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8월 준공한 서울 중구 YG타워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서울 중심업무지구 한가운데 자리했다”는 광고문구로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지만, 시행사인 YGC가 자사 용도로 264㎡를 쓰는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입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리테일 부분도 분양과 임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6월부터 YG타워 사무실 매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실제 성사되는 거래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수요자 중심 시장
서울 도심권 오피스 시장 공실률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2011년 2분기 도심(Central Business District, 이하 CBD) 공실률은 13.5%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CBD 공실률보다 1.7%포인트 높다. 서울 평균(7.3%)의 두 배에 가깝고 강남(Gangnam Business District, 이하 GBD, 2.9%), 여의도(Yeido Business District, 이하 YBD, 2.3%) 지역 공실률을 합친 것보다 높다. 보통 시장이 안정적일 때 발생하는 자연공실률은 5%내외다.
CBD 공실률이 높아진 이유는 간단하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CBD에 공급된 연면적 2만㎡ 이상 ‘프라임 빌딩’은 10여 개 동 80만㎡에 달한다. 이 중에는 LG유플러스빌딩, 동국제강의 페럼타워 등 사무실을 ‘자체 소화’하는 빌딩도 있지만, 대부분은 임대를 주목적으로 한다.
물량이 쏟아지다보니 CBD 신규 빌딩 대다수가 임차인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종로플레이스는 전체 80%가량을 비워뒀고, 센터원 역시 전체 사무실 중 3분1 정도가 아직 임대되지 않았다. 이들 빌딩은 준공 이전부터 공격적으로 사전 마케팅에 나섰으나 마땅한 세입자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CBD 프라임 빌딩들은 ‘임차인 모시기 대작전’에 나섰다. 관행적으로 프라임 빌딩은 임대료를 내리는 대신 일정 기간 무상임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대료를 낮추면 훗날 빌딩을 매각할 때 건물 가치 평가에서 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통상적으로 1년 계약에 제공하는 무상임대기간은 1개월이었다. 그런데 최근 1년 계약 무상임대기간이 2개월, 심한 경우 3개월까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실질 임대료 인하 효과는 더욱 커진 것이다.
무상임대뿐 아니라 실제 빌딩 임대료 인하 움직임까지 보인다. 을지로 모 프라임 빌딩의 경우 임대 초기에는 평당 월 임대료가 13만원대였으나 현재는 10만원대로 떨어졌다. 심한 경우 평당 8만원대에도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한 임차인을 둘러싸고 여러 프라임 빌딩이 경쟁하기도 한다. 올 상반기 서울 중구의 시그니쳐타워와 101파인애비뉴 A동(미래에셋타워)은 SK건설을 둘러싸고 치열한 ‘임대전쟁’을 벌였다. SK건설은 프라임 빌딩을 임차해 서울 중구, 종로구에 흩어진 사무실을 한데 모으기로 결정하고, 유력한 후보로 중구 시그니쳐타워를 검토했다. 시그니쳐타워 측은 SK건설에 5년 임차에 25개월 무료 임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올 초부터 이웃한 미래에셋타워 측이 SK건설에 5년 임차에 17개월 무료 임대에다 건물 외벽에 SK건설 기업이미지(CI) 부착, 지하 구내식당과 시설 관리(FM) 업체 선정 권한 위임 등 조건을 제시했다. 결국 8월 말 SK건설은 미래에셋타워 입주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