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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근대문화유산 되살린 군산

  • | 군산=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르포〉 근대문화유산 되살린 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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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주민회의 열려

군산우체국 인근 우체통 거리에 놓인 폐우체통을 활용한 조형물(위)과 군산 지역 예술단체 ‘채움’의 미술수업에서 지적장애인들이 그린 그림. [홍중식 기자]

군산우체국 인근 우체통 거리에 놓인 폐우체통을 활용한 조형물(위)과 군산 지역 예술단체 ‘채움’의 미술수업에서 지적장애인들이 그린 그림. [홍중식 기자]

월명동 구영5길에 자리한 공예품 판매·체험장 ‘소풍’에는 퀼트, 인형, 레이저 공예품, 매듭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소풍’은 군산 지역 공예인과 월명동 주민 10명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구도심 일대에서 각자 공방을 운영하던 공예인들이 군산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볼거리와 공예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1년 전 설립했다. 최윤정 대표는 “모두 우리 조합원들이 정성 들여 만든 공예품으로, 주말에는 관광객들로 매장이 북적인다”며 “‘메이드 인 차이나’는 없다”며 웃었다. 

구도심 중앙사거리 인근 군산우체국 골목길로 들어서면 상점마다 그 앞에 우체통이 하나씩 놓여 있다. 우체통에는 재미난 캐리커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안경점 앞에는 안경 쓴 꼬마배달부가, 미용실 앞에는 스카프에 핸드백을 든 새초롬한 여성이 그려진 식이다. 일명 ‘우체통 거리’라 불리는 이곳은 군산시가 주력하는 도시재생사업 지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다. 

도시재생으로 관광객이 늘자 이곳 주민들은 시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동네 재생’에 나섰다. 전라도 일대를 돌며 폐우체통을 수거해왔고, 군산 지역 예술가들이 재능 기부로 폐우체통에 그림을 그려줬다. 지난해 8월 우체통 설치 이후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이 우체통 거리로까지 놀러와 군산의 새로운 명소가 됐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이곳 주민들은 최근 군산시와 경관협정을 맺고 자발적으로 마을 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 사업을 기획·진행하면 시가 경관법에 따라 일정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도란도란우체통거리경관협정운영회 배학서 회장은 “주민들이 매일 오후 모여 홍보영상 제작, 온라인 홍보, 손편지쓰기대회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미동에는 지역 예술가 예닐곱 명이 ‘채움’이라는 미술단체를 결성해 빈 병원 건물을 작업 및 전시,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건물주인 의사 부부가 신도심으로 병원을 이전하면서 이 지역 예술가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개방했다고 한다. ‘채움’은 구도심에 예술적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역 어린이들이나 지적장애인들에게 미술 수업을 제공하고, 이들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연다. 우체통 거리의 폐우체통에 그림을 그려준 것도 ‘채움’의 예술가들이다. 월명동의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24시간 불을 밝히는 작은 윈도 갤러리 ‘따숨’을 만든 것도 이들이다.


“여기 사는 게 재밌어졌다”

군산 월명동 영화시장 골목. 군산시는 올해 청년 창업가들과 함께 쇠락한 영화시장 살리기에 나선다. [홍중식 기자]

군산 월명동 영화시장 골목. 군산시는 올해 청년 창업가들과 함께 쇠락한 영화시장 살리기에 나선다. [홍중식 기자]

군산 구도심 주민들은 협동조합과 경관협정 등에 주도적으로 나섬으로써 도시재생사업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월명동 일대에서 진행된 도시재생선도사업이 올해 마무리되고 군산시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 째보선창 쪽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길영 군산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군산시의 노력이 마중물을 붓는 것이었다면 앞으로 군산 도시재생의 성패는 주민들 손에 달렸다”며 “주민들도 이 점을 잘 알고 다양한 자생(自生)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11개 단체 200여 명 주민으로 구성된 군산시도시재생선도지역주민협의회 박성근 회장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계속 선보임으로써 마을을 발전시켜나가자는 주민들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매주 회의하며 여러 시도를 꾀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협동조합 ‘소풍’에 지역 주민들까지 조합원으로 참여한 것도 자생 노력의 일환이다. 협동조합에서 난 수익을 마을을 유지·발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체통 거리의 경우 건물주와 운영주(이 마을에선 세입자란 표현 대신 운영주라 한다)가 함께 마을 살리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동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미경 씨는 “지난해 여름 뙤약볕에서 다 함께 우체통을 설치하고 거리를 청소하며 이웃들과 새록새록 정이 들었다”며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미용실 손님이 느는 것은 아니겠지만, 마을 살리기를 계기로 주민들이 가깝게 교류하면서 여기서 사는 게 더 재밌고 즐거워졌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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