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그의 일과는 ‘성인식’이라는 노래로 한창 인기를 끌던 전성기만큼 바빠졌다. 서바이벌 형식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TVN 오디션 프로그램 ‘오페라 스타’ 덕이다. 치열한 경합 끝에 4강에 든 그는 3월 9일 방송에서 안타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기성 오페라 가수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가창력으로 청중과 평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속사에 따르면 그 뒤로 방송 출연 제의가 끊이지 않아 ‘신동아’와의 인터뷰 시간도 간신히 뺀 터였다.
“2월에 8집 앨범을 내서 공연도 하고 홍보도 해야 하는데 3월 초순까지 ‘오페라 스타’에 매달리느라 다른 데로 눈 돌릴 겨를이 없었어요. 이후에는 채널A 월화드라마 ‘굿바이 마눌’ 촬영으로 늘 스탠바이 상태고요. 그래도 바쁜 게 싫지 않아요. 절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거잖아요(웃음).”
낯을 가리는지 첫인사를 나눌 때까지도 굳어 있던 그의 안색은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시작하고 나서야 밝아졌다. 새 앨범을 낸 후 그가 언론과 정식으로 인터뷰하기는 이번이 처음.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그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묻자 “말을 잘 못해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성인식’에서 “나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라고 읍소하던 10여 년 전과 달리 서른 살 박지윤은 달변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말주변이 좋았다.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 데도 스스럼이 없었다.
“세월과 더불어 말솜씨도 늘더라고요. 예전에 저와 인터뷰한 기자들은 아마도 무척 곤혹스러웠을 거예요. ‘예’, 아니면 ‘노(No)’로 짧게 답해서요(웃음).”
힘들었지만 뿌듯함 안겨준 ‘오페라 스타’
많은 사람이 그의 데뷔 시기를 1997년으로 알고 있다. 그해 그가 ‘하늘색 꿈’이라는 발라드 곡으로 처음 무대에 얼굴을 내밀자마자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고교 1학년이던 그는 신비로운 마스크와 보컬로 단숨에 하이틴 스타로 등극했다. 하지만 그가 먼저 발을 들인 곳은 가요계가 아니라 안방극장이다. 그는 중학교 1학년생이던 1994년, ‘공룡선생’이라는 청소년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 연기를 어쩌다 하게 된 건가요?
“우연이었어요. 엄마 친구 중에 광고 일을 하는 분이 계신데 엄마에게 ‘지윤이 데뷔시켜보는 게 어때?’ 하고 제안하셨대요. 그래서 엄마가 1년 정도 고민하시다가 방송 관계자를 소개받았는데, 일이 굉장히 잘 풀린 케이스죠.”
▼ 가수가 된 것도 우연인가요?
“중1 때는 엄마가 매니저 노릇을 해주셨는데 제가 학교를 너무 자주 빠지니 많이 걱정하시더라고요. 저희 집이 좀 보수적이거든요.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성악으로 예고에 들어갈 준비를 했는데 운명인지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결국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잘 다니고 있었는데 엄마 친구 분이 재주가 아깝다고 ‘태원엔터테인먼트’라는 연예기획사를 소개해주셔서 연기자로 들어갔죠. 그러다 회식자리에서 우연히 제 노래를 들은 가요관계자가 연기와 가수를 병행하라고 권유하셨고 저도 노래하는 게 좋아 멋모르고 데뷔했는데 ‘하늘색 꿈’이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죠.”
▼ ‘하늘색 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가진 분이 많더군요.
“저도 그 당시에 같이 활동하던 또래 가수들이 성인이 돼서 옛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학창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 가수와 배우 중 어느 쪽에 마음이 더 가나요?
“둘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요. 가수는 내가 직접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써서 3,4분 안에 내 삶과 감정을 무대에서 표현해 대중과 소통하는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배우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캐릭터에 맞춰 표현해내는 것이라 때로 위험하기도 해요. 연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인물의 감정이나 캐릭터에서 헤어나기 힘들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연기를 놓고 싶지 않아요. 아직 연기로는 저 스스로 만족할 만큼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지 못했어요. 어쩌면 ‘굿바이 마눌’이 그런 작품이 될지도 몰라요. 촬영할 때마다 설레거든요.”
▼ 올 들어 TVN ‘오페라 스타’로 화제를 모았는데 이전에 오페라 출연 경험이 있나요?
“처음이에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천재 작곡가들이 지어서인지 아리아가 하나같이 격조 높고 아름다웠어요. 뮤지컬은 동적이고 활기찬 반면 오페라는 우아하면서도 정적이잖아요. 저한테는 오페라의 아리아가 더 잘 맞더라고요.”
▼ 우아한 느낌과 잘 맞는다는 건…?
“하하하.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아리아가 뿜어내는 클래식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