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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쟁

  • | 문보영

역사와 전쟁


지구는 우주를 믿을 수 없었다

우주를 보려면 우주보다 커지거나
우주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화장실에서 X가 본 낙서는 다음과 같다

<당신은 왜 한 달에 한 번씩 엘리베이터에 갇히죠? 갇히는 사람이 왜 하필 당신이죠?>

우주의 입장에서 지구는
맞추어지지 못한 채
침대 아래 굴러다니는
잃어버린 큐브였고



지구는 돌았다
열심히
열심히
제 몸뚱어리를
돌렸다

끊임없이 현실을 조달받아야 했다

문보영

● 1992년 제주 출생
●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 수상
● 2017년 시집 ‘책기둥’으로 제36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신동아 2018년 2월호

| 문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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