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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 넘어 ‘윈6’으로…자본주의 체질 바꾸기 실험

홀푸드마켓

  • 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윈윈’ 넘어 ‘윈6’으로…자본주의 체질 바꾸기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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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은 주중에

요즘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취지로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실천하는데, 홀푸드마켓엔 ‘주중 봉사’ 원칙이 있다. “주말에 봉사를 진행하면 직원들은 지역주민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갚는다고 생각하기보다 마땅히 누려야 할 주말을 포기하도록 강요당했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봉사활동을 주중에 진행함으로써 기업은 지역사회를 위해 직원들의 노동 시간을 할애하고, 직원들은 노력을 쏟아 부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지역 봉사가 아니라 모든 이해당사자를 위한 지역 봉사를 추구한 데서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많은 기업이 ‘가족 같은 동료’ ‘사랑하고 아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고 목표를 세우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홀푸드마켓에서 실천하는 것 중 쉽게 시도해볼 만한 것이 있다. 모든 회의를 ‘자발적인 감사 표시’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누군가와 함께 했던 의미 있는 일을 공유하거나, 동료가 베푼 호의나 환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별한 사건이 없었더라도 어떤 이의 성격이나 성품 중 좋아하고 존경할 만한 것을 찾아 말하기도 한다.

처음엔 당연히 어색할 것이다. 가끔 기분이 언짢을 때는 그런 것마저 의무감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나 홀푸드마켓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감사의 뜻을 전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자신도 누군가가 베풀었던 친절이 생각나 알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말한다. 회의는 대개 판단하고 평가하는 시간이다보니 직장인에겐 누군가의 약점을 드러내는 시간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런데 회의를 감사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하면 “평가의 공간이던 직장이 애정의 공간으로 바뀐다”는 게 홀푸드마켓이 경험으로 확인한 사실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많은 기업이 투자자는 물론 고객과 직원의 소중함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급업자들과는 여전히 ‘갑을관계’가 분명하다. 홀푸드마켓 역시 수년 전까진 다른 이해당사자들에 비해 공급업자들에게 소홀했다. 2007년 일부 공급업자를 초대한 자리에서 “홀푸드마켓이 우리를 다른 이해당사자들과 동등하게 대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급업자들과 윈윈 파트너십을 창출한다’는 홀푸드마켓의 여섯 번째 핵심가치는 이 일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관건은 핵심가치를 어떻게 실천하느냐다. 큰 기업에 납품하는 업자들은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감을 안고 산다. 납품 물량이 한 기업에 집중될 때 더욱 그렇다. 홀푸드마켓의 경우 전체 구입 물량의 30%를 식품 유통업체인 UNFI(United Natural Foods Incorporated)에서 조달한다. UNFI에도 홀푸드마켓은 전체 매출의 36%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다. 겉으로는 두 기업이 상호의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동안 증권가엔 “홀푸드마켓이 자체 유통에 나설 경우 UNFI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당연히 UNFI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매키 CEO는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그런조짐이 엿보였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거래를 끊을 생각이 없으면서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마치 그럴 것처럼 불안감을 조장한 것이다. 뒤늦게 자신이 추구해온 ‘윈6’은 물론 ‘윈윈 파트너십’에도 해롭다고 판단한 그는 한번에 10년 계약을 맺고 5년마다 갱신할 사항을 협의하기로 했다. 그는 “공급업자 역시 소중한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최상의 관계를 맺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밀턴 프리드먼과의 한판

매키 CEO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에 빛나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논쟁을 벌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프리드먼이 사망하기 1년여 전인 2005년 마련된 한 토론회에서 프리드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주주 이익 극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드먼은 “기업이 투자자의 이익을 높이려는 수단으로 고객과 직원, 그밖에 다른 자선활동에 신경 쓸 수는 있으나, 일자리 제공, 차별 철폐, 환경오염 줄이기 등을 진지하게 기업의 책임으로 여긴다면 순수하고 완전한 사회주의를 설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매키 CEO는 기업이 이익 추구 이상의 목적을 세워야 하며,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기업도 이익이 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이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닌 것처럼, 기업도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홀푸드마켓은 질 좋고 영양이 우수한 음식을 공급해 지구상 모든 사람의 건강과 복지, 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가 높은 수익을 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래야만 이 같은 사명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도 기업이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익만 좇아서는 전체 시스템의 건전성을 살필 수 없으며, 고객만족, 직원행복, 지역사회의 지지가 없는 단기적 이윤만으로는 장기적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은근하게 지속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그를 가리켜 “자본주의 확신범”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홀푸드마켓은 착한 기업이라기보다 영리한 기업이다.

신동아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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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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