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호

제2의 카드대란? 가능성 있다!

  •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serijhc@seri.org

    입력2011-07-21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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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카드대란’ 공포가 엄습한다. 길거리 카드모집인이 늘어나고 고금리 카드론 대출액이 급증했다. 회원을 끌어 모으려는 대형 카드사는 마케팅 비용을 역대 최고로 책정했다. 신용불량자를 대거 양산했던 2002년 카드대란 사태가 과연 재연될까? ‘신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경제보고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7월 발표한 ‘신용카드 시장의 건전성 진단’이다.
    제2의 카드대란? 가능성 있다!
    2010년 이후 신용카드 이용액과 신용카드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2010년 신용카드 전체 이용실적은 517조4000억원으로 2009년(470조9000억원)에 비해 9.9% 증가했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이용실적(517조3000억원)도 초과했다. 2011년 1·4분기 신용카드 전체 이용실적도 133조7000억원으로 2010년 1·4분기(124조7000억원)에 비해 7.2% 증가했다.

    2011년 3월 말 기준 신용카드 수는 1억1950만장으로 2010년 같은 시기(1억910만장)에 비해 9.5% 증가했다. 2011년 3월 말 기준 신용카드 대출 잔액은 25조4000억원으로 2010년 같은 시기(21조7000억원)에 비해 17.1%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2010년 이후 신용카드 이용 증가 속도는 2006~09년과 비교했을 때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2010년 신용카드 자산은 14.7% 증가해, 2006~09년 평균 증가율(6.3%)보다 2배 이상 높다.

    작년대비 신용카드 1000만장 증가

    최근 신용카드 이용 급증 현상은 신용카드 시장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신용카드 시장의 위험성을 진단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자와 신용카드사 측면에서 각각 건전성을 분석해야 한다. 또 신용카드 시장 현황과 함께 카드사태 당시인 2002~03년 시장 상황과도 비교해야 한다.



    카드론을 사용하는 개인 중 다중채무자와 복수카드론 보유자 비중이 높아지면 신용카드 시장 부실화 위험도 높아진다. 2010년 말 기준 3건 이상 미상환 대출을 가지고 있는 다중채무자 비중은 57.3%. 2009년 말(54.6%)에 비해 상승했다. 같은 기간 2건 이상 미상환 카드론을 가진 복수카드론 보유자 비중도 46.7%에서 50.9%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상승하거나 신용경색으로 인해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과다 채무자의 채무 상환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저소득층 문제도 심각하다. 저소득층은 전체 소득계층 평균보다 고액의 신용카드 대출이 많아 상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계층 평균 신용카드 대출액은 1513만원. 전체가구 평균(652만원)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더욱이 1분위 계층의 부채에 대한 원리금 상환부담률은 20.4%로 평균(11.5%)에 비해 크게 높아 채무 상환능력이 낮다.

    제2의 카드대란? 가능성 있다!
    제2의 카드대란? 가능성 있다!


    겉으로는 양호

    게다가 저신용자의 신용카드 대출은 늘어만 간다. 2010년 말 전체 카드론 대출자 중 소득분위 7~10등급의 회원 비중은 26.9%로 2009년(26.1%)에 비해 증가했다. 하위 신용등급자에 대한 신용카드 발급건수도 2009년 64만건에서 2010년 100만건으로 증가했다.

    은행 가계대출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기구, 신탁 및 우체국예금 등)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카드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 이자부담이 가중된다. 2010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보면 은행(5.4%)에 비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16.4%)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신용카드 대출은 2010년에 21.0% 증가(카드론은 36.0%)해 비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을 상회했다. 신용카드 대출금리는, 은행 가계대출금리는 물론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금리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신용카드 대출이 증가하면 이자부담이 급증한다.

    신용카드 대출이 전체 카드 이용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신용카드 연체율 등으로 판단하면 신용카드사의 건전성은 표면적으로는 양호한 상태다. 카드론을 포함한 신용카드 대출은 최근 들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카드 이용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내외에서 안정됐다. 2003년 카드사태 당시와 달리 신용카드사가 연체율이나 손실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판매를 동시에 확대했다.

    신용카드 연체율은 1%대로 낮으며 조정자기자본비율(이 비율이 높을수록 손실에 대비한 자본여력이 높아 자본적정성이 양호)은 2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카드 대출이 크게 늘었던 2010년에도 신용카드 연체율은 1.7%로 낮아지는 등 자산건전성이 양호했다.

    건전성 지표 흐름은 악화되고 있다. 신용카드사의 카드 대출이 급증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레버리지(차입, 총자산÷자기자본)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건전성이 악화되는 환경이다. 차입 또는 시장성 수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의 특성상, 외형 경쟁이 확산되면서 레버리지가 크게 상승했다. 2011년 1·4분기 레버리지는 4.1배로 2010년 같은 기간(3.8배)에 비해 상승했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레버리지가 7배를 넘어 자본건전성이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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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버리지 7배 넘는 카드사도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카드론 잔액이 급증한 것도 자산건전성 악화 신호다. 마케팅 비용도 크게 늘었다. 2010년 신용카드사 마케팅 비용은 4조3000억원으로 2009년(3조3000억원)에 비해 30.3% 증가했다. 마케팅 비용률(마케팅비용÷카드 총수익) 역시 2010년 25.4%를 기록, 2009년에 비해 4.8%p 상승했다.

    결론적으로 신용카드 대출 부실화가 심화됐다는 것. 다중채무자와 복수카드론 보유자가 늘었고, 저신용자 대출이 늘어나는 등 신용카드 대출 사용자의 신용도 구조도 악화 추세다. 2003년 카드사태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01~02년에도 이와 같이 신용카드 대출 급증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신용카드사의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위험성도 크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카드론을 확대하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신용카드사 자본과 자산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레버리지 비율이 상승하면서 자본건전성이 악화되고, 부실 가능성이 높은 카드론 잔액이 증가하면서 자산건전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카드사 영업비용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신용카드 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비해 현재 대손충당금은 부족하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2002년처럼 5.5%p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예상 손실액은 4조8000억원이다. 2010년 12월 기준 신용카드사 전체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2조6000억원 수준이었다. 예산 손실액이 대손충당금의 2배 가까운 수준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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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신용위험지수 급등

    신용카드 대출 안전성이 저하되면 가계신용도 위험해진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2002년처럼 5.5%p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2010년 1·4분기에 -1.85였던 가계신용위험지수는 2·4분기 0.53으로 급등한다. 여기에 가계신용대비 신용카드사 대출 비중 상승까지 감안하면 가계신용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제2의 카드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부실 확대 요인은 잠복하고 있다. 2003년 카드사태를 초래했던 2000~02년 신용카드 대출 급증 현상에 비하면 현재 상황은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낮다. 2000~02년 신용카드 대출은 30조원 증가했는데, 이는 2002년 카드사 자기자본의 5배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반면 최근 2년간 신용카드 대출은 2.5% 늘었고 이는 2010년 카드사 자기자본의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용카드사와 차입자의 건전성 지표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신용카드사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소폭 하락하고 있지만 양호한 수준이며, 경제 규모 대비 신용카드 대출 비중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부실 확대와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2000~01년 신용카드 대출 급증 초기에는 연체율이 상승하지 않다가 2002년 이후 대출 증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연체율이 급상승했다.

    그러므로 신용카드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신용카드사는 대출 관리 강화와 동시에 대손충당금 규모를 확대해 대출 부실화 위험 대응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연체율이 급등할 때는 현재의 대손충당금 규모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대출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인 다중채무자와 복수카드론 보유자 등 과다채무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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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평가제도 개선해야

    신용카드 대출 억제로 인해 발생하는 초과 대출수요를 흡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대책에 따라 은행대출이 위축되면 신용도가 낮은 개인은 비은행 금융기관이나 신용카드 등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신용카드 등 여신전문기관 역시 레버리지 규제 등으로 대출이 억제되면 대규모 초과 대출수요가 발생한다.

    개인 신용정보의 확충과 축적, 서민금융기관의 정비와 지원 등을 통해 기존의 저신용층뿐 아니라 가계대출 억제로 인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 대출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해야 한다. 신용회복 지원기관과 협조해 성실 대출 상환자에 대해 신용대출을 연계하는 등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개인 신용정보의 내용과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신용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개인 신용을 평가할 때 부정적 정보뿐 아니라 우량 정보와 긍정적 정보 등 반영 범위를 확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서민 금융기관의 공급 기능을 확충하면서 서민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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