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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에서 지구 우주 생명의 기원을 만나다”

자연과학 공부 모임 ‘박자세’ 리더 박문호 ETRI 박사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서호주에서 지구 우주 생명의 기원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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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지구를 순례하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가스로 가득 찬 초기 지구의 대기에 산소를 내뿜어 푸른 지구를 만들었다. 즉 그 산소가 식물의 엽록체를 만들고, 생명활동을 촉진했다. 호주 샤크베이 지역의 살아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덕분에 과학자들은 35억 년 전에도 오늘날과 똑같은 구조의 생명체가 살았음을 알게 됐다. 샤크베이 지역이 195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심 5m 정도의 따스한 바다에서 푹신푹신한 스펀지 같은 외형을 하고 산소를 내뿜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보며 탐사대원들은 시공을 넘나드는 사색에 잠겼다.

‘그 바위(스트로마톨라이트)가 뿜어내는 공기방울을 통해 생명이 태어나고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마침내 나에 이르게 된 믿지 못할 사실로 한동안 생각에 잠기기에 충분하다.’ (‘서호주’ 가운데)

박 박사는 ‘서호주’ 책을 펼쳐 탐사대가 찍어온 시아노박테리아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에 서호주 땅이 붉게 보이는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자 물이 산소와 수소로 분해됐습니다. 초기 대양에는 철입자가 많았는데 물에서 분해된 산소가 대기로 올라가 철과 결합해 산화철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수억 년 동안 반복되면서 호주대륙은 모두 붉은 토양을 갖게 됐습니다. 호주의 호상철강상은 지구 철강 생산량의 80%를 차지합니다. 포항제철도 그곳에서 철강을 대량 수입하고 있어요. 호주의 시아노박테리아와 한반도가 그렇게 연결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포스코 회장에게도 보냈어요.”



박자세 회원들은 탐사를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행성 지구를 순례한다’라고 거창하게 표현한다.

“우주적 세계관을 갖고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행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합니다. 지구에 최초의 산소를 만들어준 현장에 가는 것이니 본래 우리의 고향에 가는 느낌을 갖는 겁니다. 미국항공우주국에 따르면 지구에서 화성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곳이 바로 서호주 카리지니 공원이라고 합니다. 만약 지구에서 화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그곳에 가면 돼요. 그러니 행성 지구를 느낀다는 말을 쓰는 겁니다.”

▼ 서호주를 탐사지로 정한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요?

“지구상에 35억 년 된 지층이 남아 있는 곳은 캐나다 북부 순상지대, 호주 서부 샤크베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인데, 샤크베이 쪽에 가장 넓은 지층이 분포합니다. 서호주는 또 완벽한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 완벽한 밤하늘은 무엇을 말하는 거지요?

“서호주에서 맑은 날 밤 완벽한 어둠 속에서 밤하늘을 보면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별 보기 좋은 곳으로 몽골 사막, 태평양 한가운데, 히말라야 산맥, 서호주를 얘기합니다. 건조기 때 서호주의 평원지역에서는 시야를 막는 장애물이 없어 180도로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컵라면 먹다 은하수 만나다

“서호주에서 지구 우주 생명의 기원을 만나다”

지난해 호주를 방문한 ‘박자세’ 탐사대원들이 거대한 바오밥나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박 박사는 ‘서호주’ 서문에서 별자리 구경의 묘미를 이렇게 적었다.

‘북반구에서 유일하게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은하인 안드로메다 갤럭시를 서호주에서 마젤란 성운과 함께 보다니,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소망은 이미 이루어진 거다. 호주를 다녀온 사람이 많으나 호주의 밤하늘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젤란 성운 하나만으로도 호주에 갈 만한 이유가 된다.’

▼ 마젤란 성운이 그토록 아름답습니까? 한국의 밤하늘에는 보이지 않습니까?

“마젤란 성운은 북반구에선 볼 수 없는 성운입니다. 서호주의 밤하늘에는 여느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사막의 어둠은 갑자기 엄습해옵니다. 10년 전 처음 서호주 사막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해가 질 무렵 혼자서 급히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옆구리가 이상해요. 가만 보니 은하수가 제 곁에 내려와 있는 겁니다. 그 느낌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그걸 한번 보셔야 합니다.”

▼ 은하수가 옆자리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요?

“밤하늘에 별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우리는 밝게 빛나는 별을 연결해서 별자리를 만들잖아요. 그런데 호주 원주민들은 별이 없는 어두운 점들을 연결해서 별자리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 의미를 아셔야 해요. 별이 너무 많아 별자리 찾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호주 사막에서 밤하늘을 본 사람은 평생 못 잊어요. 모든 인식이 다 바뀝니다. 우주에서 내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되며 원초적 우주 현상에 동참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 탐사의 목적이 지구의 기원, 생명의 기원, 우주의 기원을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그 목적을 달성했나요?

“그렇죠. 저는 10년간 호주를 세 번 방문하고, 태양계 내에서 행성 지구를 바라보는 관점이 생겼습니다. 자연과학의 학문적 업적을 체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자연과학을 통해서도 어떤 종교나 문학보다 더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탐사대원들도 탐사 과정에 만족감을 표시하나요?

“만족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요. 그곳에서, 절대 자연 앞에서 같이 울었어요. 완벽한 밤하늘을 보고 나면 그 잔영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평생 지워지지 않고 가슴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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