기준 세계 정보보안 산업 규모는 542억달러(58조원)인데, 이 중 미국이 209억달러(22조원)로 전세계 시장의 38%를 차지했다. EU는 31%, 일본은 11%를 차지한다. 국내 정보보안 산업 규모는 8억달러(8652억원)로 전세계 시장에서 비중이 1.5%에 불과하다.
금융거래 플랫폼이 다변화됨에 따라 제도적 인프라 확립도 중요하다. 하지만 NFC 도입에 따라 발생하는 신종 금융사고는 어떤 기준에서 처리할 것인지, 신종금융사고와 전자금융거래 당사자의 책임분담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근거가 미흡하다.
스마트금융을 이용하려면 스마트 기기가 있어야 한다. 기존 스마트폰 이용자도 NFC를 이용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새로운 스마트 기기를 구입하거나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지 않은 노인의 경우 불이익과 이용 제약이 따른다. 금융기관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신규 예금에 가입하면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데, 스마트뱅킹에 익숙지 않거나 스마트 기기가 없는 고객은 상대적 차별을 당하게 된다.
‘디바이스 디바이드’ 우려
스마트뱅킹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금융뿐 아니라 통신, 기술 등 여러 산업이 융합해야 한다. 금융기관 내부에서도 조율이 필요하다. 실제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는 NFC를 상용화하겠다고 계획했지만 카드사, 통신사 간에 모바일 결제에 대한 표준화에 합의가 안 돼 아직까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모바일 스마트뱅킹이 도입되면서 인터넷뱅킹 위주로 안정적 수익을 얻었던 기존 금융기관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발생한다. 기존 금융기관의 경우 대면 거래가 꾸준히 줄어들어 새로운 전략모델을 갖춰야 한다. 모바일뱅킹이 확대되면서 고객 이탈이 커지기 때문이다. 비금융기관 역시 단순 결제 중계를 넘어 대고객 지급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증가한다. 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한 리스크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NFC 지급결제 시장 불투명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은행, 카드사, 통신사 등 시장 참여자들이 합의하는 ‘표준화된 기준’이 필수적이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는 시장 참가자들 간 합작사가 설립됐다. 스마트 기기 해킹 방지를 위한 보안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도 각 이해관계자가 협의해 개발하는 것이 좋다.
새롭게 시작되는 NFC 지급결제 시장은 불확실하다. 스마트지갑 결제가 가능하려면 소매점에 리더가 설치돼야 하나 소매점 처지에서는 비용이 문제다. 기존 신용카드 이용에 익숙한 소비자는 스마트지갑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 한 지급결제 습관을 잘 바꾸지 않을 것이다.
위에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예산을 확충하고 △감독을 강화해야 하며 △국내 정보보안 기업의 R·D를 지원하고 스마트금융과 연계 개발을 장려해 지식정보보안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스마트금융을 지원하는 제도를 보완하고 △디바이스 디바이드(device divide) 완화를 위해 정책 당국은 저소득층에 보급형 스마트 기기를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비대면 금융 거래가 확대되고 금융과 여타 산업 간 융합이 확대됨에 따라 은행은 고객 컨설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업 방식을 변화시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