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호

이상득-이재오의 담판과 배신 秘스토리

親이명박계는 왜 몰락하나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1-07-21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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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암묵적 합의 깨지며 내분 촉진
    • 이재오계 “다 도망갔다. 자기 혼자 살려고”
    • ‘대표 줄게, 공천 다오’ 친이계와 홍준표 밀약설
    이상득-이재오의 담판과 배신 秘스토리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이재오 특임장관.

    지난 5월 초. 한나라당의 5·6 원내대표 경선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던 때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여권의 또 다른 핵심실세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서울 모처에서 마주 앉았다.

    친(親)이명박계의 양대 주주인 두 사람이 단독 회동을 한 것은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친이계 후보의 단일화를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담판을 짓자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당시 경선에는 이재오 장관의 측근인 안경률 의원과 이상득 의원 계열로 분류되는 이병석 의원이 나선 상태였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지원을 받는 비주류 중립 성향의 황우여 의원이 맞서고 있었다. 이런 3각 구도에서 범(汎) 친이계가 교통정리를 하지 않을 경우 18대 국회 마지막 원내사령탑을 비주류에 넘겨줄 수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사사건건 대립하던 두 사람의 만남은 이런 위기감의 발로에서 나왔다.

    산고 끝에 합의안 도출

    그렇지만 두 사람은 마주 앉자마자 기세 싸움을 벌였고 산고 끝에 ‘합의안’을 냈다고 한다. 그 합의라는 것이 “안경률·이병석 후보가 한 방에 들어가 단일화를 이룰 때까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정부 정무라인 관계자는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장관이 원내대표 경선 직전 단독회동을 갖고 친이계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다”며 “결국 안경률·이병석 후보가 직접 단일화 논의를 하도록 뜻을 모으고 손을 털었다”고 했다.

    그러나 3파전에서도 승리를 확신하던 안경률 의원이 물러설 리 없었다. 이병석 의원도 직전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의지를 불태웠다가 여권 핵심부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사실상 합의 추대됨에 따라 뜻을 접었기 때문에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안경률·이병석 후보는 결국 각자 출마했다. 그런데 이재오 장관 측의 시각에선 이후 상황이 이상하게 전개됐다. 1차 투표에서 황우여-이주영(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조가 64표를 얻어 안경률-진영(58표), 이병석-박진(33표) 조를 제쳤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황우여 조와 안경률 조 간에 2차 투표가 실시됐다. 이때 친이계인 안경률 조와 이병석 조의 표가 모아졌다면 안경률 조는 황우여 조에 압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2차 투표 결과 황우여 조가 90표를 얻어 64표에 그친 안경률 조를 눌렀다. 산술적으로 보면, 이병석 조 표가 안경률 조에게 가지 않고 황우여 조에게 쏠린 셈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경선 직후 사석에서 “배신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신이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자의반타의반 미국에 갔다가 조기에 귀국하지 못한 것이 이상득 의원의 견제 때문이라고 믿는 이재오 장관은 경선에서 이상득 의원이 다시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장관이 경선 전 독대해 후보단일화를 논의했다면 이는 적어도 두 사람 간에는 ‘친이계의 원내대표 당선을 위해 서로 노력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음을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이재오 장관이 득표 결과에 배신감을 토로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상득-이재오 독대는 오히려 이상득 세력과 이재오 세력이 대나무 줄기처럼 짝 갈라지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작용한 것으로 비친다. 연쇄적으로 여권 내에서 친이계가 가라앉고 친박근혜계 중심의 신주류가 부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당시 이상득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결코 개입한 적이 없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놓고 왜 그런 억측들을 쏟아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이재오 장관도 “내가 만일 배신감을 느낀다면 SD(이상득)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라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당·정 관계를 원활하게 해야 하는 특임장관으로선 자기로 인한 여권 내분설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 친이계는 내부 갈등에 의한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 이야기해야 하나요?”

    이상득-이재오의 담판과 배신 秘스토리

    지난 7월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준비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경선에서 떨어진 안경률 의원은 이병석 후보의 표가 황우여 후보에게 간 배경에 이상득 의원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사석에서 서운한 감정을 표출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SD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럴 수가 있느냐. 정말 섭섭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 후 이상득 의원이 측근을 통해 “오해가 있었다”며 수차 전화를 걸었지만 안 의원은 받지 않았다고 양쪽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가 귀띔했다.

    안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친이계가 분화된 계기가 원내대표 경선 아니냐”는 물음에 “그런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 당시 이상득 의원이 경선에 개입했다고 보나요?

    “코멘트하지 않겠습니다. 자꾸 나를 끌어들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허허) 그런 것까지 다 얘기해야 하나요?”

    ▼ 원내대표 경선 이후 친이계가 본격적으로 갈라졌다는 시각이 있는데요.

    “만일 우리에게 그런 문제(내부 갈등)가 있었다면 정리해나가야 할 시점인데, 지금에 와서 누가 옳다 그르다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나도 여러 생각을 하는 중이고, 깊이 반성해서 새롭게 할 일이 있으면 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재오 장관이 당에 복귀하면 친이계의 재결집에 도움이 되겠습니까.(통화가 이뤄진 7월12일 이 장관이 조만간 사퇴하고 당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꾸 묻지 마세요. 왜 자꾸 편을 가르려고 그럽니까?”

    ▼ 내년 총선이나 대선 국면에서 친이계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대한민국을 역사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고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켰고. 선진화를 이루고 통일을 하자면 정권을 확실하게 재창출해야죠. 이를 위해 우리가 묵묵히, 그야말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전진해야죠. 이런 말이나 써주세요.”

    안 의원의 말은 자신이 친이계 내홍의 희생양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반면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은 “직접 참여하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특정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별다른 조율이나 조정과정이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이상득-이재오 담판에 대해서도 “어떤 결론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2차 투표에서 단일화하자’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상득 의원 측은 이제 ‘보수세력 정권재창출’을 최우선시한다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 박 전 대표를 밀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친박근혜계와 말이 통하는 몇 안 되는 친이계 인사로 꼽혀왔다.

    이 대통령-이상득 의원 형제의 동향(경북 포항) 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박근혜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은 사석에서 ‘4모작론’을 이야기한 바 있다. 기자를 하다가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을 이끌고 이명박 정권 창출에 일조한 것까지가 3모작이다. 마지막 농사는 보수정권의 연장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되면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측근은 최근 “최 위원장이 현 시점에서 박 전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한 한나라당 의원은 “지금 친이계란 없다. 친이-친박 투쟁 시대는 이미 지났다. 앞으로 당내에 논쟁거리가 있다면 정책이다. 정책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여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7·4 전당대회에서 친이계가 민 원희룡 후보는 4위에 그쳤다. ‘박근혜 시대의 보완재’ 역할을 자임한 홍준표 후보가 당 대표가 됐고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후보가 2위 득표로 최고위원이 됐다. 친이계의 사분오열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친이계 몰락사(史)’ 요약 정리

    사실 친이계는 2008년 2월 이명박 정권 출범 시작과 동시에 내분을 일으켜 끊임없이 스스로를 분화시켜왔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친이계 몰락사(史)’를 다음과 같이 간단히 요약 정리한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넉 달도 되지 않아 친이계의 정두언 의원 세력이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을 겨냥해 ‘권력 사유화’ 발언을 했다. 이후 친이계 내에서 이상득 세력, 이재오 세력, 정두언 세력은 서로 물고물리는 투쟁을 벌였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여당 정치인 불법사찰 건은 이런 암투의 부산물이었다. 지난 4·27 재·보선 참패로 여당 주류인 친이계는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정두언 세력이 가장 먼저 친이계의 중심에서 떨어져나갔다. 이어 이상득 세력과 이재오 세력이 다시 대립과 연대를 거듭하다 이마저 지난 5월 원대대표 경선을 계기로 갈라섰다. 원내대표 경선과 두 달 뒤인 전당대회를 거치며 정두언 세력과 이상득 세력은 신주류로 떠오른 친박근혜계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이재오 세력은 몸집이 줄어든 가운데 친박근혜계와 거리를 두고 관망하고 있다.”

    친이계의 분열과 관련해 4·27 재·보선 경기도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갈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분당을은 재·보선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상태였고 이 지역에 오래 거주한 강재섭 전 대표는 사실상 ‘입도선매’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청와대로 입성하면서 분당을 의원직을 던졌던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강 전 대표를 밀었다. 임 실장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체제에서 주요 당직을 맡은 인연도 있지만 내년 19대 총선에서 강 전 대표가 자신에게 분당을 지역을 돌려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재오 장관은 ‘강재섭 공천’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장관 측은 공천개입설을 부인한다. 당시 원희룡 사무총장이 정운찬 전 총리를 공천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이 장관은 2006년 당 대표 경선에서 강 전 대표에게 패배한 적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한나라당 후보가 된 강 전 대표가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졌다. 한나라당에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불리던 곳에서 패하자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이재오계 “더 밀어붙였어야…”

    이재오 장관실 관계자는 “친이계 침체의 단서는 정운찬 카드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태희 실장이 강 전 대표 공천에 적극 나섰음에도 막상 패배의 책임은 이 장관이 몽땅 뒤집어쓰면서 주류의 분위기가 이상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분당을 보선에서 실패한 데 이어 원내대표 경선, 전당대회에서 친이계가 계속 밀려나는 바람에 몰락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집권 초·중반기 같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친이계 내부 갈등을 교통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말로 가는 지금은 상처를 치유할 길을 찾기조차 어렵다. ‘여의도 정치’를 멀리하는 이 대통령의 소극적 대응이 친이계의 분화를 촉진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 터다. 대통령이 분당을 공천, 원내대표 경선, 전당대회 등 여권의 향배를 결정하는 주요 정치행사에 대해선 조정력을 보였어야 했다는 말이 여권 내에서 나온다.

    이상득-이재오의 담판과 배신 秘스토리

    지난 4월27일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친이계는 어느 정도까지 가라앉은 것일까? ‘이재오 장관이 당에 복귀한다고 해도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울 수 없을 정도로 기둥이 내려앉았다’는 견해가 많다. 친이계가 지리멸렬하는 사이에 신주류, 그중에서도 친박근혜계로 무게추가 넘어가버린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중적 인기도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7월11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박 전 대표는 31.5%의 지지를 받아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반면 2위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4·27 재·보선 이후 10주 만에 다시 한 자릿수(8.9%)로 떨어졌다. 당 지도부에서 친이계를 대변하는 입장이 된 원희룡 최고위원도 7월12일 “결집을 못하고 있는 친이계가 사실상 해체 단계에 접어들면서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당의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친이계가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다. 친이계와 친박계 모두 친이계 붕괴론에 대해 신중론을 편다. ‘MB진영의 군기반장’ 이재오 장관이 당에 복귀하는 변수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한다. 그가 지도부나 친박계와 당장 대립각을 세우기 어렵겠지만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친이계 재결집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2위로 당선돼 명실 공히 친박계의 대표성을 갖게 된 유승민 최고위원은 “친이계가 이재오 장관을 중심으로 아직도 똘똘 뭉친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유 최고위원은 이제는 구주류가 된 친이계와 새 지도부의 상황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 지금의 친이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분들이 원희룡 후보를 밀었고 비록 실패했지만. 그래도 표 모으는 과정에서 아직 그 세력의 일부가 남아 있음을 보여줬죠. 그분들은 청와대와도 교감이 제일 잘되고요. 이병석 의원처럼 일부 ‘등 돌린 친이계’도 있지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안경률 후보가 얻었던 표는 상당히 응집력이 있다고 봐요. 다 몰락해서 뿔뿔이 자기 살길 찾아서 떠난 것처럼 묘사하는 건 조금 과장 같아요.”

    ▼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이계가 지원한 원희룡 후보가 4위에 그친 점은 어떻게 설명되나요?

    “원 후보의 경우 대의원 표는 제법 나왔어요. 이재오계 선거인단 내에서 원 후보에게 첫 번째 표를, 저에게 두 번째 표를 준 사람이 제법 됩니다. 제가 이렇게 친이계 선거인단에게서 한 표를 받은 건 친이계가 몰락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홍준표 후보를 싫어하기 때문에 저를 찍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거죠.”

    그러나 막상 실패를 맛본 이재오계의 해석은 달랐다. 원희룡 후보를 지지하라는 ‘오더’가 분명히 내려갔지만 현역 국회의원들이 자기 살길을 찾는 바람에 결집력이 없었다고 한탄한다. 이 장관의 핵심 측근은 “이번에 보니 친이계는커녕 친이재오계도 없더라. 모두 도망갔다. 자기 혼자만 살려고…”라고 했다. 그는 또 “친이계의 나이 많은 의원들이 원희룡 후보의 총선 불출마 선언, 유승민 후보의 내년 총선 물갈이론에 공포를 느꼈다. 그래서 홍준표 후보에게 먼저 찾아갔고 홍 후보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형님, 내가 챙기겠습니다’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이 측근은 심지어 친이계 핵심인 안경률 의원과 이방호 전 의원도 홍준표 후보 쪽에 섰다고 주장한다. 내년 총선 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많은 친이계 인사가 홍 후보에게 돕겠다는 다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 대세론’을 타고 있던 홍 후보는 당을 이끌게 되면 공천권의 상당부분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대표 도왔으니 공천 받는다고…”

    유 최고위원은 “이번 경선에서 홍 대표를 도와줬으므로 공천을 보장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연세 많은 분들, 영남권 다선 의원들 가운데 이런 분이 많은 걸로 안다”며 “그러나 홍 대표가 그런 분들을 끝까지 보호해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오 장관의 당 복귀와 관련해 “본인이 하기 나름 아니겠느냐”며 “이 장관도 그렇지만 오히려 홍 대표가 당내 갈등을 일으키는 처신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또 “나는 ‘아직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친이계 핵심들과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한다.

    이상득-이재오의 담판과 배신 秘스토리

    7월5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회의장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뒤로 친박근혜계 유승민 최고위원이 지나가고 있다.

    홍 대표의 임기는 내년 7월 중순까지다. 4월 총선을 지휘할 뿐 아니라 대선후보 경선도 관리하게 된다. 오랫동안 친이계로 분류된 홍 대표는 이번 경선에선 “지금은 박근혜 시대다. 나는 박 전 대표의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아니다”고 했다. 또 “11월쯤 민주당 지도부 경선이 실시되면 박지원 의원이 야당을 이끌면서 사사건건 박 전 대표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맞서 방어해줄 사람이 나밖에 더 있느냐”고도 했다. 친박계 표심(票心)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러나 친박계 핵심 의원은 홍 대표에게 잔뜩 경계심을 표시했다. 그는 “홍 대표는 언제든 등 돌릴 수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홍 대표의 목적은 공천권 장악이다. 당내에 ‘홍준표 계보’를 만드는 게 최고 목표 아니겠느냐? 그러고 나면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돼도 자기의 발언권이 세질 것이고 만약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지 못해도 뭔가 도모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다.

    “홍준표는 자기 욕심 꽉 찬 사람”

    “홍 대표는 자기 목적이 뚜렷하다. 자기 욕심이 꽉 찬 사람이다. 홍 대표가 주로 친이계를 칠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예상하지만 내가 보기엔 친이, 친박 가리지 않고 막 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친박계 안에선 홍 대표가 ‘박근혜 보완재’ 역할에 머물지 않고 쇠락해가는 친이계를 대신해 박 전 대표와 대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평소 스타일로 볼 때 허수아비 대표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차기 대선후보 경선 관리 방식에 대한 홍 대표 측근의 설명은 친박계 측에 별로 우호적이지 않다.

    “홍 대표는 경선관리자로서 중립은 지킬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이 싱겁게 끝나면 대선 본선에서 불리하므로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도 할 것으로 본다. 지금의 ‘박근혜 대세론’으로만 가면 후보단일화를 만들 야당과 비교되는 까닭이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친이계 중진들은 잇따라 박근혜 견제에 나서고 있다. 친이계 중진인 이윤성 의원은 “아직 본선까지는 시간이 많고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모른다. 다음 대선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도 있고 꿈을 꾸시는 분도 있다. 누가 대세라고 해서 다른 후보들은 제치고 요식적인 절차만 밟는다면 당원들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항마를 꿈꾸는 정몽준 전 대표도 “박 전 대표가 현재로선 가능성이 제일 큰 것이 사실이지만, 이대로 가면 본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요즘 보면 이회창 후보의 사례가 더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홍 대표의 측근은 공천권 장악 부분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홍 대표는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과 세게 충돌했다. 총선 공천을 실무적으로 관장할 사무총장 자리에 자신의 핵심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임명하려는 과정에서다. 유·원 최고위원이 “보은(報恩) 인사, 매관매직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홍 대표는 “대표가 허수아비냐. 앞으로 당 운영은 홍준표 중심으로 하겠다”고 버티면서 결국 관철시켰다.

    홍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야당 지도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형님”이라고 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는 넙죽 절을 했다. 대기업에 대해선 “‘착취’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친이계의 쇠락으로 계파 색채는 희석되고 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홍 대표가 등장함으로써 한나라당은 바람 잘 날 없는 집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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