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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알리의 전쟁 ④

패배의 밑바닥에서 승리를 길어 올린다

  • 안병찬│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언론인권센터명예이사장 ann-bc@daum.net

패배의 밑바닥에서 승리를 길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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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시작되자 알리는 프레이저를 ‘톰 아저씨’라고 매도했다. 프레이저는 격분해서 달려들었다. 3년 반의 유형생활로 알리는 다리의 힘을 많이 잃어 춤추는 권투를 하지 못했다. 알리는 용감하게 싸웠으나 패했다. 프레이저는 소나기 펀치를 퍼부어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알리에게 난생 처음 패배를 안겨주었다.

이 대전의 흥행주인 페렌치오는 극장 흥행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복싱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는 경기가 끝나자 두 선수가 사용한 권투화, 트렁크(남자용 운동 팬츠), 가운, 권투장갑을 경매에 붙여 부수입을 올렸다.

두 선수는 이 대전에서 250만달러씩을 챙겼다.

/ 두 번째 패배 /

그 후 1971년 7월부터 1973년 2월 사이 1년7개월 동안 알리는 10번의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조지 추발로, 제리 쿼리, 프로이드 패터슨과 재대전을 벌여 모두 이겼다.



1973년 3월31일 알리는 해병대원 출신인 켄 노턴과 싸웠으나 12라운드에서 턱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심판 불일치로 두 번째 패배를 안았다. 그러나 반년 후에 열린 2차 대결에서는 켄 노턴을 심판 불일치 판정으로 꺾었다.

조 프레이저를 상대로 한 2차전은 반년 후에 열렸다. 그때 조 프레이저는 새로 떠오른 철권 복서 조지 포먼에게 넉 아웃을 당해 선수권을 빼앗긴 후였다. 알리는 12회전에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프레이저를 손쉽게 물리쳐 오스카 보나비아에게서 뺏은 북미복싱연맹(NABF) 선수권을 방어했다.

알리는 역사적인 복싱 경기를 수많이 치렀는데 그 가운데 극적인 대전으로는 세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조 프레이저와 처음 맞붙은 ‘세기의 대결(The Fight of the Centry)’이다. 두 번째는 조지 포먼과 대전한 ‘정글의 혈전(The Rumble in the Jungle)’이다. 세 번째는 조 프레이저와 삼판승부의 마지막을 다툰 ‘마닐라의 전율(Thrilla in Manila)’이다.

조 프레이저와 ‘세기의 대결’에서 지고 2차 대결에서 이긴 후에 알리가 치른 일생일대의 대전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정글의 혈투(더 럼블 인 더 정글)’이다. 당대에 가장 무서운 상대인 조지 포먼은 양 주먹의 힘과 파괴력에서 당할 상대가 없었다. 그는 켄 노턴과 조 프레이저 두 사람을 한 방씩에 매트 위에 누인 주먹의 소유자였다.

제1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글의 혈전’은 권투 흥행사(프로모터)인 돈 킹이 자이르의 모부투 대통령과 협상해 미화 1000만달러라는 전대미문의 대전료를 확보하면서 성사됐다.

알리는 포먼과 대전할 자이르 수도 킨샤사에서 아프리카 대중의 힘을 한데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알리를 향해 환호하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도박사들은 알리가 3대 1로 약세라고 점쳤다.

알리의 심산은 달랐다. 킨샤사의 더위 때문에 포먼과 싸우면서 자신이 내내 춤추는 권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로프타기’ 신기술을 쓰면 포먼이 자기를 몰아치다가 힘이 빠질 것이라고 계산했다. 이 작전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런 전략으로 무하마드 알리는 권투의 왕이 되고 아프리카인의 왕이 됐다(제1장 ‘정글의 혈전’, 제5장 ‘알리 현상의 파급’ 참조).

/‘마닐라의 전율’/

‘정글의 혈전’을 치른 이후 알리는 척 웨프너, 론 릴, 조 버그너 세 사람과 싸워 통합 선수권을 방어했다. 특히 척 웨프너와의 대전은 영화 ‘록키’의 모태가 된다. 당초 알리가 압도하리라던 예상을 깨고 웨프너는 9라운드에서 알리를 다운시켰을 뿐 아니라 15라운드 41초까지 끈질기게 버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대전을 지켜본 할리우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은 이듬해 집념의 백인 복서가 챔피언이 되는 영화 ‘록키’를 만들어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정글의 혈전’을 치르고 13개월이 지났다. 1975년 10월1일, ‘정글의 혈전’으로 이름을 드날린 흥행사 돈 킹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알리와 프레이저의 삼판승부 결승전을 열었다. 이른바 ‘마닐라의 전율’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결이다. 세상의 이목은 마닐라에 쏠리고 사람들은 이 대결이 어떤 싸움보다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알리는 프레이저가 한물간 복서라고 여겼다. 그는 예의 거칠고 빠른 입담으로 프레이저를 모욕하고 깎아내리고 헐뜯으며 신경전을 펴서 세상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내가 마닐라에서 고릴라를 잡으면 오싹할 거야, 소름 끼칠 거야, 죽일 거야.”

굳은 결의로 이 대전에 임한 프레이저는 알리의 선제 공세에 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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