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7월 힌국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왼쪽)이 태평양에서 미 해군 항공 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운데)와 함께 작전하는 모습.
한국의 해양 관할 범위는 12해리 영해(領海)의 경우 4만8117㎢(휴전선 이남 기준)이며, 경제가치가 있는 해역은 대륙붕 34만5000㎢, 그리고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44만7000㎢에 달한다. 한반도 전체 면적보다 넓다. 현재 한국은 이들 주변 해역 내의 대륙붕에 7개 광구(동해 1개, 서해 및 남해 각 3개)를 설정하고 있으며, 2006년 동해 울릉분지가 8번째 광구로 지정되었다. 1970년대부터 이들 대륙붕을 대상으로 40여 개 공에 걸친 해저자원의 시추, 탐사 작업이 이루어져 왔으며, 동해에서는 2004년부터 천연가스 생산이 시작됐다. 현재 서해와 제주 남쪽 해역의 분지에 석유 매장 가능성이 높은 각 2곳을 비롯해 5곳에 해저 유전구조가 분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동해에는 미래 청정연료로 각광받는 가스수화물이 대규모 매장돼 있다고 전망된다.
이뿐 아니다. 한국은 국가경제의 70% 가까이를 외국과의 수출입에 의존하는 나라이며, 대외교역의 무려 99.7%가 해상운송을 통해 이루어진다. 구체적으로는 동해에서 미국 및 아메리카 지역, 일본으로 이어지는 북방·한일항로를 통해 대부분의 수출입 품목과 곡물, 철광석을 비롯한 기간자원을 공급받으며, 남해에서 동남아시아, 아랍 등지를 경유하는 남방항로는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에너지자원 확보가 달려 있다. 다시 말해 해상교통로(SLOC)가 천재지변이나 외부 적대세력의 의도적인 차단에 의해 교란되거나 마비된다면 무역은 물론 식량, 에너지자원 수급이 중단되어 국가경제 전체가 파탄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해상교통로의 완전 차단상태가 15일을 넘길 경우 한국은 국가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잠재적 해양 분쟁 지역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해양안보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못하다. 우선 동해와 서해의 최장거리가 각각 350해리, 450해리에 불과할 정도로 좁다. 유엔 해양법이 규정하는 EEZ 범위가 200해리라는 점을 생각할 때, EEZ를 비롯해 한국 정부가 규정하는 해양 관할 범위는 상당 부분 중국, 일본에서 주장하는 범위와 중첩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둘러싼 잠재적인 해양 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2006년 9월부터 중국이 남해에서 한국의 이어도(마라도 남단 149㎞ 지점에 위치) 관할권 행사를 문제 삼는 것도 이를 배경으로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은 동해에서 수십 년 동안 독도의 영유권을 두고 일본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리고 한국의 북방·한일항로, 남방항로가 통과하는 해역들은 공교롭게도 북방 4개 도서, 센카쿠 열도, 대만해협, 남사군도 등을 불가피하게 경유해야 한다. 이들 지역은 당사국 간의 역사상 갈등, 군사적 요충지, 대규모의 해저자원 매장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분쟁지역이다.
이 같은 한국의 해양안보 환경을 고려한다면, 제주도의 군사·안보적 가치는 분명해진다. 지리적으로 제주도는 남해에 위치하지만, 한편으로는 동해와 서해를 연결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이는 제주도를 통해 한반도 주변 해역 전체로 나아갈 수 있음을 뜻한다. 오늘날 한국으로 향하는 선박 50%가 제주도를 경유하는 것도 이러한 지리적 특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독도와 서해 5도의 거점 기능이 각각 동해, 서해 이내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갖지만, 제주도는 이러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준다. 일본, 중국의 해군력이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접근하려 들 경우에도 제주도를 통해 동서 양쪽 방향에서 동시에 견제할 수 있다. 그리고 제주도는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 수송의 대부분이 걸려 있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해상교통로인 남방항로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