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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교수가 쓰는 ‘시대정신과 지식인’ ⑩

유신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구심점 함석헌, 참여민주주의와 생명운동의 기수 장일순

함석헌과 장일순

  •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kimhoki@yonsei.ac.kr

유신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구심점 함석헌, 참여민주주의와 생명운동의 기수 장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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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구심점 함석헌, 참여민주주의와 생명운동의 기수 장일순

1976년 3·1민주구국선언사건과 관련해 침묵시위를 하는 함석헌 선생.

함석헌의 사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씨(씨알)’의 사상이다. 그는 스스로를 씨알이라고 불렀다. ‘씨의 소리’라는 잡지를 냈으며, 씨알의 벗임을 자임하면서 씨알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함석헌이라는 이름이 다소 낯설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오십이 넘은 이들에게 그가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다. 흰 수염에 두루마기 자락을 날리며 권력을 준엄하게 꾸짖는 함석헌의 모습은 민주화운동의 상징 가운데 하나였다.

함석헌은 190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났다. 1916년 평양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고, 1921년 오산학교에 편입해 졸업했다. 1924년에는 동경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으며, 1928년 졸업해 오산학교 교사가 됐다. 1934~35년 ‘성서조선’에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 역사’를 연재한 그는 일제에 의해 두 번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45년 광복 직후에는 평안북도 자치위원회 문교부장에 추대됐으며, 소련군에 의해 다시 옥고를 치렀다.

함석헌은 1947년 월남했다. YMCA에서 강의를 하는 등 사회활동을 벌이면서 1956년부터 ‘사상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58년 ‘사상계’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를 발표해 큰 관심을 모았으며, 이로 인해 서대문형무소에 구금되기도 했다. 1962년 미국 국무성 초청으로 미국을 둘러본 다음 미국과 영국 퀘이커연구소에서 연구했다. 1963년 귀국해 왕성하게 글을 쓰면서 한일협정 반대 등의 사회운동을 주도했다.

1970년대는 함석헌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10년이다. 1970년 ‘씨의 소리’를 창간했고, 1974년 민주회복국민회의 시국선언, 1976년 3·1 구국선언 등을 주도해 유신독재에 맞서는 재야의 구심을 이뤘다. 그는 1979년 세계퀘이커회에 의해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으며, 1980년대 들어와서도 민주화를 향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 시대가 열리면서 1988년 ‘씨의 소리’를 복간한 그는 1989년 세상을 떠났다.

함석헌의 삶은 지난 20세기 우리 역사와 그대로 대응한다. 식민지 시대에 일본식 교육을 받았지만, 교사가 돼 독립운동을 벌였으며, 6·25전쟁 이후에는 씨알농장을 운영하면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함석헌은 장준하와 함께 산업화 시대 재야인사의 전형이었다. 재야란 말 그대로 벌판에 있음을 뜻하는데, 여기서 벌판이란 공적 기구가 아닌 민간 조직, 곧 시민사회를 이른다.



우리 사회 민주화 과정에서는 이 재야의 역할이 중요했다. 정치사회의 기본 구도가 정당 간의 대립보다는 정부와 재야 간의 대립, 다시 말해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대립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국가가 산업화를 주도했다면, 재야는 민주화를 이끌었다. 이러한 정치구도의 역사적 기원은 조선시대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6·25전쟁 이후 형성된 냉전분단체제로 인한 정치사회의 이념적 협소화, 독립운동으로부터 이어져온 사회운동의 활성화 등 다른 요인들 또한 이러한 구도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어떻게 해석하든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사회 민주화운동의 구심으로서 재야의 역할은 막중했다. 재야라는 말에는 권력에 맞서는 도덕, 권위주의에 맞서는 민주주의, 지배자에 맞서는 민중(씨알)의 뜻이 담겨 있었는데, 함석헌이라는 이름은 바로 이러한 도덕, 민주주의, 민중을 상징했다. 우리 사회 민주화 과정에서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이 ‘사회운동에 의한 민주화’라면, 그 사회운동의 맨 앞자리에는 언제나 함석헌이란 이름이 놓여 있었다.

고난사관(史觀)

전문적 학자는 아니었으나 함석헌은 그 누구보다도 많은 글과 책을 썼다. 도서출판 한길사는 함석헌이 쓴 글들을 모아 저작집 30권을 출간했다. 제1권 ‘들사람 얼’에서 제30권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 이르기까지 그는 전문적 학자들보다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였다

유신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구심점 함석헌, 참여민주주의와 생명운동의 기수 장일순

한국 생명운동의 선구자로 꼽히는 장일순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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