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도로는 국가의 혈관에 비유된다. ‘민족의 대동맥’이라는 표현도 그 때문에 나왔다. 혈관이 막히고 염증이 생기면 인체에 큰 병이 생기듯,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고 안전하지 않으면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게 된다. 헌법상 보장된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물류 마비로 국가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는 국가의 대동맥인 고속도로를 나라 예산으로 직접 관리한다. 우리 정부는 국가 고속도로의 건설과 관리 유지 임무를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에 일임하고 있다. 1970년 7월7일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동시에 창립한 도로공사는 이제 불혹(不惑)의 나이하고도 한 살을 더 먹었다.
“빠른 길 안전하고 쾌적하게”
‘세상일에 더 이상 미혹하지 않는’ 나이를 넘어선 도로공사호(號)는 6월16일 장석효(張錫孝·64) 전 서울시 제2행정부시장을 새 선장으로 맞았다. 9월26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는 장 사장을 한가위 명절 ‘민족의 대이동’이 막 끝난 9월1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도로공사 본사 사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최악의 교통대란이 예상됐던 추석 연휴가 큰 탈 없이 잘 마무리된 것에 안도하며 직원들을 치하했다.
“추석 연휴가 짧아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탓에 임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껏 쌓아온 고속도로 관리유지 노하우가 명절 때마다 빛을 발하는 것 같네요. 우리가 마련한 추석 특송 대책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한가위 명절 연휴 5일 동안 전국적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하루 평균 376만대로 전년보다 6.5% 증가했다. 하지만 TV, 라디오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트위터, 휴대전화 문자, 인터넷, 콜센터, 도로전광표지 등을 이용한 도로공사의 실시간 교통정보 덕분에 정체나 안전사고는 과거에 비해 훨씬 줄었다. 도로공사 임직원들은 한가위 기간에 귀성대책을 짜고 정체 관리와 안내방송을 하느라 민족 최대의 명절에도 비상근무를 했다. 장 사장은 이를 “직업적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1974년 기술고시를 통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장 사장은 이후 서울시에서 31년을 보내는 동안 도시계획과장, 도로국장, 지하철건설본부장, 건설안전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도로 건설 및 유지 관리 관련 업무에 종사해온 ‘도로 전문가’다. 그는 취임식에서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며 “빠른 길 안전하고 쾌적하게”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고속도로를 튼튼하게 건설하고 관리해 국가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편익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제2행정부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을 진두지휘하며 거의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한 그는 이후부터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계획한 건 반드시 이루고 정확하게 일을 마무리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빠른 길 안전하고 쾌적하게’라는 슬로건은 이런 이력에서 나온 것이다.
“원칙적인 이야기죠. 건축에서도 설계와 터파기, 골조 쌓기를 잘해야 건물이 튼튼하지 않나요. 기본부터 충실히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그 토대를 밟고 세계로 나가자는 것이지요. 고속도로는 그 단어의 뜻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고속도로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 막힘이 없어야 해요. 교통정보는 IT 강국의 기대치에 맞춰야 하고요. 톨게이트, 휴게소와 같이 이용자가 직접 대면하는 곳은 쾌적해야 합니다. 주변 환경도 보기 좋으면 좋죠. 빠르고 쾌적한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게 안전입니다. 보기만 좋으면 뭐합니까.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도로를 비롯한 각종 시설물을 자연재해에 대비해 항상 안전하게 건설하고 관리 유지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얘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