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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⑪

약용 꽃의 대부, 노루귀·현호색·산자고

‘봄꽃, 천지에 약 아닌 게 없다’

약용 꽃의 대부, 노루귀·현호색·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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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속(양귀비)과에 속하는 현호색은 전통적으로 활혈거어약(活血祛瘀藥·혈액의 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제거하는 약)으로 분류된다. 대개 5~6월경 덩이줄기를 채취해 외피를 제거한 후 물에 넣고 끓여 내부의 색이 황색이 될 때까지 삶아서 말려 쓴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은 없다. 그러나 어혈약이므로 임신부나 출혈질환이 있는 환자에겐 신중하게 써야 하는 약이다.

현호색, 모르핀 능가한 진통효과

약용 꽃의 대부, 노루귀·현호색·산자고

현호색

동의보감에는 현호색의 효능을 “산후에 굳은 피로 인해 생긴 모든 병을 치료한다. 생리가 고르지 못한 것과 배 속의 뭉친 덩어리, 산후의 혈훈(어혈로 인한 어지럼증) 같은 여성의 혈병(血病)을 다스린다. 유산을 시키며 타박상으로 인한 어혈을 삭히고 파혈(破血)한다”고 적혀 있다. 또 “심통(가슴앓이)과 소복통(아랫배의 통증)을 신통하게 다스린다”고 했다.

본초강목에서는 “능히 혈중기체(血中氣滯)와 기중혈체(氣中血滯)를 풀어서 일신의 상하 모든 통증을 다스리는데, 그 쓰임이 적중하면 신묘한 효과를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사례가 몇 가지 있다.

“형목왕의 비(妃) 호씨가 메밀로 만든 면을 즐겼는데 자주 화를 냈다. 그러다 위에 병이 들었는데 가슴앓이가 심해 통증을 참아낼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의원들이 약을 썼지만 목구멍으로 약이 넘어가기 전에 모두 토하니 효과가 없었다. 덩달아 대변도 수일씩을 못 보았다. ‘뇌공포자론(雷公?煮論)’에 심통으로 곧 죽을 듯하면 급히 현호색을 써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이 현호색을 가루 내 따뜻한 술에 타 먹게 했더니 비로소 토하지 않았는데, 약이 들어가자 곧 변을 보고 통증이 사라졌다.”



“나이 50쯤 되는 이가 설사와 복통으로 곧 죽게 돼 관까지 맞춰놓았다. 그런데 그의 아들이 현호색 3전을 가루 내 미음으로 먹였다. 극심한 복통이 가라앉더니 일도에 통증의 10 중 5가 잡혔다. 이후 조리를 잘해 회복됐다.”

“한 사람이 병이 들었는데 몸의 반쪽만 통증이 극심했다. 내로라하는 의원들이 혹은 중풍이라 하고, 혹은 중습이라 하고, 혹은 각기라 해 약을 썼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의원 하나가 이는 기혈(氣血)이 응체(凝滯)된 탓이라 진단하고 현호색과 당귀 계피를 등분해 가루 내 따뜻한 술로 먹였더니 차도가 보였다. 얼마 뒤 병이 나았다.”

4월 초쯤 들판에 나가 이 현호색을 캤다. 마침 지나가던 남녀 한 쌍이 지켜보더니 궁금증을 못 참고 그게 뭐냐고 물어온다. 대충 이야기를 듣고는 그들도 좀 떨어져서 쭈그려 앉아 캐기 시작했다. 산과 들에서 뭘 캐거나 뜯거나 하는 일은 전염성이 강하다. 수십만 년을 지속했던 채집경제 시대의 유전자가 남아 있어서일 것이다.

현대의 약리적 연구에 의하면 현호색에는 15종의 알카로이드가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내복하게 되면 이 알카로이드들이 모르핀이나 코데인과 비슷한 효과를 내어 강력한 진통작용을 한다. 식초를 넣고 초(炒)하여 쓰면 알카로이드 용해도가 크게 높아진다. 전통적으로도 지통효과를 높이기 위해 현호색을 초초(醋炒·식초에 담그고 불에 볶음)해 써왔다.

현호색은 진통효과가 뛰어나지만 지속성이 있으면서도 독성이 없다. 급성통증에 많은 양을 써도 효과가 뛰어나면서 부작용이 크게 없고, 만성통증의 경우 오래 써도 그 효과가 일정하게 지속된다. 어혈로 인한 통증뿐 아니라 염증성 통증에도 쓰인다.

위궤양으로 출혈이 생겨 통증이 격심하고 대변색이 흑색이 될 때 현호색을 20g 정도 쓰면서 다른 어혈약을 배합하면 효과가 좋다. 현호색은 또 협심통을 멎게 하므로 단삼이나 도인 등을 배합해 쓰면 심근의 일과성 허혈증상이나 산소결핍증상을 개선하고 흉부의 발작성 통증과 압박감을 완화할 수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좌골신경통, 요추신경통, 삼차신경통 등 각종 신경통, 생리통이나 여성의 골반 내 만성 염증질환, 자궁염 등에도 효과가 크다. 꽃이나 잎사귀의 생김새가 현호색과 비슷한 산괴불주머니가 있는데, 덩이줄기가 없고 꽃도 노란색으로 핀다. 현호색이 지고난 뒤에 꽃이 피기 때문에 구별이 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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