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홍경은 이렇게 답시를 썼다. 이 시에서 이운이란 말이 나왔다.
산중에 무엇이 있느냐고요?
(山中何所有)
산마루에 흰 구름이 많지요.
(嶺上多白雲)
다만 홀로 즐길 뿐이지
(只可自怡悅)
그대에게 가져다줄 순 없습니다.
(不堪持贈君)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지면 그리워지는 게 있다. 세속을 벗어나 산중에서 경(經)을 읽으며 약초뿌리나 캐고 사는 삶이다. 필자에겐 그렇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혹여 꿈만 꾸다가 이 세상의 연기(緣起)에 묶여 그저 꿈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아무 근심걱정 없이 자연을 벗하며 사는 은자(隱者)의 소요로운 경지. ‘이운’이 담고 있는 뜻이다. 그러나 ‘구름을 즐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번뇌와 탐욕으로 물든 의식을 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 시쳇말로 먹고살기 바빠 마음 편히 하늘의 구름을 쳐다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모산(茅山)의 도사 도홍경은 일찌감치 ‘이운’의 삶을 꿈꾸었다. 40세가 되자 그는 제나라의 꽤 높은 관직을 내팽개치고 식솔을 끌고 강소성 모산의 산속으로 들어갔다. ‘영명(永明)의 치(治)’로 이름 높은 제나라 무제가 그를 못 잊어 모산에 여러 번 사람을 보냈지만 응하지 않았다.
후에 양나라의 무제도 그에게 하산해 국정을 보필하기를 권했다. 도홍경은 한 폭의 그림을 무제에게 보냈다. 무제가 그림을 펼쳐보니 물소 두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소 한 마리는 청산녹수 사이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고, 다른 한 마리는 금으로 된 멍에를 쓰고 힘들어했다. 무제는 이를 보고 더는 하산을 권하지 않았다. 다만 국가에 중대한 일이 생기면 사람을 그에게 보내 자문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그를 ‘산중재상’이라 불렀다.
선학(仙鶴)이 천년을 지킨 약초

몇 년 전 중국 당국이 삽주(사진)를 활용해 ‘사스’ 예방약을 만든 적이 있다.
도홍경이 은거한 모산은 도교 모산파의 성지이기도 하지만, 모산 삽주(茅蒼朮)라는 약초의 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삽주는 중국에서는 출(朮)이라고 하는데, 국화과의 식물로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의 야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약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삽주는 중국의 그것과 종이 좀 다르다. 어쨌든 수년 전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가 유행일 때 중국 당국에서 이 삽주를 활용한 처방들을 사스 예방 및 치료약으로 내놓아 한동안 중국에서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삽주는 위와 장을 튼튼히 하는 작용이 뛰어나 장기능이 허약한 이에겐 최고의 영약이라 할 수 있다. 위장의 찬 기운과 담음을 몰아내 밥맛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게 한다. 또 관절이나 체내의 풍습을 치료한다. 그래서 식욕부진, 복부창만, 오심, 구토, 설사를 비롯해 몸이 무겁고 나른한 증상에 쓰인다. 관절에 물이 차는 삼출성 류머티즘과 수족저림, 관절통, 부종 등을 치료하며, 습사가 심한 유행성 질병과 감기 등에도 많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