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호

“국민이 환경오염문제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

환경기관장 1년 반 만에 ‘가치혁신상’ 받은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1-07-21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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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가 돼야 미래 있다”…통합 기관 융합 잰걸음
    • 대운하 토론 자리에서 MB, “조직에서 물류 맡아줘”
    • 100년 만에 항운노조 독점권 없앤 ‘뚝심’
    • 지경부 배출권거래제 시범실시…“박영준이 사고 친 거지”
    • 총선 출마? “녹색성장 책임지는 공기업부터 만들겠다”
    “국민이 환경오염문제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
    회식이나 모임자리에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불쑥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질 때, 우리는 흔히 헛웃음을 친다. 상대가 끝까지 답을 기다린다면, 짐짓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돌리거나 두루뭉술하게 대충 얼버무리기 마련이다. 물론 화를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면에서 박승환(54)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적어도 인터뷰 자리에서만큼은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했다. 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엄지와 약지 검지 세 손가락을 이마에 가져다 대면서 인터뷰어(interviewer)가 다른 질문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이런 행동은, 정해진 인터뷰 시간을 고려하면 인터뷰어에게는 분명 난처한 일이다.

    처음 그가 이마에 세 손가락을 가져다 댔을 때 기자는 “피곤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1년에 기제사만 8회가 넘는 유교 집안의 종손, ‘정직’을 가훈 삼았던 아버지의 엄격한 가정교육, 시비(是非)를 가리는 변호사 출신이라는 그의 백그라운드를 알게 된 뒤에는 그의 ‘세 손가락 표시’가 “배 기자, 주제 좀 바꿔줘요” “거짓말은 못해요”라는 일종의 의태어임을 알았다.

    박 이사장은 2010년 1월1일 한국환경자원공사와 환경관리공단이 통합한 한국환경공단(KECO) 이사장에 취임해 두 조직의 융합과 대한민국 환경정책의 실무 역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래도 전직 국회의원(17대·부산 금정구)과 이명박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 한반도대운하특별위원장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하다.

    ▼ 대운하와 환경의 연관성 때문인가요?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에….



    “대운하요? 현재는 4대강 사업으로 바뀌었죠. 4대강 수질사업도 공단의 주요 임무이긴 해요. 그전에 공모를 거쳐 취임했어요.”

    ▼ 미군기지 ‘캠프 캐럴’ 기사를 보면 환경공단이 종종 나왔는데요, 환경공단은 어떤 곳인가요?

    “그럴 겁니다. 환경공단은 폐기물을 관리하는 환경자원공사와 대기와 물, 토양 등에 대한 환경오염방지 사업을 전담하던 환경관리공단이 통합되면서 새롭게 출범한 환경부 산하 기관입니다. 환경 관련 종합서비스기관이라고 보시면 돼요. 온실가스 배출부터 폐기물 활용, 미세 먼지 농도 측정까지 다 합니다. 환경부의 주요 임무를 맡은 실행기관이라고 보면 됩니다.”

    ▼ 최근 ‘캠프 캐럴’ 내부에 고엽제가 매립됐다는 증언이 나와 전국적으로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조사가 이슈가 됐는데요.

    “맞습니다. 환경부는 6월 초 답사를 마치고 한·미공동조사단을 구성했어요. 조사 기관별 업무를 분담했는데, 환경공단에서는 기지 주변지역 토양·지하수 시료를 분석했어요. 외곽 지하수와 하천수 16 곳을 조사했는데, 한 지하수에서 전체 154개 항목 중 테트라클로로에틸린(PCE·사염화에틸렌)이 기준치를 초과했죠. 고엽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추가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있어요. 2004년부터는 반환되는 미군기지에 대해 환경오염조사를 실시하고 있어요. 2008년부터는 미군기지 주변지역의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해 미군기지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조사,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환경오염문제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여기서 조사결과에 대한 부연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PCE는 기름 성분을 세척하는 용제 등에 포함돼 있는데 신경·생식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PCE가 물 1L당 0.236mg이 검출돼 먹는 물 수질 기준(0.01mg)을 초과했다. 고엽제 불순물로 섞여 있는 다이옥신은 조사 대상 하천수 6곳 중 3곳에서 물 1L당 0.001~ 0.01pg(피코그램·1조분의 1g)이 검출됐지만, 일본의 먹는 물 수질 기준(1pg)과 미국 기준(30pg)을 밑도는 수치다. 공동조사단은 캠프 캐럴 기지 내에서 지구물리탐사를 하고 있다.

    ▼ 미군기지 오염 문제도 그렇지만, 집중호우로 4대강사업 현장에서 제방이 유실되는 등 걱정이 많은데요.

    “저도 그래요. 4대강 공사 마무리가 걱정입니다. 수질 문제는 우리가 맡아 하니까 그렇다고 쳐도 우기에 공사 현장은…. 현재는 기도하는 심정입니다.”

    ▼ 4대강사업으로 보(洑)를 많이 만들면 수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녹조현상을 말씀하는 거죠? 가을에 보 공사가 마무리되고 준설이 완료되면 낙동강에서만 10억t 가까운 물이 저장됩니다. 경제 가치로 환산하면 10조원이 넘어요. 4대강 공사가 마무리되더라도 본류로 흘러들어가는 지류·지천이 오염되면 수질에 문제가 생겨 4대강 사업 효과는 반감됩니다. 그래서 중장기 지류·지천 살리기 계획을 마련했어요. 2020년까지 공공하수도 보급률을 현행 89%에서 93.5%까지 올리는 등 환경기초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녹조 원인이 되는 총인(TP)의 처리기준을 10배 강화할 겁니다. 수질관리를 위해 4대강 주요 수계에 수질자동측정망도 설치해 운영하고 있어요. 오탁사고에 대비해 탁수 모니터링 시스템도 가동해 상시 감시하고 있습니다. 원격감시장치 외에도 경북 구미에 ‘수질오염방제센터’를 둬 수질오염에 신속히 대처하고 있어요.”

    총인(TP)이란 물속에 포함돼 있는 인(Phosphorus)의 총량을 말한다. 합성세제 등 생활하수와 비료, 공장 폐수 등에서 발생한다. 4대강에 보(洑)를 설치하면 하천 흐름이 정체돼 총인 증가→식물성 플랑크톤 급증→녹조 현상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4대강 수질오염 없을 것”

    ▼ 1월에는 낙동강에서 준설선이 침몰하면서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죠?

    “맞습니다. 경남 김해시 낙동강 15공구 현장이었죠. 수질 모니터를 통해 즉각 기름 유출사고를 확인해 직원들이 출동했어요. 오일펜스를 치고 유착제와 흡착포를 이용해 기름을 제거했죠. 선박 내 잔류기름도 모두 제거해 식수에는 영향이 없었죠.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즉각 조치를 취한 거죠.”

    ▼ 그렇군요. 한반도대운하사업이 4대강사업으로 바뀌었는데요.

    “뭐, 지금 생각하면 아쉽죠. 시대의 소명이려니….”

    ▼ 변호사 출신으로서 대선 당시 한반도대운하특별위원장을 맡은 것이 조금 의아했어요.

    그는 이 대목에서 세 손가락 신호를 보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하고 고민하는 듯했다.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류와 대운하위원장의 함수관계부터 설명했다.

    “17대 국회에서 제가 국회 동북아해양물류연구회를 만들어 공부를 많이 했어요. 서울~부산 컨테이너 운반비가 미국 LA~부산 운반비와 비슷합니다. 물류를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쟁력이 살아날 수 없어요. 물류를 공부하다가 대운하의 필요성을 안 거죠. 그래서 먼저 항만노무공급체계를 바꾸려고 항만지원특별법(항만인력공급체제의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을 대표 발의했어요.”

    ▼ 항만노무공급체계를 바꾼다?

    “큰 배가 들어오면 짐을 내리는 인부 수천 명이 필요한데 그 인력을 항운노조가 독점 공급하고 있어요. 노조 내부에는 지역 ‘조폭’들이 있지 않나, 이미 항만은 기계화 설비를 갖췄는데 아직도 (노조원들이) 신호 깃발 들고 일하지 않나…. 어떻게든 경쟁력을 갖추려면 노무독점권을 없애야 했어요. 그러다가 (노조원들이 항의하는 바람에) 지역구 사무실이 박살나기도 했죠.”

    당시 박 의원은 항만지원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는데, 법안 핵심은 항운노조 상용화였다. 당시 전국 항만에는 2만2000여 명의 항만근로자가 있었는데, 절반가량은 하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었다. 이들은 주로 장비운전과 현장 관리 일을 맡았다. 나머지 절반은 항운노조 소속 근로자들로 주로 단순 노무작업을 담당했다. 문제는 항운노조가 사실상 독점적인 노무공급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 항운노조는 조합원에 가입해야 일할 기회를 주는 클로즈드숍(closed shop) 형태로 운영돼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하역업체가 인력이 필요하면 수시로 항운노조에 요청해야 했고, 실업보상금 요구 등 비합리적인 관행이 지속됐다. 항운노조 소속 근로자의 완전고용과 정년 보장 등을 담은 특별법으로 노사정(勞使政)이 머리를 맞댔고, 결국 항만운송사업자가 노조 인력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국내에서 첫 노사정 세부협약서를 체결했다. 1897년 청진항에 노조가 결성된 이후 100년 만에 노무공급체계가 바뀐 것이다. 대운하특별위원장을 하게 된 것도 결국 물류를 공부했기 때문이었다.

    항만 노무공급체계 바꾼 뚝심

    “어느 날 대운하 관련 회의에 참석했어요. 류우익(전 주중대사)씨가 지원하는 자리였는데, 한 분이 ‘대운하 왜 하냐. 수도권 화물을 실은 배는 인천이나 평택항으로 보내면 되지 왜 부산으로 보내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손 들고 자발적으로 설명드렸죠. ‘큰 배는 허브 포트로 들어가야 한다.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 큰 배가 못 간다. 큰 배는 지금도 부산에 간다. 부산에서 수도권까지 도로를 이용한 물류비는 엄청나다’고요. 그 때 이 대통령(당시는 대통령후보)이 들어오시더라고요. ‘계속 해보시라’면서 제 얘기를 듣더니 ‘우리 조직에서 물류 한번 맡아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인연입니다.”

    “국민이 환경오염문제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

    한국환경공단에 설치된 음식물 수거기에 대해 설명하는 박승환 이사장.

    그가 말한 허브 포트(Hub Port)는 큰 항만, 즉 20피트 컨테이너를 6000개가량 실은 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구다. 이런 배가 접안하려면 항구 수심이 13m 이상은 돼야 한다. 동북아에서 허브항만이 있는 곳은 일본의 고베와 요코하마, 한국의 부산, 광양항, 대만의 가오슝, 싱가포르 등이다.

    ▼ 대운하도 쉽지 않았지만, 환경공단도 두 기관이 통합되면서 이사장 자리가 편하지는 않았을 듯한데요.

    “참 쉽지 않았어요.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죠. 직급체계도, 하는 일도 다른 두 조직이 섞인다는 게 정말 만만치 않아요. 1년 반이 흘렀지만 지금도 조직융합을 위해 업무 연계교육을 시켜요. 다른 기관에 비해 급여도 낮은데다가 통합한 두 기관의 급여체계도 달라 쉽지 않았어요. 이를 해소하려고 시간외 수당으로 26억원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반영이 안 됐습니다. 올해도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도 ‘하나가 돼야 미래가 있다’는 공감대를 계속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도 비상인데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는 어떻습니까?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해야 합니다. 여기에 맞춰 녹색성장위원회가 배출권거래법을 제출해놓았고요. 우리는 저탄소녹생성장기본법을 근거로 해 기준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거나 에너지를 소비하는 업체를 관리하고 있어요. 감축 목표를 설정해 실행하는 거죠. 산업·발전, 농림·축산, 건물·교통, 폐기물 등 4개 분야 468개 업체, 1564개 사업장이 지정됐고,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0% 이상을 관리합니다. 동시에 지난해 1월1일부터 2012년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도 하고 있어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초과 달성한 참여자는 남은 양을 다른 참여 기업에 판매하는 것이죠. 본격 시행에 앞서 예행연습을 하는 거죠.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은 환경부가 지정하는 게 아니라 업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합니다.

    “이중규제? 맞지 않아요”

    ▼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이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있었죠?

    “산업계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하고 있는데 배출권거래제를 왜 하느냐, 이중규제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저는 맞지 않다고 봐요.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선택하도록 돼 있어요. 생각해보세요. 목표관리제는 단순히 감축 목표만 관리하는 것이고, 배출권거래제는 말 그대로 할당량 이상 배출한 업체는 배출권을 사든지, 아니면 초과 배출량에 대해 과징금을 내는 겁니다. 목표관리제 대상으로 지정된 업체는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아도 됩니다. 환경부와 공단은 목표관리제와 별도로 2013년에 배출권거래제를 미리 시행하자고 했다가 산업계가 반발해 2015년으로 연기했어요.”

    ▼ 그럼 배출권거래제는 2015년 본격 실시하기로 했고, 환경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기업·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식경제부는 이와 별도로 7월1일부터 별도로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을 해요.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는데요?

    “거, 참. 박영준(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퇴임하면서 사고를 친 거죠. 퇴임 며칠 뒤에 ‘띄운 거죠’. 지경부 산하 발전소와 제철소 등 대규모 사업장을 상대로 시범사업을 한 겁니다. 그런데 6개 업체는 우리가 하는 시범사업에도 중복 참가해요. 우리는 현금거래를 통해 감축목표 불이행 업체 명단을 공개하는데, 그쪽은 사이버 가상거래로 벌칙이 없어요. 잘하면 운영경비를 지원하는 거죠. 사이버 거래? 배출기관인 사업체가 심판을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심판이 선수와 함께 경기를 하는 겁니다. 지경부, 정신 차려야 해요.”

    ▼ 당초에는 2013년에 배출권거래제 시행 목표로 준비하지 않았나요?

    “그랬죠. 그랬더니 산업계가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발했고, 지경부도 산업계 편에 서서 2013년 시행에 부정적이었죠. 그래서 배출권거래제는 2015년으로 연기했어요. 그런 지경부가 돌연 시범사업을 한 겁니다. 환경부는 2009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을 준비해 2010년 1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지경부는 2011년 5월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이와 관련,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은 “지경부가 기업 입장을 들어 당초 배출권거래제를 반대하더니, 이제 와서 시범사업을 한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계획대로 2013년에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했어야 했다”고 지경부를 비난한 바 있다.

    ▼ 배출권거래제 주무부처 선정을 앞두고 부처 간 기싸움으로 보이는데요.

    “….”(그는 세 손가락을 오른쪽 이마에 가져다 댔다)

    공단 측은 인터뷰 이후 보내온 보충자료를 통해 이에 대한 답변을 대신했다. 해외 32개국의 배출권거래제 주관부처 중 30개국에서 환경부가 배출권거래제를 총괄하고 있고,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제26조에도 ‘환경부 장관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설정·관리 및 필요한 조치에 관하여 총괄·조정기능을 수행한다’고 돼 있다.

    ▼ 기업뿐 아니라 주민들의 녹색 생활도 중요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특히 우리 음식문화의 특성상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와요. 우리가 RFID(전자태그)를 기반으로 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죠. 버리는 양과 수수료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주민 스스로 감량하도록 한 겁니다. 올해 10개 지자체가 시범 실시하고 있고, 내년에는 전국 144개 지자체에서 전면 실시할 겁니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전면 실시

    ▼ 제가 사는 곳은 시범 실시지역이 아닌가 봅니다. RFID 기반이라면….

    “그런가요? 집집마다 IC칩이 내장된 카드를 나눠주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카드를 대면 그날 버린 쓰레기 양을 알 수 있어요. 주민 스스로 비교해볼 수 있죠. 대형마트에서 요금 계산할 때를 떠올려보세요.”

    ▼ 탄소포인트 제도는 관심이 많은데요.

    “지난해 전국 230개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어요. 현재 약 170만명이 가입했는데 그 숫자가 점점 늘고 있어요.”

    탄소포인트 제도는 가정이나 기관 등이 전기, 수도, 도시가스 사용량을 줄였을 때 이를 포인트로 환산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cpoint.or.kr) 참조)

    ▼ 가전제품은 어떤가요?

    “그것도 지금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소비자가 사용 후 폐기물을 책임졌지만 앞으론 생산자, 판매자도 책임질 겁니다. TV, 냉장고 등 10개 전자제품과 자동차에 대해선 생산자와 판매업자가 재활용하도록 책임을 강화할 겁니다. 2013년부터 재활용 목표관리제와 생산자 책임재활용 제도를 실시할 거고요. 이렇게 되면 삼성, LG 등 대기업 재활용센터에서 판매한 전자제품의 60% 정도를 책임지고 재활용, 혹은 처분하게 됩니다. 여기에 RDF를 활용하면 금상첨화죠.”

    ▼ RDF요?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요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입니다. 신재생에너지 확보가 시급한 이유이기도 해요. 신재생에너지, (우리나라에) 뭐가 있습니까? 그런데 쓰레기는 많죠. 생활폐기물 중 재활용품 외에 발열량이 큰 플라스틱이나 종이 같은 폐기물을 고형연료(RDF·Refuse Derived Fuel)로 만드는 겁니다. 발열량은 4500kcal/㎏ 이상입니다. 고갈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우수한 폐자원이 되는 거죠. RDF는 열병합발전시설에서 에너지로 쓰입니다. 음식물류는 따로 매립해 매립가스로 발전시설을 돌리는 거죠. 이런 시설이 갖춰진 처리장이 있다면 따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만들 필요 없이 즉각 에너지로 만들 수 있어요. 수도권매립지와 부산 생곡매립장 등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 그런가요? 신재생에너지 하면 주로 풍력, 태양광발전을 떠올리는데요.

    “지난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 보니 다들 태양광과 풍력만 말하더군요. 재밌어요. 그런데 태양광, 풍력발전은 국가 보조금이 없으면 어려운 사업입니다. 우리나라의 풍력은 썩 좋은 편도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67%는 폐자원에서 나옵니다. 생활쓰레기도 줄이고,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RDF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 환경공단 업무 분야가 다양하군요. 최근에는 가치혁신 CEO상을 받았죠? 우리 환경기술을 세계가 인정한 건데요(박 이사장은 6월9일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제51회 국제VE 콘퍼런스’에서 가치혁신 CEO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기업의 가치경영(VE) 공헌도가 큰 CEO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국내에서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장도수 한국남동발전 사장에 이어 세 번째 수상이다).

    “해외에서 ‘한국 브랜드’ 알린다”

    “저 혼자 한 건 아니고요, 그동안 VE (Value Engineering) TF팀을 만들어 환경특성에 맞는 매뉴얼과 설계 인프라를 구축한 게 큰 이유인 거 같아요. 환경시설을 설치하면 우리가 검사를 하는데, 그 전에 설계도면 등을 보면서 많은 코치를 해요. 포항시 등 9개 지역 하수관거정비 민자사업 설계를 하면서 30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했어요. 지자체 상하수도 시설계획이 잘 됐는지 기술검토를 했고, 5년간 7892억원의 국가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어요. 우리 기술이 인정받은 거죠.”

    ▼ 최근 대우건설과 하수처리장 건설 공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공단의 우수한 기술 때문인가요?

    “맞습니다. 해외 환경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있어요. 이번 알제리 바라키 하수처리장 공사는 2000억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입니다. 7월 중 입찰을 하는데, 대우건설이 하수처리장을 짓고, 공단은 기술 자문, 인력 양성, 시운전 등을 맡기로 했어요. 공단은 독자적으로 영리사업에 진출할 수 없어요. 업체와 손잡고 수주하면 알제리 친환경사업 시장을 한국 기업이 선점하는 효과도 있어요.”

    ▼ 환경공단이 해외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는군요.

    “중국 상하이(上海)의 상하수도 시설은 프랑스의 물관리 기업 베올리아워터가 합니다. 우리도 튀니지 대기오염모니터링 구축사업, 베트남산업폐수처리사업 등 7개국에서 환경사업을 벌이고 있어요. 카타르 배수시설관리 용역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고요. 우리의 녹색기술은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겁니다.”

    ▼ 환경전문가 다 되셨네요.

    “생각해보세요. 생소한 분야 공부도 해야 하고, 두 조직 융합도 해야 하니 웬만큼 공부해서 되겠습니까?”

    그는 2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홍보실에서 챙겨준 인터뷰 자료를 거의 보지 않았다. 박 이사장과의 인터뷰 이후 만난 공단 관계자는 이를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이렇게 전했다.

    “박 이사장 부임 후 6개월간은 매주 월요일 간부회의 자료를 전 주 금요일에 냈다. 박 이사장이 주말에 회의 내용을 공부해왔는데, 그래도 궁금한 것은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래서 간부회의가 많이 길어지기도 했다. 지금의 간부회의는 매우 짧게 끝난다.”

    ▼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5·6 개각 당시 환경부 장관 입각설이 나돌았는데요.

    “뭐, 임기(3년)가 많이 남았는데….”

    ▼ 최종에서 탈락한 걸로….

    “인사는 이미 끝났어요. (내가 인사에 대해 말하면) 장관님이 별로 기분 좋지 않을 듯해요(웃음).”

    ▼ 곧 총선인데요, 출마 의사는?

    “책임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요. 공단 핵심과제에 대해 분명한 돌파구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논의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 환경 분야를 맡다보니 환경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겨요. 예전에는 ‘환경=개발 반대’를 먼저 떠올렸는데, 녹색성장을 알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합리적인 환경론자랄까. 녹색성장의 가능성과 녹색환경을 책임지는 공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인터뷰 당일 비가 많이 왔지만, 박 이사장은 인터뷰 이후 기자와 우산을 함께 쓰고 공단 내 여러 시설을 옮겨 다녔다. 자녀의 체험학습에 동행한 어머니처럼, ‘이왕 인터뷰했으니 환경공단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 가라’는 듯 재활용 시설과 전국 수질오염 모니터를 일일이 시연해보였다. 100년 만에 항만 노무공급체계를 바꾼 그의 뚝심이 한국환경공단에서 어떤 열매를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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