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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해충돌방지법’ 추진 박선아 한양대 교수

“국회의원 부동산 사익 추구, 강력 처벌해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이해충돌방지법’ 추진 박선아 한양대 교수

  • ● 거래 내역 실시간 공개
    ● 소유 부동산 모두 신탁, 직무 관련성 심사, 이익 환수
    ● 퇴임 후 5년까지 재산 등록
    ● ‘비밀’뿐 아니라 ‘정보’ 이용한 수익 실현도 금지
    ● 위반 시 벌금·실형 선고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적 이익추구를 금지함으로써 직무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것.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최근 입법예고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 제정 목적이다. 권익위는 8월 말까지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연내에 정부안을 확정,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권익위는 2013년에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해충돌방지법안) 제정을 추진한 일이 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에 대한 내용이 전부 빠졌다. 해당 법 이름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로 바뀌었다. 이후 5년여간 사실상 방치돼 있던 ‘이해충돌 방지’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온 건 올 1월. 손혜원 무소속 의원 주변인이 목포 지역 부동산을 집중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이후 다른 의원들도 자기 소유 토지 주변 개발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의정 활동을 펼친 사실이 다수 확인됐다. 국회의원이 자기 지위를 활용해 공공기관 및 대기업을 상대로 채용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권익위 법만으로 안 된다”

3월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제도 입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스1]

3월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제도 입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면서 관련 입법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번엔 국회에서도 법 제정을 무산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나누고자 8월 초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변호사 출신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시민사회에서 활발히 진행하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운동에 앞장서는 인물이다. 그는 “이 기회에 반드시 국회의원 이해충돌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익위가 현재 제정을 추진하는 법은 모든 공직자를 적용 대상으로 한다. 국회의원도 당연히 이에 포함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회의원은 행정부 공무원에 비해 직무 범위가 포괄적이다. 또 재산 관련 이익 추구를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 충돌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당선 전 재직한 단체나 자신이 속한 직역 등에 유리한 방식으로 의정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국회의원의 직무 성격과 지위를 고려해 국회법, 국정감사법 및 국정조사법의 법률 개정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한 국회 규칙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박 교수의 확고한 생각이다. 그에게 구체적 질문을 던졌다. 

- 이해충돌이 뭔가. 

“간단히 말하면 공사(公私) 구분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는 국민의 위임을 받아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 공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러나 공직자라도 사적 이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공사 구분을 잘 못하면 부정부패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여러 선진국은 이를 막고자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상황, 즉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예방 장치를 마련해뒀다. 우리도 법으로 이런 규정을 마련하자는 게 이번 입법 논의의 핵심이다.” 



- 부정부패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부적절한 행동 자체를 못 하게 하자는 건가. 

“그렇다. 현재는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에 부동산을 매입하고, 그 근처 지역 개발을 추진해도 문제 삼기 어렵다. 언론 등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 국회의원이 오히려 ‘이게 위법이냐’고 맞서기도 한다. 그러나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행위를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국회의원은 개발 정보를 가장 잘 알 수 있고, 관련 기관 보고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지역 개발을 추진한다면서 사익까지 챙기면 어떻게 되겠나. 개별 공직자 나아가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가 깨진다. 이를 막고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필요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해충돌 상황 그 자체가 부패행위는 아니다. 이해충돌이 반드시 부패행위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해충돌 상황을 방치하면 ‘공공정책 결정의 합법성, 공평성, 공정성’ 등에 대한 국민 신뢰가 깨진다. 이것이 민주 정부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니 사전에 막자는 것이다.”


“의무만 있고 세부 조항이 없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3월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제도 입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3월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제도 입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 다른 나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나. 

“미국이 1978년 ‘정부윤리법’을 제정하는 등 세계 각국이 관련법을 갖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05년 ‘이해충돌방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회원국에 관련 제도 마련을 권고했다.” 

- 우리나라에는 관련 규정이 아예 없나. 

“그건 아니다. 헌법 제46조가 국회의원의 청렴 의무를 규정한다. 이외에도 공직자윤리법, 부정청탁금지법, 부패방지법 등에 여러 규정이 있다. 특히 공직자윤리법은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 방지를 목적 조항에 명시했다. 이 법 제정 당시 입법자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실효성을 가지려면 의무를 규정하는 데 그치면 안 된다. 그것을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 위반 시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 등에 대한 규정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엔 의무밖에 없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공직자윤리법에 있는 주식백지신탁에 대한 규정을 보자. 2005년 이 조항이 생겼다. 국회의원 등 일정한 직위 이상 공직자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3000만 원을 초과하는 상황에 대해 규율한다. 해당 주식이 직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별되면 공직자는 즉시 주식을 팔거나 또는 금융기관에 ‘관리·운용·처분 권한 일체를 위임’(백지신탁)해야 한다. 이해충돌을 막고자 만든 법률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의무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진선미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된 후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진 의원의 주식 보유가 문제가 됐다. 그가 직무관련성 있는 주식을 3000만 원 이상 보유하고도 반년 넘게 심사를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진 의원은 당시 “몰랐다”고 사과하며 “이 실수를 계기로 제도 변화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후 변화가 생겼을까. 아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올 7월에야 관련 규정 위반에 대한 징계 기준을 만들었다. 주식백지신탁에 대한 법이 만들어진 지 14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수많은 국회의원이 직무 관련 주식을 과다하게 보유하고도 처벌을 피했다.”


“부동산을 그냥 두면 안 된다”

- 여전히 이 문제를 잘 모르는 국민이 많을 것 같다. 

“그게 문제다. 지금까지는 특정 업체 주식을 가진 국회의원이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법안을 발의하고, 국정감사를 하고, 예산 심사를 해도 처벌받지 않았다. 물론 철저히 공익적 관점에서 모든 업무를 수행한 국회의원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상황에서는 주식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행위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막는 게 국회의원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이 빨리 나서서 제도를 정비해주면 좋겠다. 현재 관련 규정조차 없는 국회의원의 부동산 보유 문제에 대해서도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 

- 부동산은 뭐가 문제인가. 

“관련 통계를 보면 우리 국민 재산의 약 70%가 부동산이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을 재산 증식 수단으로 이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보유만 문제 삼고 부동산을 풀어준 건 큰 문제다. 국회의원은 지역 개발 관련 정보를 일반인보다 쉽게 취득할 수 있다. 의정 활동을 통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 직무관련성 있는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는 건 대표적 이해충돌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하나. 

“부동산 재산 변동 내역 실시간 등록, 보유 부동산 백지신탁 등을 제안한다. 이 중 전자는 지금 당장도 실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권리관계 변동이 등기부등본에 공시된다. 그 내용을 재산등록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등록하게만 하면 된다. 지금은 공직자가 매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재산을 등록한다. 9월에 부동산을 매입해 12월 31일 전에 팔면 어떻게 되겠나. 취·등록세와 차익에 대한 양도세 등 세금은 내겠지만, 국민이 국회의원의 재산 변동 사항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개발예정지에 땅을 사고, 국회 상임위 등에서 해당 지역 개발을 강력히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둘 사이의 관련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국회 의사록은 실시간 공개된다. 이에 더해 부동산 재산 변동 내역까지 실시간 공개하면 국민은 국회의원 재산과 의정 활동 사이 상관관계를 즉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부동산 관련 이해충돌을 막는 유용한 통제 수단이 될 것이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조카 등이 2017년 매입한 목포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검찰은 6월 손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뉴스1]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조카 등이 2017년 매입한 목포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검찰은 6월 손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뉴스1]

- 부동산 백지신탁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국회의원이 재임 중 직무 관련 부동산으로 재산을 증식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큰 틀은 이렇다. 첫째 국회의원이 되면 본인 및 일정 범위의 친인척이 소유한 부동산을 모두 금융기관에 신탁한다. 둘째, 직무관련성 심사를 통해 직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별된 부동산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해당 수익은 전액 국고에 귀속한다. 구체적 내용은 논의를 통해 만들어가야겠지만, 이런 제도가 생기면 국회의원이 지역개발 공약 등을 통해 사적 이익을 챙긴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 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논란이 일지 않겠나. 

“이미 주식백지신탁제도가 도입, 운영되고 있다. 부동산 또한 같은 내용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 관련 제도를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한 가지 더 제안할 게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 퇴임 후 5년까지 재산 변동 내역을 등록하게 하자는 것이다. 현재 공직자는 재임 중에만 재산을 등록한다. 공직 퇴임 후 재산의 증감에 대해서는 국민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은 영향이 장기간 지속된다. 퇴임 후 재산상 이득을 얻게 될 만한 정책을 재임 중 추진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재산등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동산 재산 변동 내역 실시간 등록 △소유 부동산 백지신탁 △퇴임 후 5년까지 재산 등록 등의 제도를 마련하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지금보다 크게 높아질 것이다.” 

- 이외에 추가한다면? 

“권익위가 마련한 이해충돌방지법안에는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것’에 대한 규제 내용이 있다. 이 조항 규제 대상을 직무 관련 정보까지 확대하면 좋겠다.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경우에는 형사처벌 사유로 삼고, 비밀이 아닌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때는 과태료 부과나 징계 사유가 되도록 세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손혜원 의원 사건을 보자. 현재 가장 뜨거운 쟁점이 뭔가. 목포 지역 개발사업 내용이 비밀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여부다. 검찰과 손 의원 측이 이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다투고 있다. 

형법적 관점에서는 ‘비밀성’을 인정하는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공직자의 재산 증식을 처벌하려 해도 ‘비밀’이라는 장벽에 막혀 무산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안의 입법 취지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애초에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드는 건 공직자가 업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구성 요건을 ‘직무상 비밀’로 정할 필요가 없다. ‘직무 관련 정보’로 바꾸면 이해충돌 상황을 좀 더 폭넓게 규율할 수 있게 된다.”


“민주 정치의 기본은 국민 신뢰”

- 이해충돌 방지에 대한 의지가 매우 확고한 듯 보인다. 

“민주정치의 바탕은 국민 신뢰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처벌에 대해서도 한마디하겠다. 현재 권익위가 내놓은 법률안은 위반 시 제재 규정이 과태료 중심으로 돼 있다. 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이해충돌 제한 및 금지 규정 위반자를 벌금 또는 실형으로 좀 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제도를 다양하게 만들어왔다. 하지만 대부분 의무를 규정하는 데 그치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위반 시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의무 위반이 적잖이 발생한 게 사실이다. 최근 이에 대한 국민 불만이 매우 높다. 공직자의 직무 활동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려면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회의원의 지위와 직무 특수성을 반영한 강력한 통제 장치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이해충돌방지법을 새로 제정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국회법, 국정감사법 및 국정조사법 개정 등을 폭넓게 추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신동아 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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