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1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회담하고 있다.
5월19일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정책 연설 직후 나온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한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영토를 양보해 안정적이고 명확한 국경선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국경선은 1967년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를 근거로 해야 한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듯한 이 발언에 이스라엘에서는 야단이 났다. 마침 미국을 방문 중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은 옹호할 여지가 없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평화협상은 현실을 근거로 해야 한다”며 “환상 위의 협상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환상 속에서 헤맨다며 조롱한 셈이다.
더 기막힌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은 정확하게 3일 뒤인 5월22일 유대계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동문제위원회(AIPAC) 연례 총회에 참석해 자신의 발언 내용을 정정했다. 그 제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존재했던 것과 다른 국경을 설정하기 위해 협상해야 한다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양측의 영토 문제는 합의로 결정한다는 역대 미 행정부 입장으로 슬쩍 회귀한 것이다.
발언 번복에 이스라엘 측이 반색한 건 당연한 일. 오바마 대통령의 면전에서 반발했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평화협상 방안을 모색하기로 결심했다는 성명을 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세계인들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바마와 미국 유대인 사회, 이스라엘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유대인은 원래 오바마 싫어했다?
유대계 미국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물론 공화당과도 사이가 나쁜 건 아니다. 그렇지만 민주당을 좀 더 좋아하는 것으로 비친다. 미국 유대인 사회는 미국의 정치, 금융, 언론, 학술, 할리우드 등 각계에서 파워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에 엄청난 액수의 정치자금을 후원한다. 미국이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펴온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민주당 소속 오바마 대통령은 유대계 사회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그러나 그가 유대계와 처음부터 원만했던 것은 아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현 미국 국무장관)는 남편인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유대인 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 오바마는 그렇지 못했다. 오바마는 2007년 한 미국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만큼 고통을 받아온 이들은 없다”고 발언했다. 이것이 화근이 돼 미국-이스라엘 공동문제위원회로부터 해명 요구를 받기도 했다.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제레마이어 라이트 주니어 목사도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면서 팔레스타인을 옹호했다. 경선 초기부터 오바마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조지 소로스는 헝가리계 유대인이지만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정책을 비판하고 있었다.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풀 네임에 ‘후세인’이라는 이슬람 이름이 들어있는 것도 이슬람과 생존투쟁관계인 유대인계에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2007년 말엔 ‘오바마 대통령의 생부, 계부 그리고 본인까지 이슬람 급진주의자이며 집권 시 유대인이 불이익을 볼 것’이라는 내용의 e메일이 돈 적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유대인 사회는 다루기 힘든 힐러리보다는 권력기반이 취약해 더 의존적인 오바마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뒷받침해줄 만한 일련의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