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리 원전 1,2 본관 건물 전경.
한국형 원전이 이번 UAE 원전 수주에 성공한 것은 무엇보다도 지난 30여 년간 정부가 원전 건설 및 기술자립 계획을 수립, 차질 없이 이행했고 산업계에서도 원전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해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유지해온 덕분이다.
UAE 원전사업 수주 당시 모하메드 알 함마디 UAE 원자력공사(ENEC)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에서 “한국형 원전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과 운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특히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다른 경쟁 업체에 비해 안전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UAE 원전 수출은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한국형 원전의 인지도 제고로 세계 원전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됐다. 다만 원전의 핵심기술 중 일부 부족한 부분이 있고, 세계 원전공급사 및 각국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한국형 원전도 이에 맞춰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원전 수요, 중국 인도 주도
원전이 녹색성장의 주요 수단으로 평가되면서 중국, 미국, 핀란드, 인도 및 아랍국가 등 전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의 확대 및 신규 도입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세계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진 원전 공급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세계 원전 시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 온실가스를 포함하는 에너지 문제 해결에 원전만한 대안이 나오지 않아 수요의 증가 전망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10년 8월 발간한 RDS-1 자료에 따르면 세계 원전 용량은 2009년 371.9GWe(기가와트 일렉트릭)에서 2030년에는 최소 546GWe, 최대 803GWe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세계원자력협회(WNA)는 2030년까지 44개국에서 총 417개의 원전이 추가 건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인도 등이 대규모로 원전 건설에 나선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지금까지 세계 원전 시장은 웨스팅하우스(WEC·미국), 아레바(프랑스), GE(미국) 등이 주도해왔다. 신규 원전 시장은 메이저 공급업체의 대표 노형을 두고 치열한 경쟁 상태에 있는데 웨스팅하우스(일본 도시바에서 인수)의 1000MW급 AP1000(가압경수로), 아레바의 1600MW급 EPR(가압경수로), GE-히타치의 1550MW급 ESBWR(비등수로) 등이다.
대규모 원전을 건설하는 중국과 인도에서도 원전 기술 자립 및 기자재 국산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며 기존의 원전 공급업체와 협력도 진행 중이다. 세계 원전 시장은 지배력이 강한 소수의 다국적 산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예를 들면 히타치와 GE는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BWR(Boiling Water Reactor) 공동 개발 및 마케팅에 매진하고 있으며, 아레바와 미쓰비시는 합작으로 1100MWe급 ATMEA1을 개발해 동남아 등 중형 원전을 선호하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4강 독주체제, 한전 맹추격
원전 플랜트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원전 공급업체는 WEC, 아레바, GE, ASE(러시아) 등 4개 회사로 WEC, GE, ASE는 연구개발을 통해 독자모델을 개발했고 아레바는 원천기술 사용권을 WEC로부터 구매해 기술자립을 이뤘다.
세계 원전 시장은 그간 도시바-WEC그룹, 아레바-미쓰비시그룹, GE-히다치그룹, 러시아 ASE 등 4개로 그룹화돼 있었으나 우리나라의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여기에 새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