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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나를 ‘스타 시인’으로 규정하지 마라”

10번째 시집 ‘북항’ 펴낸 안도현

  • 이소리│ 시인·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나를 ‘스타 시인’으로 규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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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자취… 외로웠다”

“나를 ‘스타 시인’으로 규정하지 마라”
▼ 개그맨 이경규 씨와 인연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대구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저는 문예반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부산지역 친구들하고 교류하다가 1년 선배인 이경규라는 ‘걸물’을 만났죠. 이경규 씨의 그때 꿈도 개그맨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가 하는 일은 무슨 일이든 배꼽을 잡게 만들었어요. 문학을 핑계 삼아 중국음식점 골방에서 고량주를 마시던 사이였죠.”

▼ 고교 졸업 후에는 전라도로 가셨죠?

“서울에 있는 모 대학 국문과에 문예장학생으로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걸 믿고 태연히 놀다가 예비고사를 봤어요. 서울지역 커트라인에 2점 부족하더군요. 그때 마치 망명하는 기분으로 전라도로 가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원광대 국문과 출신의 윤흥길, 박범신, 양귀자 같은 좋은 작가들은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고요. 그 이름 따라 경상도에서 전라도 전북 익산으로 건너왔다고 할 수 있죠.”



▼ 언제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까?

“저는 좀 일찍 시를 썼어요. 고등학교에서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부터 신춘문예에 응모하기도 하던 겉 넘은 아이였습니다. 제가 다닌 대건고는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각별하게 용서(?)해주던 학교였어요. 시인인 도광의 선생님이 우리를 지도해주셨는데, 지금도 이 학교 출신으로 문단에 나와 활동하는 선후배 문인이 많아요. 시를 쓰는 홍승우 서정윤 이정하, 소설을 쓰는 박덕규 권태현, 문학평론을 하는 하응백 등이 그들입니다.”

▼ 문학은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문학이 치열하고 열정적인 삶에서 태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은 생활 태도와 세상을 보는 눈, 책읽기가 어우러질 때 가능한 것일 텐데요, 저는 그것을 세상에 대한 연애 감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뜨거운 감정 없이는 단 한 줄의 글도 나올 수가 없어요. 어떻게 보면 문학은 세상에 대한 연애편지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전에는 문학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굳이 좋은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열심히 사는 데 더 관심을 가지라고 말하곤 했어요.”

▼ 1984년 전북 이리중 국어교사로 재직하다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었죠? 이후 5년 만에 복직했는데요.

“1980년대 저의 문학적 관심은 ‘골방의 문학’을 ‘광장의 문학’으로 이동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나’보다는 ‘우리’를, 한국문학의 여성적인 경향을 남성적인 힘의 문학으로 변화시켜보자는 생각도 했고요. 전교조 해직교사 시절에는 문학의 사회적인 기능이나 효용에 대해서 극단적인 태도를 취한 적도 있습니다. 문학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보고, 그렇게 될 때 문학은 현실 변혁의 수단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 당시에는 문학보다 더 절실한 게 너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학교에 복직한 이후에는 현실에 대한 저의 문학적 대응 방식이 좀 변하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너무 큰 것을 좇는 데 급급하지 않았나’ 하는 일종의 자기반성이 생겼어요.”

안도현은 해직기간에도 특별한 직업 없이 전교조 사무실에 출근했다. 그는 그때 심정에 대해 “나는 간간이 글이라도 썼기 때문에 덜 외로웠지만 다른 해직교사들은 많이 외롭고 아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복직 후 얼마 뒤 그는 교직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골방 문학’을 ‘광장 문학’으로

▼ 복직이 됐는데 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까?

“복직 이후에는 교육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여전히 보충수업을 해야 했고, 학교나 수업 구조를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도 없었어요. 참 많이 고민하고 힘들었어요. 문학은 자유로움이 생명인데, 교사라는 직업은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줬어요.”

그는 1996년 출간한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가 글만 써도 먹고살 수 있다고 부추겼다고 귀띔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생활에 대해서도 한마디 툭 던진다.

“학교에서 잡다한 일이 많지만, 가능하면 그것들로부터 멀찍이에서 가르치는 일과 저 자신의 글을 쓰는 일 이외에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전문

시인 안도현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서울로 가는 전봉준’과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등 수많은 시집을 냈다. ‘연어’ ‘관계’ 등 어른을 위한 동화도 많이 썼다.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사람’에 이어 ‘만복이는 풀잎이다’를 시작으로 그림동화책도 쓰고 있다. 그 가운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너에게 묻는다’였다.

“‘너에게 묻는다’는 갑자기 유명한 시가 되어 있더군요. 실은 해직 시절 저 자신에게 채찍질 삼아 쓴 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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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리│ 시인·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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