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워 블로거의 부도덕한 상행위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네이버의 파워 블로거 ‘베비 로즈’ 현모씨가 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고 하자 있는 제품의 공동구매를 진행해 당국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사실 포털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파워 블로거들이 공동구매 등에 대한 여론몰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들은 상품 평가에서 자신의 권위를 활용해 특정 상품 불매운동도, 대량 구입 캠페인도 벌인다. 일부 파워 블로거는 기업이 따로 관리하기도 한다.
기자도 블로그 운영하는 황당 세상
블로거는 자기만의 이야기, 즉 일기를 쓰는 사람이다. 동시에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자기만의 은밀한 이야기를 타인과 공유해 공감을 이끌어 낸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는 아는 사람들끼리만 교류한다. 이른바 일촌을 맺은 관계만 공유할 수 있다. 반면 블로그는 완전 개방형이어서 전국적으로, 혹은 전지구적으로 연결된다. 수많은 피드백이 날아올 수도 있다.
인터넷 카페,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이 헷갈릴 때가 있다. 인터넷 카페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공동 작업장이다. 시샵(system operator)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 회원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트위터는 지극히 미국적인 소셜 네트워크 형태다. 단순하고 명료하다. 140글자로 한정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정도에 그친다.
블로그는 1인 작업공간을 철저하게 고수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카페와 다르다. 마음껏 자기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트위터와도 성격을 달리한다. 그래서 유명 블로거는 자기의 세계를 구축하고 이에 따르는 대중적 권력을 향유한다.
이렇다 보니 상품을 파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도 공식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한다. 예를 들어 대민(對民)관계가 중요한 국세청, 경찰청, 행정안전부는 블로그 운영에 열심이다. 경찰청이 ‘fall in love’라는, 국세청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감성적인 이름의 블로그를 두는 것은, 여러모로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홈페이지는 공식적이고 딱딱하며 모든 것이 규격화되어 있다. 그러나 같은 홍보 내용이라도 블로그에 올리면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가게 된다. 블로그의 효과가 커지자 일부 부처는 심지어 프로젝트마다 블로그를 개설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정부, 대기업과 같은 권력에 대한 인터넷 대중의 독립 운동 차원에서 블로그라는 전자적 표현수단이 탄생한 것인데 정부와 대기업이 블로그에도 뛰어드는 양상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블로그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신뢰다. 진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기관의 이익만을 대변한다고 느껴질 때 해당 블로그는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블로거는 높은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블로그는 장점이 많은 미디어다. 사회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이슈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물론 인적 동원을 가능케 한다. 세계적으로 대형 재난이 일어났을 때 블로그가 가장 발 빠르게 정보를 제공한다. 블로그는 의제를 설정하고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도하는 등 전통적 언론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신문·잡지는 계속 건재
심지어 기존 미디어를 위협할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주류 언론사의 기자들까지 개인 블로그 운영에 열심인 황당한 세상이 됐다.
그러나 ‘뉴 미디어’가 항상 ‘올드 미디어’를 몰아내는 것은 아니다. TV가 처음 나왔을 때도 TV가 신문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신문은 지난 수십 년간 TV와 공존하면서 생명력을 이어왔다.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는 이제 블로그 등 인터넷 기반 뉴 미디어를 눈여겨봐야 한다. 미디어 모포시스(Media Morphosis) 이론에 따르면 뉴 미디어의 출현 의미를 잘 읽어내는 올드 미디어는 뉴 미디어의 새로운 가치를 자신의 전통적 가치에 융합시킴으로써 격변기에 함께 번영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