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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나를 ‘스타 시인’으로 규정하지 마라”

10번째 시집 ‘북항’ 펴낸 안도현

  • 이소리│ 시인·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나를 ‘스타 시인’으로 규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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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에서 ‘北’은 복잡한 의미… 기호의 이중성
  • ● ‘널리 알려진 시인’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 ● 문학은 세상에 대한 연애편지
  • ●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은 맡고 싶지 않았던 자리”
  • ● “나도 정치인?… 도종환 시 빼려면 내 시도 빼라”
“나를 ‘스타 시인’으로 규정하지 마라”
시인 안도현이 지난 5월 열 번째 시집 ‘북항’을 펴냈다. 아홉번째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를 펴낸 지 4년 만이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이라는 범주에서 좀 멀리 벗어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최근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9대 국회의원이 된 민주통합당 도종환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하자 “내 시도 교과서에서 빼라”고 반발했다. 7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그를 만났다.

“나는 항구라 하였는데 너는 이별이라 하였다/ 나는 물메기와 낙지와 전어를 좋아한다 하였는데/ 너는 폭설과 소주와 수평선을 좋아한다 하였다/ 나는 부캉, 이라 말했는데 너는 부강, 이라 발음했다/ 부캉이든 부강이든 그냥 좋아서 북항….

-‘북항’ 몇 토막

▼ 4년 만에 시집이 나왔네요. 왜 ‘북항’입니까?

“복잡한 의미가 있습니다. 북항은 부산, 인천이나 목포의 실제 항구 이름이기도 한데, ‘북’이라는 글자가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무게가 있죠. ‘북(北)’이라는 한자에도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가 들어 있고요. 한국 사회에서 ‘북’이라는 한 글자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호의 이중성이죠.”



잠시 생각에 잠긴 안도현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 이번에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이라는 범주에서 좀 멀리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정리하자면 투명에서 불투명으로, 명징함에서 모호함으로 시의 위치를 이동시키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시집 교정지를 받아들고 보니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안도현은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에서부터 곤궁한 삶이 있는 현장과 역사의식이 담긴 시를 많이 썼다. 그 뒤 1990년대 끝자락부터 현실을 직접 시로 그려내는 것에 한발 거리를 두다가 이번 시집 ‘북항’에서 다시 우리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 시와 현실은 어떤 관계라고 보나요?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단순히 분노하거나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거나 정치적인 소재를 시에 끌어온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요. 제 작은 몸과 작은 이름으로 정권을 바꿀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궁리 중입니다.(웃음)”

▼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등과 함께 많은 독자를 가진 스타 시인인데요, 비법이 있습니까?

“모두 제가 존경하는 선배 시인입니다. 그들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지만, 그런 카테고리로 제가 규정되는 건 싫습니다. 어떤 울타리 안에 갇히는 느낌이 들어요. 각각 시인들의 특장과 단점을 세분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독자의 입맛에 맞는 시를 생산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안도현 시인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나던 해에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그때 시인의 부모는 안동과 예천 사이에 있는 풍산면소재지에서 가게를 했다. 가겟집 아들 안도현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키가 반에서 가장 작았지만 해마다 반장을 도맡았다고 한다.

▼ 모범적인 아이였네요?

“저희 어머님께 혹시 반장을 맡을 때 치맛바람을 일으키고 다니신 건 아닌지 여쭈어 본 적도 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남 보기에 얌전하고 모범적인 아이였어요. 가게에 딸린 작은 방이 하나 있었는데, 장남인 내 밑으로 사내 동생이 셋이 태어날 때까지 여섯 식구가 한방에서 살았어요. 저는 그저 착실하고 평범한 아이였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촌형이 대구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저도 전학을 갔어요. 고교 졸업 때까지 자취, 하숙생활을 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식구들과 떨어져 살면서 외로움과 그리움을 참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게 지금 내가 하는 문학의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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