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가족계획사업을 통해 인구의 자연증가율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종료되는 1966년까지 2.5%, 제2차 5개년계획이 종료되는 1971년까지 2.0%로 저하시키자는 목표를 설정했다. 경제성장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인구는 계속 증가했다. 인구가족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가족계획연구원이 1971년 7월1일 보건사회부 소속의 특수법인으로 설립됐다.
가족계획연구원은 각급 사업주체의 의사결정에 직접 도움이 되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수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대안이나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가족계획사업의 목표 인구와 국가의 사회·경제적 특성, 그리고 자녀출산과 관련된 태도와 욕구가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주기적인 조사연구가 필요했다. 아울러 바람직한 정책대안 및 사업추진전략 개발 등의 정책연구도 활발하게 수행했다.
가족계획연구원은 일선 사업종사요원의 업무수행 능력 제고를 위한 직무교육 및 교육훈련(OJT) 프로그램 개발·운영도 했다. 연구원이 설립된 지 3년이 지나면서 출산율은 급속히 둔화됐다. 출산력조사 등이 거듭되면서 우리나라의 조사분석방법론이 크게 발전한 것 역시 부수적인 효과다.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출산율이 경계수준에 걸맞아졌고,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출산율이 급락했다. 인구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했다.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수립된 이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기능이 출산억제에서 출산장려로 바뀌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전문가 포럼을 운영하는 등 국민과 출산율 제고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했다.
국민을 건강하게 하라
한국보건개발연구원이 출범한 1970년대 중반에는 경제가 성장세였다. 소득수준도 향상됐고, 영양 상태도 개선됐다. 환경도 개선되고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1960년대에 비해 전염병의 발생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각종 전염병은 여전히 중요한 보건문제로 남았다. 우리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저소득 주민이 건강을 증진시키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보건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한국보건개발연구원은 비용절감형 보건의료전달사업을 추진하고자 출범했다.
한국보건개발연구원은 국민보건과 관련된 제도 발전, 합리적인 의료제공체계 설립, 종합보건의료 시범사업 진행, 장·단기 보건의료 정책 진행 등의 역할을 했다. 연구원은 또 지역사회 주민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지원했고, 종합 보건의료 시범사업에 종사하는 의료진을 교육, 훈련했다. 국내외 연구기관과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했으며 국가로부터 위촉받은 보건의료 조사 연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에 ‘비용절감형 보건의료전달체계’가 뿌리내리도록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인구보건연구원은 가족계획연구원과 한국보건개발연구원이 통합된 조직이다. 한국인구보건연구원은 1982년 제2차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을 계기로 전 국민 의료보험의 조기 실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사회보험으로서의 의료보험 도입’의 기틀을 마련했다. 1977년 의료보험제도의 도입에 이어 1988년 전 국민 의료보험으로 확대되기까지 큰 족적을 남겼다.
현재 보건의료시스템은 한국인구보건연구원이 1970~80년대 진행했던 크고 작은 조사연구에 의해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 중심의 의료공급체계가 형성돼 비용효과성이 발생했으나, 정부가 보건의료시장에서 규제자 역할에만 머물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라
김영삼 정부에 들어서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더 이상 경제성장만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성장 과실을 복지를 통해 되돌려주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도달한 것. 특히 김영삼 정부는 1995년 ‘삶의 질 세계화 선언’을 발표했으며,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방문해 대회의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보장정책 및 복지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국제적으로는 ‘정부개입의 최소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등장했다. 종래 복지국가 모형도 바뀌어 의료개혁, 연금제도 개혁이 추진됐다. 우리나라도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을 마지막으로 “경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가 확산됐고, 경제계획 수립을 종료했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