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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집 얹혀사는 어른’ 10년 새 91% 증가

3040 캥거루족 천태만상

  • 박은경│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부모 집 얹혀사는 어른’ 10년 새 91%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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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집 얹혀사는 어른’ 10년 새 91% 증가

손주를 키워주는 조부모를 위해 서울 서초구가 마련한 ‘할아버지 할머니 육아교육’ 현장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기인형을 놓고 기저귀 가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김효정 연구원은 “요즘은 부모 자식 사이에도 ‘교환이론’이 적용된다. 교환 가능한 자원(물질)이 있어야 교류가 된다. 그게 없으면 심할 경우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대전에서는 자신이 분양받은 아파트 구입 대금을 아버지가 대신 내주지 않는 데 앙심을 품고 말다툼 끝에 흉기로 아버지의 가슴을 찔러 숨지게 한 40대 양모 씨가 경찰에 잡혔다. 미혼인 그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지난해 8월, 울산에서는 30대 초반의 조모 씨가 “용돈과 생활비를 안 준다”며 부엌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기혼자인 그는 경찰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 어머니가 생활비를 주지 않아 짜증이 났다”고 진술했다. 부모에게 도움을 요구하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살인’이라는 패륜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존속살해 건수는 2008년 44건에서 2009년 58건, 2010년 66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의 70%에도 못 미친다. 일반 가정의 한 달 수입이 100만 원이라면 노인 가구 수입은 70만 원 미만이라는 의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34%가 일을 하고 있으며 그중 79.4%가 “생계비를 벌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곤궁한 형편에 자식까지 손을 내밀면 부모는 기댈 곳이 없어진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문제는 노인에 대한 자녀의 의존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 통계청이 지난 5월 내놓은 ‘장래가구추계(2010~2035)’에 따르면 자녀 또는 손자와 함께 사는 65세 이상 부모는 2010년 68만5000가구에서 올해 73만1000가구로 늘었고, 2035년에는 185만여 가구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캥거루족 자식 부양에 등골이 휘는 노인 부모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명진 교수는 “이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과거와 같은 높은 경제 성장이 어렵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현실에 맞게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수준에 맞춰 사는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개인의 부담을 국가가 덜어주는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공교육 부실을 사교육이 메우고, 산모의 산후조리는 고액이 드는 산후조리원이 맡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30, 40대는 자녀 양육과 산후조리를 노부모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국가가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머지않아 세대 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젊은층과 노년층의 가치관의 공유 및 소통을 추구하는 ‘YOU(Young Old Unite)’ 운동을 펼치고 있는 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 회장은 “부모와 자녀가 소통하면서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게 부모 의존형 캥거루족을 줄이는 길”이라며 “캥거루족 자녀를 둔 부모는 자식을 잘못 키웠다며 뒤늦게 후회한다. 가정교육, 부모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호하게 NO라고 말하라”

지난해 이탈리아에서는 “41세 캥거루족 아들을 집에서 내보내달라”고 법에 호소한 노부부가 화제가 됐다. 이탈리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들은 번듯한 직업이 있음에도 부모 집을 떠나지 않고 식사부터 세탁과 다림질 등 온갖 일을 부모가 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이탈리아 캥거루족 부모는 아들이 외출한 틈을 타 현관 자물쇠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장년층 캥거루족이 갈수록 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캥거루족 자녀와 부모의 갈등을 먼 나라 얘기라고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능력과 상관없이 자식한테는 최고의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 언제든 부모에게 손 벌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중장년층 자녀의 증가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이 제시하는 방법은 여섯 가지다. 첫째, 자식이 잘못한 것을 부모가 책임지지 말고 스스로 책임지게 할 것. 둘째, 자식은 부모에게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서 져야 할 의무도 있다는 걸 주지시킬 것. 셋째, 자녀를 경제적으로 언제 독립시킬지 부부가 미리 합의하고, 자녀에게 예고할 것. 넷째, 결혼한 자녀의 삶에 시시콜콜 간섭하지 말고 성인으로서 존중할 것. 다섯째, 독립한 자녀가 집을 방문할 때는 미리 연락해 허락을 받도록 할 것. 여섯째, 경제적 지원 문제로 부모에게 불평하는 자식이 있다면 단호하고 분명하게 ‘NO’라고 말할 것. 중장년층 캥거루족의 증가를 막는 첫걸음은 부모의 단호한 의지라는 뜻이다.

신동아 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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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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