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근육이 아니라 모래주머니예요. 약 2㎏짜리니까 양쪽에 4㎏짜리를 달고 있죠. 이걸 ‘달고’ 돌아다니면 따로 시간 내 운동할 필요가 없어요(웃음).”
6월9일 서울 서초동 서초구청장실에서 만난 진익철(60) 구청장은 무언가에 신이 난 사람처럼 보였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의 답변은 막힘이 없었고,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기자는 소풍 가기 전날 초등학생을 떠올리면서 ‘일에 신바람이 났다’는 표현 외엔 마땅히 그의 말과 행동을 나타낼 표현을 찾지 못했다.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진 구청장은 서울시 환경국장과 재무국장, 한강시민공원사업소장 등을 지낸 뒤 2009년 퇴직한 행정가 출신.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구청장에 당선됐다. 한강에 떠 있는 플로팅 아일랜드(세빛둥둥섬) 사업과 수상택시, 서울숲 사업 등 서울시의 대형 사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가 건넨 명함에 찍힌 휴대전화 번호와 QR코드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명함에 휴대전화 번호 찍은 이유
▼ 구청장 명함치고는 드물게 휴대전화 번호가 찍혀 있네요.
“선거운동 할 때부터 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명함을 뿌렸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주민들이 구청장에게 직접 전화하면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되니까요.”
▼ 귀찮지 않나요? 억지 민원인도 있을 텐데요.
“물론이죠. 그런데 그보다는 도움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주민들이 구청장에게 전화하려면 여러 번 숙고하고 확인한 뒤 하잖아요? 전화를 받고 현장에 달려가보면 잘못된 구정으로 피해 보는 주민이 허다합니다. 구청 직원이 제게 허위보고한 것도 알 수 있고요.”
▼ 허위보고요?
“취임 직후였는데 한 동네에서 아스팔트 도로공사와 관련한 민원 전화가 자꾸 와요. 현장에 가보니 시방서대로라면 기존 아스팔트를 제거하고 새로 5㎝ 두께의 아스팔트를 깔아야 했는데 기존 아스팔트 위에 덧씌웠더라고요. 기존 아스팔트도 당초 5㎝ 높이로 깔았다가, 몇 년 뒤 그 위에 5㎝를 덧씌워 10㎝였어요. 여기에 또 5㎝를 깔았으니 15㎝ 높이가 된 겁니다. 도로 양쪽 집의 출입구만큼 높으니 집중호우가 내리면 침수피해가 생길 수도 있겠더라고요. 30년간 행정을 했는데 이걸 모르겠습니까?”
▼ 그래서요?
“구청 감사관에게 조사를 시켰더니 감사관도 잘못을 찾아내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공사 담당 팀장, 과장, 주무관을 불렀죠. ‘나는 상수도사업본부장을 지냈고, 내 주변에도 설계도면 읽는 사람이 많다. 바로 얘기해달라’고 했어요. 아, 그런데 주무관은 ‘구청장 말이 맞다’고 하는데 팀장은 주무관이 틀렸다는 겁니다. 결국 시공사 사장과 감리회사 사장들을 불렀어요. 감리회사 사장들도 제대로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야단을 쳤더니 이실직고하더라고요.”
▼ 다시 공사를 했겠네요.
“그럼요. 서류를 보니 설계변경해서 몇 억원을 더 얹어줬더라고요. 설계시방서대로 다시 공사하고, 설계변경해서 몇 억원 올려준 건 못 준다고 했죠. 대부분의 민선단체장이 이처럼 공무원들이 허위·축소 보고하면 잘 몰라요. 그러니 현장 확인을 해야 합니다.”
▼ 구청 곳곳에 ‘현장에 답이 있다’는 문구가 보이는 것도….
“그럼요. 저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항상 듣고(Listening), 배우고(Learning), 즉시 반응(Responding)하는 소통융합행정을 강조합니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얘기를 듣죠. 경청(傾聽)은 중요하지만, 듣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주민 의견에 곧바로 반응해야 합니다. 이건 구청장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구청 직원 1300여 명이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