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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자본주의의 실험은 계속된다

  • 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자본주의의 실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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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저자인 애덤 스미스가 여기에 잠들다.”

‘도덕감정론’이 그 유명한 ‘국부론’보다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도덕감정론’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은 딱 한 번 나온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만큼 사회적 책임이라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을 중요시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스미스는 평생 단 두 권의 명저만 남겼다. 이 때문에 어떤 이는 ‘도덕감정론’을 구약성서, ‘국부론’을 신약성서에 비유한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는 이기심의 효능을 강조했지만, 앞서 출간한 ‘도덕감정론’에서는 사람의 본성이 이타적이라며, 이타심이 없는 이기심의 위험성을 역설했다.

마르크스경제학의 일인자이자 ‘국부론’ 번역자이기도 한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이해하는 것과 달리 ‘국부론’은 시장만능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국부론’을 흔히 자유방임주의, 시장만능주의를 주장한 책으로 알고 있지만, 김 교수는 “특권층의 특권을 없애고 노동의 가치를 높게 본 책”이라고 했다. 그는 “국부론의 국부는 국민 전체의 부”라면서 “특권이 사라지고 모두가 정부 규제를 받지 않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방임의 의미”라고 설명한다.

스미스는 당초 중상주의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국부론’을 썼다. 중상주의 체제는 금과 은 등의 화폐를 부와 동일시하고, 화폐를 증대시키기 위해 국제무역에서 흑자를 낳는 정책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경제학이다. 중상주의 정책의 가장 큰 해악은 각 나라 국민 간의 연결고리가 되어줄 무역을 분쟁의 원인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데 있다.



창조적 파괴 통한 업그레이드

‘국부론’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고, 18세기가 저물기 전에 유럽의 주요 언어로 번역됐다. 19세기 전반까지 그의 뒤를 이은 경제학자들의 저작은 모두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스미스가 ‘국부론’을 발표한 후 곧바로 이를 계승, 발전시킨 경제학자가 데이비드 리카도와 ‘인구론’의 저자 토머스 맬서스다. 기껏해야 위대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적 대공황이 닥치자 ‘보이지 않는 손’의 위기대처 능력에 의문을 품고 궤도수정을 시작했을 정도다.

‘국부론’은 노동가치설을 처음 제시해 마르크스경제학의 탄생에도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 바로 ‘국부론’이다. 자본가들이 생산에 기여함이 없이 노동자들의 생산품 일부를 가져간다고 설명함으로써 마르크스의 ‘착취 이론’에 바탕이 됐다. 찰스 다윈이 ‘국부론’에서 큰 영감을 얻어 인류 역사를 바꾼 ‘진화론’을 발전시켜나간 것도 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에서 성공한 자본주의는 유럽대륙과 미국, 아시아로 전파됐다. 그렇지만 자본주의는 하나의 모델이 이식된 게 아니었다. 19세기 중엽까지 고립돼 있던 섬나라 일본이 경제 강국으로 떠오른 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는 종속이론의 비관적 예측을 깨뜨렸다. 공산국가 중국이 자본주의로 변신한 것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친화성’이라는 고전적 명제까지 흔들었다.

‘국부론’을 바탕으로 태동한 자본주의는 위기 때마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업그레이드됐다. 무너질 뻔한 순간도 더러 있었지만 자본주의의 토대는 당분간 확고해 보인다.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정책과 인간의 탐욕을 탓하라”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말이 이를 잘 대변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대기자는 최근 대기업과 정부의 경쟁을 그린 ‘파워 주식회사’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책을 펴냈다. 로스코프는 20세기 지구촌에서 벌어진 대투쟁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이었다면, 21세기의 큰 투쟁은 어느 버전의 자본주의가 승리할지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관건은 어느 버전이 성장에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많이 모방될 것인지다. 미국식 자본주의, 유럽의 안전망 자본주의, 중국식 자본주의, 인도와 브라질식의 민주적 발전 자본주의, 아니면 싱가포르와 이스라엘 같은 기업적 소국 자본주의? 실험은 지속될 게 틀림없다.

신동아 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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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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