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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나를 위한 전문가 큐레이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쇼핑 않고도 ‘최적의 소비’… 신개념 서비스

  • 강현지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나를 위한 전문가 큐레이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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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많은 정보는 없는 것과 같다.
  • 정보는 넘쳐나는데 시간은 부족한 현대인. 이들을 타깃으로 한 상거래 서비스가 등장해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 큐레이션(Curation)을 통해 선별된 제품을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전달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이하 SubCom).
  • 소비자 편에 선 최초의 마케팅 대행이란 점에서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도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편집자>
나를 위한 전문가 큐레이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각종 화장품을 골고루 써보는 것이 취미인 직장인 A 씨. 대학생 때보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고가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졌지만, ‘간장녀’(과시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를 자처하는 그답게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비싼 제품을 살 생각은 없다. 하지만 회사생활이 바빠 화장품에 관한 정보를 예전만큼 열심히 찾을 짬이 나질 않는다. A 씨는 취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

Subscription Commerce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간단한 물건 하나를 사려고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 봐도 정보가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 이럴 때 누군가가 나타나 ‘당신에게 적절한 제품은 바로 이거야!’ 하고 추천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니즈는 최근 IT업계에서 불고 있는 큐레이션, 즉 개인화/맞춤화 바람이 전자 상거래에까지 전파되는 배경이 되었다. 이제 현대인은 영화, TV 드라마 등 콘텐츠 소비뿐만 아니라 물품 구입에서도 믿을만한 사람의 조언이나 추천을 참고해 자신의 상황과 취향에 딱 맞는 ‘맞춤화 소비’를 하고자 한다.

이런 소비자를 겨냥해 SubCom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상거래가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정기구독료를 지불하고 제품을 주기적으로 배송받는 서비스다. SubCom은 기존 신문이나 우유 배달 같은 고전적인 구독 서비스에서 한층 향상된 형태다. 전문가가 ‘나’만을 위해 선별한 제품들을 담은 상자를 집까지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즉, 전문가의 큐레이션과 개인별 맞춤화가 가미된 서비스라 하겠다.



미국에서는 화장품, 구두를 시작으로 액세서리, 의류, 면도기, 식재료, 커피, 장난감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다루는 SubCom 업체들이 생겨났다. 이 중 몇몇 눈에 띄는 업체는 벤처캐피털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 중이다. 국내에서는 ‘미미박스’ ‘글로시박스’등 화장품을 시작으로 이제 막 다양한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정보기술(IT) 시대에 기업들은 고객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빅 데이터’ 분석기술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에서 그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도 두드러지고 있다. SubCom은 최근 SNS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소셜 큐레이션 트렌드를 상거래에 접목한 모델이라는 측면에서 이목을 끈다. 소셜 큐레이션이란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온라인과 SNS에 쏟아지는 정보 중 질 좋은 콘텐츠를 엄선해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예전에도 추천을 통해 매출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은 많이 있었다. 데이터 분석의 강자인 아마존(Amazon)과 같은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고객의 과거 구매 이력을 분석해 추천 제품을 노출시키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SubCom은 단순히 소비자가 좋아할 것 같은 제품을 나열해 선택하라고 ‘숙제’를 안겨주기보다는, 실제 구입 의사가 있는 품목에 한해 제품을 선별해 구매까지 연결해줌으로써 소비자의 제품 구입 과정에 더 깊게 침투한다. 분석 시스템에 의한 추천보다는 지속적인 상호관계를 통해 내 취향을 잘 알만한 사람이 추천해준 제품에 더욱 신뢰와 애착을 느낀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도 SubCom은 기존 모델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물론 업체마다 운영 방식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SubCom은 구독자(Subscriber)와 공급자(Supplier)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한다(오른쪽 그림 참조).

SubCom은 구독자에게 일정 구독료를 받고 상품 박스를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박스 속 상품들은 구독자가 SubCom에 가입하면서 작성한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선별된 것들이다. 구독자는 상품을 사용한 뒤 SubCom 업체에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맘에 들지 않을 경우 반품하거나 구독을 중단할 수도 있다.

SubCom은 박스에 넣을 상품을 공급자로부터 제공받는다. 보통은 합당한 대금을 지불하고 제품을 확보하지만, 샘플을 위주로 하는 SubCom의 경우 마케팅 대행이라는 명목하에 무료로 물품을 제공받기도 한다. 제품을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받아올 때는 이에 대한 대가로 공급자에게 해당 제품에 대한 소비자 피드백 데이터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때론 이런 소비자 피드백 데이터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기도 하지만, SubCom의 주수익원은 구독자와 공급자 사이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다. SubCom은 ‘큐레이션’이라는 플러스알파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한 중개 역할만 하는 것에 비해 수익을 향상시킨다.

SubCom의 주고객층은 ‘가격’보다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꽤 괜찮은 제품을 골라 내 집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이나 시간 투자 없이도 만족스러운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다. SubCom은 이런 구독자와의 긴밀한 관계 구축을 통해 이탈을 방지하고, 장기적인 거래를 유지하면서 수익을 안정적으로 지켜나간다.

나를 아는, 나만을 위한 ‘선물’

그렇다면 SubCom이 고객과 공급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SubCom은 고객과 공급자, 둘 다를 돕는다. 우선 고객을 돕는 SubCom의 제공가치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여유 없는 소비자의 선택 돕기

SubCom은 일종의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다. 구독자가 시간과 돈을 허비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정보 수집이나 제품 구입 절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들이 구미에 맞는 제품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대신 물건을 구입해 집까지 배송해주는 것은 물론, 최신 트렌드나 제품 정보를 찾기 위해 각종 매체를 뒤적거리는 수고도 대신해준다. 소모적 생필품의 제품 구입 타이밍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끔 제때 제때 물건을 보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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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지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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