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호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비하인드 스토리

‘58년 개띠모임’ 신씨 내연녀 일식집, 천안·군산 골프장에서 주로 모였다

  • 한상진 기자│greenfish@donga.com

    입력2011-06-22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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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비하인드 스토리
    삼화저축은행 비리 의혹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범죄 사실이 드러난 것은 없지만, 이미 여러 명의 정치인이 내상을 입었다.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삼화저축은행에서 사외이사를 맡았다는 이유로, 박근혜 의원의 동생 박지만씨는 친구라는 이유로 구설에 올랐다. 공성진, 임종석 두 전직 의원은 주변인들이 신씨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신씨는 공 전 의원의 여동생 공OO(48)씨에게 2005∼08년 매달 500만원씩 1억8000여만원을, 임 전 의원의 보좌관 곽모씨에게는 같은 시기 매달 300만원씩 9000여만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돈이 두 전직 의원 측으로 흘러들어갔는지를 살피고 있다.

    신씨와 관련된 인물 중 유독 눈길을 끄는 사람은 공 전 의원의 여동생이다. “무슨 일을 하길래 박지만, 신씨 등과 친분이 깊을까”하는 궁금증이 나온다. 최근 공 전 의원의 여동생은 언론을 통해 “신 회장과는 2002년 광고컨설팅 사업을 할 때 업무 관계로 만나 ‘삼길이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가 됐다. 2003~04년경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만씨를 내가 신 회장에게 소개했다. (1억8000여만원은) 삼화저축은행과 정식 용역계약을 맺어 컨설팅 비용으로 받은 돈이다”라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공 전 의원의 여동생은 그동안 여러 가지 사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2000년경에는 서울 강남에서 애견 관련 사업도 했고, 2001년에는 G법인을 설립해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서울 강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같은 지역에 헤어메이크업센터를 내기도 했다. G사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회사의 사업영역은 주로 요식업, 인테리어업, 애견미용업, 미용재료판매업 등이었다. 이 법인은 2009년 해산했다.

    여러 회사에 이름 걸쳐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공 전 의원 측 사정에 밝은 인사 대부분은 신씨와 공 전 의원의 여동생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이 공 전 의원과 자주 어울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신씨를 직접 본 적은 없는데, 이름은 많이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신 회장을 본 적이 있다. 공 전 의원의 여동생과 의원실로 온 적이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들은 대부분 공 전 의원 여동생이 이벤트 업체인 Y기획의 이사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공 전 의원 측 한 인사는 “(공 전 의원 여동생이) 2004~ 05년경부터 Y기획에서 일을 한 것으로 안다. Y기획은 2008년 1월 공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를 기획하기도 했는데, 이때도 공 전 의원 여동생이 Y기획 사람들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Y기획은 공 전 의원 여동생이 합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2005~06년부터 매출이 급격히 늘어났다. 2003~05년 70억~90억원대에 머물던 한 해 매출이 2006년에는 143억원, 2007년에는 157억원, 2008년에는 193억원, 2009년에는 222억원, 지난해에는 291억원가량으로 증가했다.



    공 전 의원 여동생이 관여한 회사는 이 외에도 많았다. 한나라당 간부 출신의 L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종합광고업체 H사에도 한때 몸을 담았고, 2004년에는 광고제작·대행업을 하는 기업을 설립, 대표에 취임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유통전문기업이면서 해외자원개발 테마로 유명세를 탔던 상장사인 S사와도 관계를 맺었다. 2007년경 골프용품 전문기업을설립하기도 했던 S사는 지난해 4월 부도가 난 뒤 상장폐지됐다. 그러나 삼화저축은행에 컨설팅을 해줬다는 공 전 의원 여동생이 금융과 관련된 일을 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00만불 수출탑 수상

    알려진 바와 같이, 신씨는 귀금속 사업으로 큰돈을 번 사람이다. 1999년 7월 귀금속 제조·수출업을 하는 ㈜모나코를 설립해 이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7월에는 ㈜골든힐21이라는 역시 귀금속, 비철금속 수출입 회사를 설립했다. 그가 세운 회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 설립 3~4년 만인 2003년과 2004년에는 정부로부터 각각 1000만불 수출탑과 2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비하인드 스토리

    신삼길씨와 관련된 의혹을 폭로한 이석현 민주당 의원.

    그러나 그가 한 사업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금괴를 변칙적으로 수입·유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방법으로 회사를 키웠다. 수출을 위해 수입한 금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는 ‘영세율 제도’를 악용해 부가가치세를 부당하게 환급받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2년경부터 국세청과 검찰이 금거래 시장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와 조사에 착수했는데, 신씨 회사도 조사대상에 올랐다. 2007년 8월, 결국 신씨는 부가가치세를 부정 환급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 조사2부는 “신씨가 1999~ 2004년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귀금속 무역업체 골든힐21을 통해 1조2000억원대의 변칙적인 금괴 무역을 해 수출할 때 매입가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부당하게 챙겼다. 조세 포탈 금액은 254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50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신씨에 대한 수사는 쉽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신씨가 막강한 변호인단을 앞세워 수사를 무력화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검찰조사 과정을 잘 아는 한 사정기관의 관계자는 “2007년경 검찰이 탈세혐의로 신씨를 소환 조사했더니 신씨가 거물 변호인들을 대동하고 나타나 검사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호통을 치고 돌아간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씨가 변칙적인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하는 과정에선 엉뚱한 피해자도 등장했다. 바로 2001년부터 2004년 말까지 신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이OO(1958년생)씨다. 신씨는 2002년 자신이 대표로 있던 ㈜모나코가 국세청 등의 조사를 받자 대표직에서 사임하면서 대신 이씨를 대표에 앉힌 뒤 하던 사업을 계속했다. 내연녀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씨는 2005년 4월경 종로세무서로부터 ‘126억원의 국세를 체납했다’는 경고장을 받고서야 자기가 신씨 회사 대표였음을 알게 됐다. 이씨와 신씨 간에 벌어졌던 일들은 신씨가 2009년 4월 종로세무서에 보낸 ‘세금체납 관련 의견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위아래 두 살까지 ‘개띠 모임’ 회원

    개인사에 가까운 신씨와 이씨의 관계를 소개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씨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신씨의 과거행적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두 사람은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실혼 관계로 발전했는데, 이씨 측에 따르면 이씨와 신씨는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들과도 여러 차례 골프를 치러 다녔다. 또 이씨는 신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등에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두 번에 걸쳐 신씨가 차려준 식당(일식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 시기는 신씨가 공 전 의원, 정 전 수석, 박지만씨 등을 알게 된 시점과도 일치한다. 이씨 측에 따르면 당시 신씨는 자신과 가까운 정치인, 사업가 등과 소위 ‘58년 개띠 모임’이란 걸 만들었다. 위아래로 2살까지는 회원으로 인정해주는 식이었다. 박지만·신삼길(58년생), 이웅열 코오롱 회장(56년생), 정진석(60년생) 등이 주요 멤버였다. 이들은 내연녀 이씨가 운영하던 일식집, 천안·군산에 있는 골프장 등에서 주로 부부동반으로 모임을 가졌다. 최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밝힌 “신씨와 정 전 수석이 만난 서울 역삼동 경복아파트 인근 고깃집”도 이씨가 운영했던 식당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이씨의 한 지인은 “당시 일식집에는 58년 개띠 모임 외에도 정치인, 기업인, 유명 프로골퍼 C씨 등이 주로 드나들었다. 금 관련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에도 신씨는 이곳에서 주로 고위층 인사들과 만나 의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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