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호

UFO 그 질리지 않는 미스터리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hanmail.net

    입력2011-09-21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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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서울 도심 청계천 상공에 UFO(미확인비행물체)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 인테리어 작업을 하던 김세현(41)씨가 우연히 촬영해 한국UFO조사분석센터에 의뢰했는데 이 센터의 서종한 소장에 따르면 솥단지가 뒤집힌 모양의 전형적인 UFO라는 것이다.
    • UFO, 그 질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탐구해봤다.
    UFO 그 질리지 않는 미스터리

    2003년 11월 수원 팔달산에서 촬영된 UFO.

    UFO가 많긴 많나보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전세계 언론에는 여러 건의 UFO 포착 뉴스가 보도됐다.

    ‘서울 도심 청계천에서 UFO 소동’‘미국 스포츠 경기 생방송 중 UFO 포착’‘중국 대낮 공항에 UFO 출현’‘영국 고속도로 상공 UFO 편대 출현’‘대전 UFO 추정 물체 포착’‘네스 호에 UFO 추락?’….

    태풍, 모래 폭풍, 대형 산불, 화산 폭발, 지진해일 등 자연재해를 찍은 영상에도 어김없이 UFO가 등장한다. 일본 동북부지방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촬영한 화면에도 당연히 UFO가 들어가 있다. 전쟁이 터진 곳에서도 UFO는 자주 출현한다. 만약 외계인과 UFO가 실존하는 것이라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외계인의 처지에서도 지구의 일상적인 풍경보다는 지진해일이나 전쟁과 같은 스케일이 크고 비일상적인 장면을 더 보고 싶어할 테니 말이다. UFO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장에도 나타났고 영국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장에도 출현했다. 이들 행사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이고 비일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외계인도 재해와 전쟁에 관심?

    UFO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듯이, UFO를 둘러싼 호들갑은 과학적 실체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사회적 현상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과학에 의해 설 토대를 잃어가는 종교를 대체할 무엇에 대한 갈망, 광활한 우주에 누군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 신기한 현상을 목격하고 싶은 열망이 결합된 산물일 수 있다.



    그러나 UFO 신드롬만으로 UFO에 대한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의 목격담은 “나는 봤다”라는 식이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환한 빛과 함께 UFO가 출현하고 곧이어 머리가 큰 외계인이 나왔다거나 외계인에 의해 UFO로 납치되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경험담은 책과 방송에서 무수히 재생산됐다. 그러나 대부분 객관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는 말에 그쳤다. 최근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꺼낼 수 있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됐다. 촬영된 사진이나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이에 따라 UFO를 사진이나 영상에 담아내는 건수가 늘고 있다.

    필자도 어릴 때 UFO를 실제로 본적이 있다. 지금도 생생한 기억 중 하나다. 할머니와 힘겹게 어느 산동네 계단을 올라 쉬고 있을 때였다. 파란 하늘에 군데군데 흰 구름이 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쪽에서 비행물체 여러 대가 나타나 하늘을 가로지르더니 픽 사라졌다. 비행기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속도였다. 내가 본 광경이 진짜 UFO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과학은 외계인에게 납치당한 이야기에 대해선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의사인 이브 래플랜트는 외계인에게 납치당했다는 사람들이 사실은 관자엽 간질 환자일 수 있다고 말한다. 관자엽 간질 환자들은 환각을 실제인 양 보고 냄새도 느낀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느낌을 받고 건망증도 나타낸다. 이들은 납치되기 직전 불빛이 번쩍이고 소리가 울리고 얼굴 한쪽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다 간질 환자의 증상이다.

    신경과학자 마이클 퍼싱어는 관자엽 간질이 있는 사람들의 뇌에 자기장을 걸어보았다. 그러자 환자들은 외계인이 어깨를 움켜쥐고 다리를 비트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퍼싱어는 관자엽 간질 환자들이 공중부양이나 유체이탈 경험도 한다고 말한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외계인 납치 경험자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약한 관자엽 간질을 앓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물론 실제로 납치된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사진은 믿을 만한가

    아무래도 목격담보다는 눈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더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최근 서울 청계천 상공의 UFO가 찍혔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구름 사이로 찍힌 희미한 물체는 꼭 비행하는 우주선처럼 생겼다. 적어도 자연물은 아닌 것이 확실해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UFO가 심심치 않게 찍히고 있다.

    이 사건을 특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이나 영상이 조작된 것이라면 어떨까? 디지털 사진 편집은 이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됐다. 그래서 이런 사진이나 영상이 화제가 될 때면 언론에서는 “합성한 흔적이 없다”는 사진 전문가의 의견을 곁들인다. 사진이 조작되지 않았다고 해서 찍힌 것이 진짜 UFO라는 의미는 아니다. UFO처럼 보이는 사진은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찍을 수 있다. 카메라의 초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UFO 그 질리지 않는 미스터리

    지난 8월 서울 도심 청계천 상공에서 촬영된 UFO.

    예전에 언론의 UFO 특집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던 사진이 두 장 있다. 둘 다 초점이 흐릿하긴 했지만 UFO가 뚜렷이 보인다. 한 장은 비행접시가 하늘을 나는 사진이고 다른 한 장은 석 대의 UFO가 빛을 발하며 편대 비행을 하고 있는 사진이다. 물론 사진 전문가들은 두 사진 모두 조작되지 않았다고 감정했다. 수십 년이 흘러 20세기 말에 들어서야 이 두 사진의 실상이 밝혀졌다. 하나는 장난감 비행접시를 실에 매달아놓고 초점이 안 맞게 흐릿하게 찍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유리창에 비친 불 켜진 전등을 바깥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것이었다.

    이렇게 초점을 엉뚱한 데 맞추거나 빛의 반사나 굴절을 이용하면 하늘을 나는 UFO처럼 보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먼 하늘에 초점을 맞추어놓고 렌즈 가까이에 장난감을 던지면서 셔터를 누르면 된다. UFO 사진 중에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낸 것이 많다.

    뜻하지 않게 UFO가 찍히는 사례도 많다. 풍경 사진이나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배경에 UFO가 우연히 들어오는 경우다. 연속 촬영을 했을 때 한 장에서는 나타났다가 다음 장에서는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게 짧은 순간에 말이다. 이런 UFO의 특징은 대개 흐릿하게 나온다는 점이다. 사실 이것은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작은 물체가 지나간 결과일 수 있다. 동영상 촬영 때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 경기가 벌어질 때 날개 달린 막대 모양의 UFO가 찍혔다고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날벌레가 카메라 앞을 지나가면서 찍힌 것이었다.

    사람은 온갖 것을 하늘로 날려 보낸다. 불을 붙인 등, 헬륨풍선, 열기구, 연, 기상 측정 기구, 장난감, 비행기, 로켓, 새로운 비행기구 등이 그것이다. 하늘에는 우주에서 떨어지는 인공위성과 로켓의 파편도 있다. 또 본래 하늘을 나는 것들도 있다. 새, 곤충, 얼음 결정, 유성 등이다. 전세계 수십억 대에 달하는 카메라에 그런 것들이 찍히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지금은 도시에서 보기 드믄 반딧불이가 밤에 나는 광경도 카메라로 찍으면 UFO가 된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유성이나 인공위성 파편이 높은 곳을 나는 새에 부딪혀서 방향을 바꾼다면 정말 멋진 UFO 비행 장면이 될 것이다.

    하늘의 UFO를 보는 다른 이유는 우리 뇌가 무질서한 것을 혐오한다는 점에 있다. 우리 뇌는 감각기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조합해 의미 있는 패턴을 만들어내는 데 익숙하다. 아무렇게나 찍혀 있는 점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뇌는 이 점들을 이어서 도형이나 글자를 만들어 보여준다. 우리가 익히 알거나 자주 본 무언가다. 어떤 정보가 빠져 있으면 뇌는 그 정보를 유추해 알아서 채운다. 우리 눈의 망막에는 시각 세포가 분포하지 않아 뇌로 시각 정보를 보내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그러나 뇌는 이것을 메운다.

    뇌의 이런 작용에 힘입어 우리는 시시각각 모양이 바뀌는 구름에서 UFO를 보곤 한다. 원반처럼 생긴 희귀한 구름이 나타나면 뇌는 실제 원반이 하늘을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기에 대신 UFO를 떠올린다. 원래 그곳에 없어야 할 무언가가 나타나면 UFO로 여길 수도 있다. 티 없이 파란 하늘을 나는 풍선, 기상 기구, 회오리바람에 말려 올라간 물건 등이 그렇다. UFO는 말 그대로 미확인 비행 물체를 뜻하니까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것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진짜 UFO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전세계의 수많은 UFO 사진 중에 구체적인 형태가 드러나는, 충분히 크고 선명한 UFO를 담은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5%는 진짜 UFO?

    UFO 목격담이나 사진의 95%는 이러한 착시 내지 조작으로 설명될 수 있다. 즉 깊게 따지고 들어가면 UFO가 아니라 확인된 비행 물체가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5%는 무엇인가? 나머지 중에 진짜가 있지 않을까? UFO를 음모론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어느 국가가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는 비행 물체가 훈련 비행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또 몇몇 사람은 고도의 과학기술을 지닌 외계인이 만든 비행 물체로 UFO가 실제로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

    UFO가 외계인의 우주선이라고 믿는 이들은 UFO의 놀라운 속도,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는 능력, 한순간 눈앞에서 사라지는 기술을 근거로 든다. UFO는 음속의 수십 배에 달하는 속도로 소닉붐도 일으키지 않으면서 난다. 우리가 아는 연료를 쓰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속도로 날다가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면, 탑승자들은 머리가 꺾일 텐데, 이들은 이런 걱정을 안 하는 듯하다. 그리고 UFO는 인간의 레이더나 인공위성 따위에 들키지도 않는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물리학 법칙을 깨뜨리는 것이고 이는 우리가 넘볼 수 없는 과학기술 수준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UFO 그 질리지 않는 미스터리

    2000년 10월 김병현 선수의 광고촬영사진에 UFO가 잡혔다.

    외계인 UFO 설을 믿는 이들은 나름대로 비행 원리를 추측한다. 신비주의 쪽으로 기우는 부류는 UFO가 이른바 레이선(Ley line)을 따라 난다고 본다. 레이선은 1921년 아마추어 고고학자 앨프레드 왓킨스가 제시한 것으로 고대 유적, 거석, 산맥을 연결하는 선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영력이 왕성한 지역들을 이은 선이다. 외계인이 이런 선을 모를 리 없다고 보는 것이다.

    UFO가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 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UFO가 내려앉았다고 추정되는 장소의 자기장이 주변 지역과 다르며 UFO가 지나갈 때 자기장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또 UFO가 자기장이 강한 곳에 주로 출몰한다고 본다.

    양력과 반중력

    이보다 좀 더 설득력이 있는 가설은 UFO가 회전력을 이용해 공중에 뜬다는 것이다. 고속으로 회전하면 양력(揚力)이 생기고 방향을 바꾸는 데에도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원형 비행접시에만 적용된다. 삼각형 등 다른 모양의 UFO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거대한 UFO가 공중에 떠 소리 없이 빠르게 날고 제자리에 멈춰 있으려면 지구의 중력을 극복해야 한다. 이런 반(反)중력을 일으키는 물질이나 장치가 있다고 추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중국의 한 농민이 만든 비행접시 사진이 해외토픽에 실린 바 있다. 몇몇 연구자는 더 진지하게 비행접시를 만들려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의 수브라타 로이 연구진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UFO 기술을 실현하려고 노력 중이다. 구체적으로 연료를 쓰지 않으면서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는 비행 물체다.

    연구진은 비행 물체의 표면에 전극을 붙여서 주변 공기를 이온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비행 물체에 설치한 전지나 태양전지 등을 통해 표면의 전극으로 전류를 흘리면 그 주변의 공기는 이온화해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전극은 이온화한 플라즈마를 주변의 공기로 밀어내고, 그러면 동체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전류를 어느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는다. 연료도 쓰지 않고 소리도 나지 않으면서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다. 또 방향도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 위로 올라갈 때는 아래쪽 전극으로 전류를 보내고 착륙할 때는 위쪽 전극에 전류를 보내면 된다.

    로이 교수는 비행접시 모양의, 이 날개 없는 전자기 비행체를 얼마든지 크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동체를 가볍게 하고 전력을 세게 내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이 비행체는 연료도 안 들고 이산화탄소도 배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UFO처럼 빨리 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정적으로 공기가 있어야 날 수 있으므로 공기가 없는 우주로는 날아갈 수 없다.

    로이 교수는 이 비행 방법에 특허를 신청했고 2009년 시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이 연구에 꽤 관심을 보였던 미국 항공우주국이나 국방부가 이 기술을 몰래 사들여 은밀히 시험비행을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토록 많은 카메라가 UFO를 찍었지만 아직까지 선명한 UFO 사진이 단 한 장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UFO가 너무 높이 떠서 고속으로 날아다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곧 해결될 수 있다. 카메라는 머지않아 세계 인구의 몇 배로 늘어날 것이고 성능도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매우 먼 거리에서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가는 피사체도 자동으로 포착해 선명하게 찍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말로만 다중 초점이 아니라 실제로 화면에 들어오는 모든 물체를 선명하게 찍는 다중 초점 기술도 개발될 것이다. 더욱이 인류는 지구 밖에도 거대한 망원경과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UFO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들의 사생활 보호가 지속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미지의 존재가 주는 자극

    늘어난 카메라는 하늘로만 향하지 않는다. 심해도 UFO가 숨을 곳이 못 된다. 구글 어스에 실린 바다 밑 지형, 심해 생물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인류는 바닷속을 선명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얼마 전 스웨덴 심해 탐험대가 침몰한 UFO의 잔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약 한 세기 전 저명한 물리학자 몇몇은 “물리학이 밝혀낼 새로운 것이 더 이상 없다”고 한탄했다. 이들이 틀렸음을 우리는 잘 안다. 아직은 전세계의 모든 카메라가 한날한시에 하늘 위에 떠 있는 UFO를 향해도 이 비행체를 선명하게 찍을 수 없을지 모른다. UFO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존재여부가 규명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주의 어딘가에 외계인이 존재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 가지 틀림없는 사실은, 미지의 존재는 과학의 발전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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