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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사 이태형의 별별 낭만기행

女神 사랑한 영웅 쫓는 밤하늘의 자객

가을의 진객 궁수자리&전갈자리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女神 사랑한 영웅 쫓는 밤하늘의 자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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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神 사랑한 영웅 쫓는 밤하늘의 자객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밤하늘에 빛나는 것들 중 달만큼 정감 가는 존재가 있을까. 언제나 포근하게 밤을 밝히는 달은 우리에게 위안이 돼왔다. 특히 9월에 뜨는 한가위 보름달은 1년 중 가장 밝고 정겹게 느껴지는 달이다. 높이 뜬 보름달을 보며 우리는 고향을 생각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과 연인의 얼굴을 떠올린다. 눈부셔서 쳐다볼 수 없는 해에 비해 달은, 구름만 방해하지 않는다면 어디서나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변해가는 달을 보며 세월을 느끼고 우주의 조화를 경험한다. 그래서 달은 가장 오래된 자연의 시계였다. 비록 지금은 해에게 시간의 척도 구실을 빼앗겼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달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로마 황제 율리우스 시저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빠져 이집트에 오래 머물지만 않았다면, 달은 시간의 척도 구실을 좀 더 오래 유지했을 것이다. 오늘날의 양력은 시저가 이집트에 머물며 그 유용함을 깨닫고 전파한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달을 좋아한 건 아니다. 달에 대한 감정은 나라와 문화권에 따라 크게 달랐다. 우리 민족에게 달은 토끼가 살고 있는 친숙한 밤 친구였다. 보름달이 뜨면 처녀들이 모여 강강술래를 부르며 춤을 췄고, 달빛 아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반면 우리는 그믐밤을 무척 두려워했다. 우리나라 전통 귀신들은 예외 없이 그믐밤에 등장한다. 처녀귀신, 총각귀신, 달걀귀신, 몽달귀신, 심지어 도깨비도 달이 없는 그믐밤에 나타난다고 믿었다.

한가위 보름달이 뜨면



女神 사랑한 영웅 쫓는 밤하늘의 자객
우리와 달리 서양에서 보름달은 무서운 존재였다. 서양인들은 춥고 사악한 기운이 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달에 늑대인간이 산다는 오래된 믿음에서 비롯됐다. 서양에선 보름달이 뜬 밤에 혼자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자연스럽게 보름달 밤에 귀신이 나타난다고 생각하게 됐다. 드라큘라나 늑대인간 같은 서양 귀신들은 보통 보름날 밤, 달이 가장 높이 뜨는 자정 무렵에 등장한다.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국적이 의심스러운 귀신이 등장할 때가 있다. 보름달을 배경 삼아 나타나는 처녀귀신이라니!

서양인들이 보름달을 싫어하는 것은 ‘블루문(blue moon)’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다. 블루문이란 같은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의미한다. 음력의 한 달은 29일이나 30일이기 때문에 양력으로 1일에 보름달이 뜨면 마지막 날인 30일이나 31일에 보름달이 한 번 더 뜨게 된다. 기분 나쁜 보름달을 한 달에 두 번이나 봐야 하는 이들의 심정이 좋을 리 없다. 따라서 블루문은 주로 ‘우울한 달’ ‘기분 나쁜 달’이란 의미로 쓰였다. 서양 통계에 따르면 보름날 범죄율이 더 높다고 한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보름달이 잠재된 범죄 심리를 자극한다고 해석한다. 우리나라엔 보름달과 범죄율의 상관관계에 대해 특별히 조사된 게 없지만, 아마도 보름날 범죄율이 다른 날에 비해 높진 않을 것 같다.

토끼와 늑대인간 외에도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달의 모양은 다양하다. 포효하는 사자, 옆으로 기어가는 게, 악어로도 본다. 아리따운 여인의 얼굴을 달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 내 생각엔 알밤 까먹고 있는 다람쥐가 가장 그럴듯한 상상이 아닐까 한다.

한가위 보름달과 정월 대보름달 중에 어느 달이 더 클까. 달은 지구 둘레를 약간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따라 돌기 때문에 같은 보름달이라도 지구에서의 거리는 최고 10%까지 차이가 난다. 따라서 지구에서의 거리에 따라 조금씩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같은 날짜라도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한가위 보름달과 정월 대보름달 중 어느 게 더 크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가위 보름달이 정월 대보름달보다 더 크다고 말하곤 하는데, 한가위 때 사람들의 마음이 좀 더 여유롭고 풍요롭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만 정월 대보름달은 겨울에 뜨기 때문에 한가위에 비해 더 높이 뜬다. 해는 여름에 가장 높이 뜨고, 해와 정반대에 있는 보름달은 겨울에 가장 높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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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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