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개봉되는 박보영·주원 주연의 공포영화 ‘미확인 동영상’.
미국 아이오와 대학 연구진은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고 하는 44세 여성을 관찰했다. 이 여성은 희귀병에 걸려 ‘편도’라는 아몬드 모양의 뇌 부위가 파괴된 상태였다. 편도는 두려움을 촉발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이 부위가 없다면 공포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실제로 그런지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알려진 세상의 모든 것을 이 여성에게 들이댔다. 무섭기로 소문난 공포영화들을 보여주었고 뱀이나 거미 같은 혐오스러운 동물을 근접시켰다. 유령이 나온다는 집에 데려다놓기도 했다. 과거에 겪었을 법한 무서운 일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도 던졌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 여성은 정말로 ‘겁’을 상실한 상태였다.
연구진은 이 여성을 무려 20년 동안 연구했는데 이에 따르면 이 여성은 남의 얼굴에 떠오른 두려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반면 행복이나 슬픔 같은 다른 감정들은 정상적으로 느꼈다고 한다. 심지어 이 여성은 한밤중에 한 남자가 칼을 들고 나타나 죽이겠다고 위협할 때도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을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전쟁을 겪은 뒤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의 편도 기능을 어떤 약물로 완화시킬 수 있다면 불안감이 약화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편도가 두려움을 일으킨다는 가정은 1930년대부터 제기되어왔다. 한 실험에서 원숭이들의 뇌에서 편도를 제거하자 원숭이들은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이 원숭이들앞에 뱀을 갖다놓자 이들은 겁을 먹기는커녕 뱀의 혀 앞에서 장난을 쳤다. 다른 여러 동물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아이오와 대학의 실험은 인간도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셈이다.
국산 공포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공포의 대상이 ‘귀신’이라면 서구의 공포물에서는 ‘흡혈귀’나 ‘좀비’가 이 자리를 대신한다. 특히 좀비는 최근 제작된 공포물에서 자주 나타난다. 좀비는 죽었음에도 살아서 움직이는 시체다. 본래 서인도 제도의 아이티에서 유래했는데 아이티어로 ‘죽은 자의 영혼’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백인들에게 전파되어 서구문명의 대표적 귀신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영화 속 좀비의 특징 중 하나는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죽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포란 자신이 다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측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영화 속 좀비, 현실이 된다?
그런데 좀비는 설화 속 가상의 존재가 아니라 실존했던 존재일 수 있다. 아이티에서 부두교라는 토속종교의 사제들은 죽은 자를 소생시켜 넋이 나간 좀비로 만든 뒤 이들을 노예처럼 부리고자 했다. 부두교 사제들은 실제로 좀비를 만들었는데 이때 좀비는 죽은 자가 아니라 죽은 것이나 다름없이 살아가는 산 사람이다.
현대 과학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사제들은 동식물의 독을 이용해서 희생자를 가사상태로 만들었다. 이 독은 ‘쿠파드레’라고 불리는데 주성분은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이다. 복어 요리를 먹고 목숨을 잃는 사례가 간혹 나오듯 복어의 독은 사람에겐 치명적이다. 테트로도톡신은 청산가리보다 5배나 더 강해서 한 방울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