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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대한민국 인본(人本)기업 | 한화그룹

“사람은 비용이 아닙니다”

2000명 정규직 전환 ‘의리 경영’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사람은 비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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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력 고용안정 효과

비정규직 문제에는 남녀 편차가 있다. 남성보다 여성 비정규직 비율이 더 높고, 같은 비정규직 내에서도 여성의 임금이 더 적다. 한화그룹이 정규직으로 전환한 근로자 중 약 60%(1200여 명)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그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사내 보육시설 등의 복지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 육아 때문에 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이런 복지 혜택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한화의 정규직 전환은 여성 고용안정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한화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인원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회사는 한화호텔앤리조트다(총 704명). 이 회사 이상열 인사팀장은 “결과적으로, 정규직 전환 당시 처음 우려했던 것에 비해 부담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의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우리 그룹의 ‘비정규직 이후 정규직 전환 비율’이 본래 꽤 높은 편이었다. 자녀 대학 학자금 지원을 제외하면 연차에 따른 복리후생 차이도 크지 않은 편이었고. 하지만 직원 처지에서는 ‘단 5%의 계약 해지 가능성’도 불안했던 것 같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 후 불안감이 해소되니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그것이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 이직률이 크게 떨어졌고 그렇다보니 재고용을 위한 교육비용도 줄어들었다.”

▼ 이후에는 정규직 채용이 늘어났나.

“실질적으로는 비정규직 채용이 없어졌다. 이전에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꺼리던 인재가 많이 몰린다. 우수 인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정규직 전환이 기업에 이익을 안겨준 것이다.”

▼ 인건비는 증가하지 않았나.

“물론 인건비도 비용이다. 하지만 사람을 비용으로만 봐서는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 다른 기업들도 과감히 발상의 전환을 해보길 권유한다.”

▼ 올해 한화그룹 전체 채용 규모가 줄어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채용은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경기가 안 좋으니 채용 규모가 줄 수밖에 없다. 또한 정규직 전환으로 이직률이 낮아지면서 채용 규모가 줄어든 경향도 있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입사

한화그룹은 2012년부터 업계 최초로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채용전제형 인턴제도’를 실시했다. 자기소개서, 면접, 합숙 과정을 거쳐 선발한 후 고교 졸업과 동시에 한화그룹에 입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고3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나서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남보다 먼저 질 좋은 일자리를 예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13년에는 516명, 2014년에는 371명이 이 제도를 통해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고2 때 채용이 결정되다보니 입사를 포기한 채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학생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화 갤러리아 백화점에 근무하는 박혜민 씨는 올해 열아홉 살이다.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서…”라며 수줍게 웃는 표정에서 앳된 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한 박씨는 2011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디자인고 패션디자인과에 진학했다. 2년 전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한화 고교 인턴제도에 지원했다. 그는 “같은 반 친구 10명이 지원했는데, 3명이 최종 합격했다”며 웃었다.

“사실 공부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대학에 진학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 없었어요. 만약 한화에 채용되지 않았다면 지금 고등학교 친구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전문대를 다니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쨌든 이런 조건에서 이런 월급을 받고 일하는 건 쉽지 않았겠죠.”

오전 9시 20분부터 백화점 폐장시간인 오후 8시 반까지, 한두 시간을 빼고 하루에 꼬박 10시간을 서 있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박씨는 연신 밝은 표정이었다. “중학생, 초등학생 동생이 있어서 부모님 부담이 큰데, 손 안 벌리고 돈 버는 것이 좋다”는 그는 “지금 열심히 사니까 미래에 대한 계획도 치밀하게 세울 수 있다”는 속 깊은 이야기도 했다. 박씨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한다”며 “지난달 엄마에게 용돈으로 50만 원을 드렸다”고 수줍게 자랑했다.

한화그룹은 고교생 채용 규모 확대에 따른 인력 육성책으로 지난해 3월부터 ‘한화기업대학’을 운영한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나선 고졸 사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경희대사이버대와 함께 운영하는 이 ‘사내대학’은 정원 600명, 3년제 비학위 과정으로 운영된다. 전공은 금융, 호텔경영, 건축, 기업실무, 경영 등이다.

박씨도 올 초부터 사내대학 수업을 듣는다. 그는 “평상시에는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듣고 정기적으로 경기도 가평 연수원에 가서 강연도 듣는다. 오늘 아침에도 숙제하라고 문자가 왔다”며 “사내대학을 이수한 경력을 바탕으로 나중에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 내 능력으로 대학에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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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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