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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정 합의사항 절반 이상 무시 의료서비스는 뒷전, 밥그릇 싸움에 급급

시행 11년, 의약분업 현주소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의약정 합의사항 절반 이상 무시 의료서비스는 뒷전, 밥그릇 싸움에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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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내과 원장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자가 원할 때는 2매를 발급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매를 떼줘요. 왜냐면 처방전을 2매 떼주는 건 낭비예요. 환자 대부분이 2매를 떼줘도 1매는 쓰레기통에 버려요.”

의약분업이 10년 넘게 시행됐는데도 환자보관용 처방전이 이처럼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면 보건당국의 책임이 크다. 의약계 전문가들은 “국민의 건강권과 알 권리 충족을 대의명분으로 의약분업을 시행했다면 환자보관용 처방전의 용도와 가치를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알렸어야 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법으로 정한 의무규정을 시행 한 달여 만에 포기해버린 의사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이유야 어쨌든 보건당국이 처방전 2매 발행에 대한 수가를 반영해주고 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는 건 엄연한 ‘직무유기’다.

보건복지부의 한 실무 담당자는 “의약분업 시행 초기부터 1매 발행이 관행처럼 자리 잡아왔다. 이를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을 줄 만한 처벌 규정이 없다. 처벌 규정을 만들려고 해도 반발이 심해 어쩌지 못하는 것”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보건복지부는 “관할 보건소에서 행정지도를 통해 법규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사협회 등 의료인단체가 자발적으로 2매 발행 규정을 지키도록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실효성 확보를 위해 행정처분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처방전 2매 발행은 단순한 요식 행위가 아니다. 약물 부작용과 오남용을 막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약사조제용 처방전은 약사가 의사의 전문영역을 존중하면서도 감시와 견제를 하기 위한 근거자료요, 환자보관용 처방전은 환자 스스로 알 권리와 건강권을 지키는 데 필요한 데이터다. 의료기관에 가면 반드시 처방전 2매를 요구한다는 한 의학칼럼니스트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며 “스스로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 알아야 약물 부작용과 오남용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보면 처방된 약의 종류와 용량이 기록돼 있고 약 이름만 치면 어디에 쓰는지 알려주는 사이트도 있다. 대한약사회와 약학정보원의 홈페이지다.

복약지도에 ‘만족한다’ 50% 못 넘어

약사의 복약지도도 부실하긴 매한가지다. 약사법에 명시된 복약지도는 조제한 의약품의 명칭과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방법, 부작용, 상호작용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약사법 제22조 제4항에 따라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한 때에는 환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 약사가 복약지도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에는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해당 약국에 경고, 업무정지, 자격정지, 면허취소 등의 처분이 가능하다. 복약지도는 국민의 올바른 의약품 복용과 약화(藥禍) 사고 예방 등을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복약지도를 수가에 넣어 요양급여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른바 복약지도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약국에 지급된 복약지도료는 2005년 2240억6400만원에서 2009년 3084억9700만원으로 증가했다. 4년간 37.6%, 연평균 9.4%가 늘어난 셈이다. 이에 비해 복약지도의 실상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현재 복약지도는 복용시간과 복용량, 저장 방법을 알려주는 수준에 그친다. 약의 명칭과 효능, 부작용, 상호작용까지 상세히 설명하는 약사는 흔치 않다. 경기 고양시의 한 약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복약지도를 충분히 해주고 싶어도 못해줄 때가 많아요. 손님이 약을 타려고 기다리는 상황에서는 복약지도를 간단히 할 수밖에 없어요. 어떤 손님은 설명을 길게 하는 걸 귀찮게 생각하고요.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가져오면 그걸 보면서 복약지도를 하기가 한결 수월할 텐데 가져오는 사람을 못 봤어요.”

서울 중구약사회 소속 이주영 약사는 ‘약에 대해 물어보세요’라는 글귀를 새긴 배지를 달고 복약지도에 힘쓰는 서울 광진구와 전남 약사회 사례를 소개했다.

“많은 약사가 복약지도의 중요성을 공감해요. 복약지도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복약지도 요령을 약사에게 꾸준히 교육하고, 정부와 약사회, 시민단체가 함께 힘써야 해요.”

현재 복약지도에 대한 국민만족도는 미미하나마 높아지는 추세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복약지도에 ‘만족한다’는 의견은 2003년 45.9%에서 2008년 47.3%로 1.4% 늘었고, ‘불만족한다’는 의견은 2003년 16.3%에서 2008년 11.1%로 5.2% 줄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만족’ 응답자가 50%를 넘으려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약사회 등 관련단체와 협조해 캠페인과 홍보 등에 더욱 힘쓸 것”이라며 “국민 만족도 100%를 목표로 복약지도가 철저히 시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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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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