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당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이철휘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포스코 정준양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며 악수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KAMCO의 생각은 달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KAMCO가 꾸준히 관리해오면서 매출 규모나 이익 등 재무성과가 사상 최대 수준을 달리는 중이었다. IB들은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의 상황과 가치는 몰랐다. 무역 중개 업무를 위주로 하는 다른 종합상사와는 달리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등 자원 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해외자원개발 시장이 들썩이는 시점이기도 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당시 이철휘 사장을 비롯한 KAMCO의 실무진은 “시장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대우인터내셔널이라는 매물 자체가 좋고 M·A 경험이 풍부한 KAMCO가 나서면 다른 대형 M·A 매물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KAMCO는 대우인터내셔널의 M·A를 부실채권정리기금 정리 기한인 2012년 11월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해서 KAMCO는 반대를 무릅쓰고 2009년 9월 대우인터내셔널의 M·A를 추진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만인 2010년 9월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1.M·A까지의 상황

회사 분할 후 채권금융회사협의회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기업개선 약정에 따라 원금상환 유예, 이자조정, 출자전환, 신규 금융지원 등 채무재조정 약정을 이행했다. 이후 KAMCO는 자금관리단을 파견해 채권금융회사협의회 구성원들 간 이견을 조정했으며 채무재조정 실행과 관련한 자구계획을 실천했다. 그 결과 대우인터내셔널은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다.
기업개선작업을 위해 KAMCO는 2004년 ‘경영개선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면서 최대주주로서 대우인터내셔널의 발전을 위해 최대한 지원할 것을 약속하고 회사의 정기적 경영 현황 설명, 사업계획 등에 대해 사전이나 사후에 협의 및 보고를 요구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영행위는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최대한 자율권을 부여했다.
이와 함께 KAMCO와 2대 주주(수출입은행), 외부 전문위원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된 경영평가위원회는 기업개선작업 이후 매년 초에 대우인터내셔널이 자체 수립한 경영계획을 참고하고 무역업 동향 등을 분석,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수익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정량 부문과 경영진의 역량, 책임경영체제, 위기관리능력 등을 중시하는 정성 부문으로 나눠 경영실적을 평가했다. 이런 방침은 자율 및 책임경영 문화 구축과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KAMCO는 대우인터내셔널 M·A를 위해 마스터플랜 수립, TF팀 구성 등 사전준비를 하고 2009년 9월부터 본격적인 M·A 진행을 시작했다. 국민 부담 최소화, 대상기업의 발전, 공정·투명·신속한 M·A를 원칙으로 해 공동매각협의회가 보유한 주식 중 전체 주식의 50%+1주 이상 최대 68.15%까지 입찰자가 인수를 희망하는 주식 수를 2단계 경쟁입찰 방식에 따라 매각하기로 했다.
KAMCO는 M·A 주간사, 회계 및 법무자문사 선정 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KAMCO 내부 임직원 2명, 대학교수로 이뤄진 외부전문가 4명, 공동매각협의회 소속기관인 수출입은행 직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M·A 주간사 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대우인터내셔널의 해외사업 부문 실사, 마케팅, 국내 산업 보호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M·A 주간사, 회계 및 법무자문사를 선정했다.
2010년 3월 예비 입찰을 거쳐 포스코와 롯데그룹컨소시엄이 참여한 5월의 최종 입찰에서 포스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9월 20일 대우인터내셔널은 3조3724억 원에 포스코에 팔렸다. 10여 년 만에 대우인터내셔널이 KAMCO의 관리를 벗어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