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호

매년 사내커플 탄생 ‘사랑이 꽃피는 회사’

인터랙티비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5-01-21 1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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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마케팅 전문 벤처기업 (주)인터랙티비 직원들의 표정은 밝다, 전날 대판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면. 이 회사는 5년 이상 장기 근무자가 70%를 넘는다. 직원들은 사장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 회사 문성운 대표의 경영철학도 ‘사회에 공헌하고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이다.
    매년 사내커플 탄생 ‘사랑이 꽃피는 회사’

    문성운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이 사내 도서실에서 책을 보고 있다.

    국내 IT(정보기술) 업계에선 ‘3년 근속이면 장수(長壽)’라고들 한다. 그만큼 이직이 잦다.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리느라 야근이 잦은 데 비해 처우와 근무여건이 나쁘다는 불만이 많다.

    그러나 (주)인터랙티비는 10명 중 7명 이상이 5년 이상 장기 근무 직원이다. IT 회사인데 직원끼리 시 낭송도 하고, 독후감을 돌려 읽으며 ‘글이 잘 나왔다’고 격려한다. 동호회 스터디 모임도 많아 임직원 간 스킨십도 자연스럽다. 대부분의 회사가 꺼리는 사내 커플이 매년 최소 한 쌍 이상 ‘대놓고’ 탄생한다. 이걸 두고 직원들은 ‘사랑이 꽃피는 회사’라며 자랑한다.

    2001년 창립한 인터랙티비는 유무선 광고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마케팅 전문기업. 100여 명의 직원이 국내 최대 제휴 마케팅 플랫폼 ‘아이 라이크 클릭’과 위치기반 소셜커머스 ‘딩동’, 개인 미디어 마케팅 플랫폼 ‘아이 라이크 스폰서 애드’ 등을 통해 디지털 마케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 벤처 회사다. 연매출 200억 원을 올리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이 회사 문성운(48)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회사 설립 초기 5년간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만들어나가는 만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매일 출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고난의 행군’ 동지들

    인터랙티비가 ‘사랑이 꽃피는 회사’가 된 연유를 추적하려면 문 대표의 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던 문 대표는 2000년 벤처회사 투자 심사 업무를 하다가 한 벤처회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이직했다. 이직한 회사가 투자 유치에만 치중하자, ‘돌아오라’며 오매불망 기다리던 이전 직장에 재입사하려 했다. 그때 이 벤처회사 직원 12명이 문 대표를 붙잡았다. 문 대표 스스로도 ‘재입사할 면이 안 선다’며 직원들과 아예 벤처회사를 차렸다.

    당시 문 대표의 회사는 ‘홈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거실 TV로 방문객을 확인하고, 냉장고 바깥에 붙은 LCD 화면에 냉장고 속 음식물의 정보가 공개되는, 주거 환경과 IT를 융합한 ‘스마트 라이프’를 구현했다. 배우 이영애가 휴대전화로 가스 불을 끄던 옛 아파트 광고를 떠올리면 된다. 2004년 3월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청사 1층에 들어선 ‘유비쿼터스 드림 전시관’(U-드림관) 실무 작업을 맡은 이도 문 대표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홈 네트워크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막상 뛰어들어보니 건설회사, 시행사, 부동산업계 등 홈 네트워크 시장의 내부 사정이 복잡하더라고요. 그래서 미래를 대비해 우리가 특화할 수 있는 유무선 마케팅 사업을 하기로 방향을 틀었죠.”

    2000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지만 2004년에야 제대로 매출 실적을 냈다. 직원 10여 명은 그 기간 동안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등 ‘외도’를 해야 했다. 생계를 생각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주력사업’에만 매달릴 수 없었다.

    “돈이 없어서 몇 만 원짜리 기술 서적 사는 것도 며칠씩 고민할 정도였어요. 결국 그 시절 직원들과 함께한 ‘고난의 행군’이 지금의 ‘사랑이 꽃피는 회사’를 만든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신입사원 첫 과제는 독후감

    그래서일까. 인터랙티비는 IT 회사로는 드물게 독서와 인문학을 강조한다. 회사는 매월 직원들의 요청이 많은 책 10여 권을 사 도서실에 비치한다. 인문학과 소설 중심의 ‘라이브러리 도서실’과 기술·디자인 서적 중심의 ‘디자인 도서실’도 만들었다. ‘디지털 도서관리시스템’을 만들어, 언제든 직원들이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하게 했고, 대출과 반납도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 읽은 책에 대해 독후감을 써 다른 직원들과 공유한다. 요즘은 드라마 히트에 힘입은 ‘미생’ 만화판과 조정래 장편소설 ‘정글만리’가 인기라고 한다.

    신입사원이 입사하자마자 하는 일도 ‘독후감 쓰기’다. 문 대표가 책 한 권을 사서 읽어보라고 하면 신입사원은 2주일 뒤 독후감을 써 도서관리시스템에 올린다. 선배 직원 누구나 독후감을 읽다보면 신입사원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돼 이들을 회사에 적응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직원 누구나 자신이 읽은 책을 요약해 자유로 독후감을 올리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도 많은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문 대표가 독서 바람을 일으켰다면 직원들은 돛을 올린 형국이다. 10년 근속한 양은식 차장은 “주로 인기 도서 리스트를 검색해서 책을 고르다보면 누가 많이 읽었는지 알 수 있어 은근히 ‘독서 경쟁’이 된다”며 “독후감을 본 동료들과 토론을 자주 하면 조직 유대감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 회사에는 새로운 유무선 트렌드 관련 스터디 모임을 비롯해 외국어 스터디, 볼링 등 각종 동호회도 활성화해 있다. 스터디 모임이 필요한 책을 신청 하면 지원해준다. “권당 5만 원쯤 하는 기술 서적은 개인이 사기에는 적잖이 부담되는데 회사가 대신 사주니 무척 고맙다”는 게 양 차장의 부연 설명.

    매년 사내커플 탄생 ‘사랑이 꽃피는 회사’

    지난해 12월 17일 ‘연탄배달 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한 인터랙티비 임직원들.

    IT 업무 특성상 밤을 새우며 집중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가정에 소홀하거나 건강을 해치지 않게 배려하는 독특한 복지제도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미혼자는 생일, 기혼자는 결혼기념일이나 배우자 생일 중 하루에 특별휴가를 쓰도록 했다. 특별휴가일이 되면 회사는 꽃바구니와 외식상품권을 주면서 축하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한다. 근속 5년마다 장기근속휴가 5일과 150만 원의 휴가비도 지급된다. 사용처는 불문.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면 배도 출출하고 다음 날 정시 출근도 은근히 걱정된다. 인터랙티비는 야간근무자에게 식사와 별도 음료, 주전부리를 제공하고, 야근으로 쌓인 피로는 ‘지연근무제’를 통해 어느 정도 덜어준다. 가령 직원이 밤 11시 50분에 퇴근하면 다음 날 출근 시간은 오전 11시 50분으로 자동 설정된다. 상사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특히 연차가 낮은 직원들에겐 이런 ‘효자상품’이 없다.

    올해로 5년 장기근속자가 된 김정호 과장은 “입사 전 이직을 두 번 했는데, 인터랙티비는 문 대표의 마인드나 회사 정책이 직원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며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 오래 근무하고 싶은 회사”라고 말했다. 또 “5년 근속 휴가비 150만 원을 결혼할 여자친구에게 줬더니 무척 좋아하더라”고 자랑했다.

    연탄배달 송년회

    인터랙티비 설립 초기엔 직원 평균연령이 20대 중후반이었는데, 장기근속자가 늘면서 지금은 30대 초중반으로 올라갔다. ‘직장맘’도 함께 늘었다. 이들에겐 출산·육아휴직이 기본으로 주어지지만 그래도 육아는 버겁기 마련. 그래서 직장맘들은 오전 8~10시 출근, 오후 5~7시 퇴근 등 아이 돌보는 상황에 맞게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정하게 했다. 이른바 ‘직장맘 탄력근무제’다.

    입사 7년차 허윤숙 과장은 “37개월, 11개월 된 아들 둘을 키우는데, 저녁에 집안일이 많아 8시 출근, 5시 퇴근제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장기근속 직장맘들은 탄력근무제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회사 여직원은 전체 직원의 35% 정도.

    인재들이 편하게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여건은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 협업이 많은 IT업종 특성상 직장 동료와 책을 읽고, 시를 낭송하고, 스터디 활동을 하면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면 시너지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그렇다고 자사 직원들만 챙기는 건 아니다. 인터랙티비는 2009년부터 매년 연말 ‘연탄 배달 봉사 송년회’를 한다. 서울의 수은주가 영하 12도로 뚝 떨어진 지난해 12월 17일에는 서울 관악구의 한 서민동네를 찾아 연탄 5000장을 날랐다. 직원들은 봉사활동을 마치고 사우나에서 목욕을 한 뒤 인근 호프집에서 조촐한 송년회를 열었다. 2008년까지는 연예인을 초청하는 등 다양한 송년회를 했는데,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뭔가 좀 허전하더라는 게 문 대표와 직원들의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입사하자마자 연탄배달 봉사에 참여했다는 김태영 사원은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봉사에 나섰는데, 이내 굵은 땀방울이 맺히면서 몸과 마음이 훈훈해졌다”며 “그 동네 할머니가 ‘고맙다’며 끓여준 어묵 국물을 마시면서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더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호프집에서는 수고한 직원들을 위해 문 대표가 직접 색소폰 연주를 했다는데, 그의 연주 실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직원들은 소이부답(笑而不答)했다.

    인터랙티비는 매년 쌀 기부, 헌혈, 사회복지법 후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과 함께 디지털 마케팅 회사인 만큼 ‘e기부’에도 앞장서고 있다. 유니세프, 하트하트재단과 함께 기부용 위젯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는가 하면, 2012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22차 세계재활협회(RI) 세계대회 마케팅 지원과 무료 홍보에 나서 공로상을 받았다.

    이러한 봉사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12월 대한민국 세종 나눔봉사대상에서 유엔봉사대상(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상)을 받기도 했다.

    인터뷰 | 문성운 (주)인터랙티비 대표

    “우리 이익 위해 누군가에게 스트레스 주긴 싫다”


    매년 사내커플 탄생 ‘사랑이 꽃피는 회사’
    문성운 대표에게서 기업인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업인 특유의 카리스마와 절제미 대신 순박하고 솔직한 인상을 준다.

    -사회공헌활동도 많이 하네요.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게 ‘자가 발전’하는 것이 기업으로서 최고의 사회공헌이죠. 우리가 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사회공헌활동으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우리의 이익만 좇으면서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건 원치 않아요. 회사도, 직원도, 사회도 윈-윈하는, 동반상승하는 회사로 만들어야죠.”

    -기업의 ‘갑(甲)질’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 직원들과 자주 토론해요. 우리도 일을 하다보면 ‘갑’이 될 때도, ‘을(乙)’이 될 때도 있죠. 그러니 상대방의 처지에서 보고, 우리가 남에게 ‘갑질’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해요. 시집살이 많이 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그러하듯, 우리도 은연중에 갑질을 배우지 않도록 경계해야죠.”

    -사내 복지제도도 다양해 보입니다.

    “직원 평균연령도 높아지고, 10년 이상 근속자도 열댓 명은 됩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젊었을 때 중요한 건 돈보다 경험’이라고 말해요. 인생에 투자하라는 거죠. 그런데 그 시기에 제일 많이 있는 공간은 회사잖아요. 그러니 회사가 즐거워야 ‘인생 투자’도 잘되고, 책을 읽어야 인문학적 대화도 잘되죠. 대화가 너무 잘돼서인지 지금까지 사내 결혼 커플이 12쌍 나왔습니다(웃음).”

    -직원들이 문 대표와도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거 같아요.

    “책도 함께 읽지만,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같이해요. 가끔씩 저녁에는 ‘호프 데이’ 하면서 얘기를 듣고요.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게 결국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거잖아요. 1차 소비자인 직원들 생각을 들어야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얻습니다. 회의하면 처음 20분쯤은 직원들 개인사 얘기하면서 정서적 교감을 한 뒤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도 그래서죠.”

    -올해 회사 비전은 뭔가요.

    “우리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아시아 시장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 중역이 되고, 그 중역들이 후배들을 키우는 멋진 회사를 만들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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