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호

한형선의 ‘우리집 푸드닥터’

건강 주춧돌, 장벽(腸壁)

미생물로 사수하라!

  • 입력2018-02-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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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익한 미생물이 줄어든 장은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노인 중에는 만성설사나 변비로 고생하는 이가 많은데, 이를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기다 영양섭취가 올바로 되지 않아 기운이 떨어지고 감기 등 감염성 질환에 노출되면서 갑자기 폐렴이 와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노화란 미생물의 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죽음의 80%는 대장에서 시작된다’ ‘노화는 대장에서 시작된다’는 말은 그만큼 평소 장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잘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덥다고 차가운 음료나 음식을 지나치게 먹거나 조금이라도 상한 음식을 잘못 먹게 되면 함께 들어온 유해 미생물의 침범으로 장염 등 질환이 찾아오기가 쉬워진다. 특히 환절기에는 소화 기능과 면역 기능이 약해지므로 소화·흡수를 돕는 전통 발효음식인 된장, 청국장, 김치, 동치미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식초를 넣어 무친 봄나물 등도 미생물의 활동에 도움이 된다. 유익한 미생물이 힘을 잃지 않도록 잘 관리함으로써 장내에서 유익한 미생물이 지속적으로 우세한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질병이든지 치료를 위해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미생물의 회복’이다. 몸 안의 미생물을 어떻게 원래대로 회복시지를 중심에 둬야 우리 몸의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한 여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약국을 찾았다. 이 학생은 얼굴을 내놓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과 팔 등 전신에 심한 아토피 증세로 고통받고 있었다. 



    서울의 한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이었는데, 혼자 자취하면서 불규칙한 식생활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아토피가 심해진 주원인으로 보였다. 심해진 아토피 때문에 휴학하고 집에 내려왔다고 한다.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려면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 자가면역질환이나 면역 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은 면역세포가 밀집해 있는 장의 건강 상태와 매우 관련이 크다. 장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유익한 미생물이 잘 살 수 있도록 미생물 균총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한 점막으로 이뤄진 장 방어벽을 튼튼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 자꾸 구멍을 내는 것들이 있다. 각종 식품첨가물과 방부제, 인스턴트식품, 항생제 등 화학의약품으로 인해 장 점막에 상처가 나면 우리 몸의 방어벽이 무너져 면역의 혼돈 상태가 발생한다. 

    많은 과학자가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발병하는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 그 원인을 항생제로 인한 장내 세균총의 변화 때문으로 추정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따르면 우리 면역계는 장내 세균총과 함께 발달하는데, 항생제로 인해 세균총에 변화가 생기면 면역세포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바뀌면서 음식 알레르기에 민감해진다고 한다. PNAS는 “특히 3세 미만의 아이에게 항생제를 많이 쓰면 장내 세균 집단에 문제가 생겨 비만이나 알레르기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화학적 치료의 한계

    장, 특히 소장 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면역 기능을 정상화하는 첫 번째 일이다. 장내 유익 미생물을 원래 상태로 환원하는 일은 장 기능을 회복하면서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유하는 가장 핵심적인 일이다. 

    대학생 아토피 환자에게 준 음식 처방의 핵심은 미생주스다.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과일당과 장 점막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여대생은 미생주스로 몸을 회복한 뒤 몇 개월 후 학업에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치료의 기본이 미생물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에 화학적인 약으로 치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음식을 통한 치료가 중요한 것이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의 미생물 연구 책임자는 “장 점막에 붙어사는 미생물과 점막에서 활동하는 면역세포의 대화를 알아낼 수 있다면 질병의 대부분을 정복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미생물과 세포는 어떠한 언어로 소통할까? 한국어? 영어? 아마도 그것은 파동으로 전달되는 느낌의 언어일 것이다. 

    이 느낌의 언어는 내가 믿는 신이나 하늘에 간절하게 기도를 올릴 때, 아픈 가족의 회복을 기원할 때, 가족을 위해 정성으로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손끝에, 사랑하는 연인들이 마주할 때 마음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는 소리로 내는 말보다 훨씬 진실하다. 

    미생물은 생명체이기에 우리 말을 알아듣는다. 우리 몸에서 보내는 느낌이나 감정을 알아듣는다는 뜻이다. 옛날에 배앓이를 하면 할머니나 어머니가 손으로 배를 쓸어주었다. 부드럽게 배를 만지며 보내는 기별을 배 속 미생물은 아마 알아들었을 것이다. 나 또한 환자들을 위한 치유음식을 만들며 미생물을 위한 기도를 한다. 조물주가 우리의 육체 건강을 위해 보내준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미생물이 아닐까 생각하므로. 

    “내 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꼬마 난쟁이 내 친구들아. 내 몸을 건강하게 지켜줘서 고마워. 내 몸을 건강하게 해준 것처럼 우리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좋은 약도 만들어주면 좋겠다.”

    한형선의 음식치유 노트
    프로바이오틱스를 기억하자!

    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면역세포가 성장하며 활동하는 곳이다. 장내 유익한 미생물이 감소하면 각종 알레르기 질환을 비롯한 면역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경우 식생활 습관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고농도의 유익한 미생물, 프로바이오틱스를 추가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우리 인체 내 미생물을 이해하려면 다음 세 가지 용어를 기억하는 게 좋다. 먼저 유익한 작용을 하는 살아 있는 미생물인 유산균을 포괄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 몸에서 인체 면역력을 높이고 점막을 강화하며 유해균의 침범을 막아내는 등 많은 일을 한다. 요구르트 유산균, 낙산균, 청국장균, 된장균, 김치균 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로 올리고당이나 식이섬유 같은 유익균이 좋아하는 먹이를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라고 한다. 장내 유익한 미생물을 번식시켜 미생물총을 튼튼하게 만드는 유익균의 먹이다. 장 건강을 위해서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영양원인 프리바이오틱스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생물이 먹이를 먹고서 만들어놓은 물질을 바이오제닉스(Biogenics)라 한다. 바이오제닉스는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 비타민A·C·E 등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생산 물질처럼 우리 인체에 직접 작용하는 물질로, 면역 기능을 촉진하고 항산화 및 생리 활성 작용을 한다. 생활습관병 치료나 대체의료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을 통칭하는 개념으로도 쓰인다.

    IP 유익한 미생물이 하는 일
    ◦ 장 상피세포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 장 상피세포의 간극을 견고하게 해 장벽을 강화하고 유해물질 유입을 억제한다.
    ◦ 장 점막에서 증식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장 점막을 통과하지 못하게 한다.
    ◦ 면역 조절과 항염증 작용, 자가면역성 질환(Th1, Th2)을 조절한다.
    ◦ 장 점막에서 바이러스, 유해균의 점막상피세포 부착을 방해한다.
    ◦ 비타민 B2, B3, B5, B12, 비오틴, 비타민K 등 다양한 비타민을 생산한다.
    ◦ 마약성 물질과 유사한 기전을 가지고 통증 감소 효과를 낸다.
    ◦ 장의 연동운동을 정상화하고 숙변을 제거해 변비 및 설사 치료를 한다.
    ◦ 대장 독소가 간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아 간 보호와 간경화에 필수적 역할을 한다.
    ◦ 발암 물질에 붙어 발암 물질을 무력화하는 항암 작용을 한다.
    ◦ 김치 유산균은 암 환자의 통증을 감소시킨다.
    ◦ 김치 유산균, 양배추김치, 오이지 등에 있는 균은 장벽에 유해균이 붙는 것을 억제한다.


    치/유/레/시/피
    미생물 살리고 장 점막을 튼튼하게! 미생주스

    미생주스는 장 속 미생물을 살리고 장 점막을 튼튼하게 하는 음식이다. 특히 국균이 들어가 한국인의 장에 맞춤이다.

    재료 
    다시마 10x10cm 2장, 건표고버섯 2~3개, 배 1개, 물 2L, 원당 30g, 미강(또는 고두밥) 2g, 죽염 2g, 복합유익균(유인균) 2g, 칼라만시 원액 또는 파인애플즙 약간. 

    배에는 사과산 주석산 시트르산 등의 유기산, 비타민 B와 C, 섬유소 지방 등이 들어 있다. 
       특히 배 껍질에는 비타민 A가 가장 많이 들어있다. 따라서 배는 껍질째 썰어 넣고 끓인다. 
    표고버섯에는 점막 강화 성분이 많다. 특히 장 점막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베타글루칸(다당류의 일종으로 

       면역증강작용을 하며 효모의 세포벽, 버섯류, 곡류 등에 존재)이 들어 있다. 
    다시마의 미끈미끈한 성분은 ‘뮤신’으로, 장 점막을 튼튼하게 해준다. 

       특히 인체에 필요한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다. 
    천연 원당은 일반 설탕과 달리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이 우리나라 전통 음식에서 뽑아내고 세계 미생물 특허를 낸 

       복합유익균(국균)을 사용하자. 한국 사람에게는 우리 전통 음식에서 뽑은 균이 최고 좋다. 
       보통 원재료 무게당 0.1% 비율로 사용한다. 
    칼라만시는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향긋한 꽃과 매끈한 잎, 

       그리고 열매로 사랑받고 있다.

    만드는 법
    1 물에 다시마, 버섯, 배를 넣고 끓인다. 배는 껍질째 넣는다.
    2 1번 끓인 물 850ml을 유리병에 담고, 여기에 천연원당 150g을 녹인다. 
       약 15brix로 맞춰 발효시키면 발효 후 약 12brix(잘 익은 과일 당도) 정도가 된다.
    3 2번에 복합유익균 2g, 죽염 2g, 미강(또는 고두밥) 2g을 넣는다. 
       미강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발효가 강하게 일어나니 주의한다.
    4 20℃를 전후한 실온에서 사흘 정도 발효시킨 후 10℃ 이하 김치냉장고에서 7일 정도 
       숙성시키거나 37~40℃에서 하루이틀 발효시킨 후 10℃ 이하 김치냉장고에서 약 7일 숙성시킨다.
    5 마실 때 칼라만시나 파인애플즙 등을 첨가한다.


    ※브릭스(brix)란 액체에 녹아 있는 설탕의 질량을 가리키는 단위. 12brix란 75g의 물에 25g의 설탕이 녹아 있는 것을 뜻한다. 40brix 이상에선 미생물이 사멸하고, 20brix 이상에선 발효가 천천히 진행된다. 10brix 이하에선 발효가 빨리 진행돼 변질 또는 식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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