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색가죽에 황금색 루이뷔통(LVMH) 로고가 새겨진 ‘루이뷔통 스피디백’. 100만원 남짓한 가격이지만 한국에서는 ‘지영’이라는 이름만큼 흔하다고 해서 ‘지영이백’으로 불린다.
- 명품 앞에서 소비자는 이중적이다.
- 명품을 과시하거나 명품 소비에 열을 올리는 세태를 비판하면서도, 내심 자신도 명품을 갖길 바란다.
-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가 8월 말 발표한‘한국 명품 시장 보고서’는 “한국 명품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맥킨지가 한국의 명품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 가계소득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로 최근 수년간 정체 국면에 머물러 있는 일본의 명품시장(4%)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시장 명품 브랜드들의 실적에는 다소 편차가 있다. 예를 들어 루이뷔통 및 페라가모(Ferragamo)는 지속적으로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구찌(Gucci)나 디오르(Dior)의 매출은 2010년 이후 실질적으로 감소했다. 전체적으로는 명품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면에는 불확실성 역시 증폭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액 명품 구매자 지속적으로 늘어
맥킨지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대표적인 명품시장의 추세 및 소비자 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매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경우 2011년에 두 번째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한 해 동안 4개 항목(△패션의류 △핸드백 등 가죽류 △제화 △손목시계 및 보석류) 관련 명품 구매에 100만원(약 930달러) 이상을 지출한 한국인 1000명(이하 일반 명품 소비자)을 대상으로 했다.
이 중 200명은 지난해 1000만원(약 9300달러)어치 이상 명품을 구입한 ‘고액 구매자’에 해당한다. 이밖에 해외 명품 브랜드 한국 지사의 임원 2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업계의 목소리도 들었다.
향후 3~5년간 국내 명품시장은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명품시장의 성장 요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먼저 모든 명품 소비자가 동등한 선상에 있지는 않다는 점부터 전제하자. 국내 명품시장 성장의 막강한 ‘견인차’는 다름 아닌 ‘고액 명품 구매자’다. 2010년 롯데백화점의 연 1500만원(약 1만4000달러) 이상 지출 ‘최우수고객(VIP)’ 수는 14.4%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일반 명품 구매자’ 수는 9.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연 지출액 800만원(7400달러) 이상의 VIP 고객 수는 35% 증가한 반면, 일반 고객 증가율은 12%에 불과했다. ‘고액 구매자’ 성향을 이해하는 것이 한국 명품시장의 향후 전망을 예측하는 데 핵심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들에게 명품 구입은 ‘습관’이다. 설문에 응한 ‘고액 구매자’의 33%는 “이전에도 늘 그랬듯이 여전히 명품을 즐긴다”고 답한 반면, 같은 답변을 한 ‘일반 명품 구매 경험자’는 12%에 그쳤다. 이러한 태도 차이는 실제 소비에도 각기 반영된다. ‘고액 명품 구매자’는 “이전 12개월간 4개 항목에서 명품 지출이 늘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반 명품구매자’의 소비는 좀 더 선별적이다. 시계·피혁관련 명품 지출은 더 늘어난 반면, 의류·제화 관련 지출은 축소됐다. 이는 ‘고액 명품 구매자’는 모든 항목에서 지속적 ‘상향 구매(trade up)’ 성향을 보이고 있으나, 기타 소비자는 굳이 명품이 아니더라도 저렴한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모두 종합해볼 때, 국내 고액 명품 구매자는 여전히 소비를 늘리고 있으며 이들의 구매 욕구는 여전함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명품을 소중히 여기며, 이와 관련한 지출을 그다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한국 명품시장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다.
젊은층, 지방 명품 소비 증가
국내 명품 전문가 24명을 대상으로 설문.
국내 명품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05년부터 5년간 20대 소비자의 명품 구매는 무려 74% 늘어난 반면, 50~60대의 명품 구매는 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젊은 층 소비자가 점차 명품을 알아가며 선호하게 될 경우, 이는 평생의 구매 성향으로 정착될 수 있다. 남성 명품 고객 역시 늘어나고 있다. 현재 남성용 명품시장은 전체 명품시장의 9%로 일본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향후 그 격차는 분명히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이 여러모로 한국의 경제, 문화, 정치의 중심지인 것은 사실이나, 설문 결과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명품 소비가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3개 대형 백화점이 현재 출점 준비 중인 15개 영업점 중 13개가 수도권 이외 지역에 위치할 예정이며, 서울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응답자가 ‘명품 소비 확대 주요 원인’으로 ‘접근성 확대’를 들었다. 따라서 백화점 지점망이 확산됨에 따라 명품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 명품 구매 규모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세 역시 한국 명품시장의 호재다. 2009년 한국의 민간소비는 정체를 기록했지만, 2010년에는 4.1% 반등했다. 여성 노동인구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명품 구매자의 90%가 여성임을 감안할 때, 여성의 소득 증대는 명품시장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2008년부터 1년간 1억원(약 9만3000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린 여성의 수가 10% 가까이 늘었다. 여성 고액 연봉자 증가속도는 남성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르다. 이 같은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인터뷰에 응한 24명의 명품 브랜드 임원 중 60% 이상이 ‘국내 명품시장의 호황 지속’을 전망한 것도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명품은 과시가 아니라 자기표현
국내 명품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명품을 통해 개성을 추구하고 신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첫째 이유고 △한국 소비자가 가격에 대해 더욱 민감해져 명품을 찾으면서도 ‘과연 가격 대비 충분한 가치와 효용이 있는가’를 반문하는 경우가 느는 점이 둘째 이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소비자가 명품을 ‘남을 의식한 과시용’으로 구매하는 성향을 보여왔다. 이들은 명품 구매를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인식했다. 이 때문에 남이 고가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눈에 띄는 로고 혹은 라벨의 명품 제품을 선호했다.
이러한 태도는 놀라운 속도로 바뀌고 있다. 2011년 설문 결과, 응답자 중 45%는 “명품 소유가 전처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는 2010년 21%에서 크게 증가한 비율이다. 이를 통해 명품을 구매하는 한국인의 주요 관심이,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에서 개개인의 차별화를 위한 개성 표현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를 군중 속에서 돋보이게 하도록, 다른 사람이 소유하지 않은 독특한 명품을 점점 더 선호하게 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고액 명품 구매자’의 39%, 전체 응답자의 26%에 달했다. 이같이 소비자의 개성을 중시하는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명품 브랜드가 한국시장에 소개되고, 명품 브랜드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강한 개성 표현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하는 미우미우(Miu Miu)와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등이 한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이 그 예에 해당한다.
소비자는 명품을 더욱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사 결과 한국 소비자(특히 고액 명품 구매자)는 일본, 유럽 혹은 미국 소비자에 비해 아직까지는 정상가에 명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거보다 할인된 가격에 명품을 찾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정보 열람 및 해외여행 기회가 확대되면서 명품 가격 비교가 훨씬 용이해졌고, 그렇다보니 한국에서 지불해야 하는 ‘프리미엄 정상가’를 피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할인매장을 찾거나 세일기간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특히 제화 및 의류 구매의 경우가 그렇다. 실제 신세계 첼시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 매출은 2007년 이후 연간 37%씩 증가했으며, 대형 할인마트의 명품 매출 역시 당초 기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일본 뺀 아시아 시장이 명품 최대 시장
한국 온라인 명품 쇼핑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온라인은 명품산업에서 중요한 채널임에 틀림없으며, 실제 응답자의 40% 이상이 ‘명품 구입 전에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해서는 대체적으로 제품 정보만을 검색할 뿐, 실제 구입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여전히 많지 않다. 소비자의 명품에 대한 가격민감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매장 내 경험’은 여전히 중시되고 있다. 또한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할 때 진품 여부, 사이즈 및 서비스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반 명품 소비자는 가격에 더욱 민감하다. 특히 패션의류, 제화를 구매할 때 세일 가격을 찾는다.
향후 명품 산업을 견인할 핵심 시장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이다. 유럽, 미국 및 일본의 경우 고령에 소극적 성향의 소비자가 명품 주 고객층이다. 물론 일본은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연간 명품 매출이 90억달러를 상회하며, 심지어 지진 같은 천재지변에도 소폭의 감소세만을 기록했다.
한국 명품시장은 아직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성장 여력은 여전하다. 명품 업체들이 ‘기회의 창’을 십분 활용하는 동시에, 점차 심화되는 경쟁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5가지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소비자가 열광할 수 있는 혁신을 창출하라
대다수의 소비자, 특히 변덕스러운 젊은층은 더는 명품 ‘라벨’만을 보고 지갑을 열지 않는다.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지속적으로 촉발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상품 및 프로모션 차원의 지속적 혁신이 필수적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정의하라
새로운 명품 브랜드가 국내에 론칭하면 브랜드가 범람하고 브랜드 간의 이미지가 충돌하며 브랜드 이미지가 산만해질 수 있다. 소비자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브랜드 메시지’를 원한다. 왜 이 브랜드를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또한 전통성, 장인정신, 절대적 패션 감각 중 브랜드가 표방하는 바가 무엇인지 초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브랜드 관리가 필요하다.
▶VIP 고객에 대한 대우를 전격 차별화하라
명품시장에서 VIP 고객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VIP를 위한 획기적 제품 개발, VIP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 및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VIP 고객층 내에서도 소비 규모, 구매 장소, 빈도 등을 파악해 맞춤형 고객 관리가 필요하다. 상세한 고객 정보 분석력이 물론이고, 창의력 있게 고객 개개인에게 다가가 감동을 주는 VIP 고객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VIP 투숙객의 알레르기 체질을 파악하여 객실 내 침구를 차별화하는 일부 고급 호텔의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제품과 가격을 일종의 ‘포트폴리오’로 간주하라
고객층을 점차 다각화하는 동시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유지해야 한다. 다양한 고객층에 맞는 제품 및 가격대를 구축하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하되, 브랜드의 정체성이 희석되지 않도록 유념하라.
▶다양한 채널에 투자하라
채널 다각화를 위해 투자를 감행하되,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전세계 어디서나 반드시 동일한 브랜드 및 마케팅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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