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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조국과 ‘철옹성 386’의 위선을 비토하다

“386, 아랫세대 성장 억압… 최고위직 장기독점”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2030, 조국과 ‘철옹성 386’의 위선을 비토하다

  • ● “도덕적 우월감 가득 찬 세대의 숨은 이면”
    ● “민주화 과실 독차지, 정답 정해놓고 청년 훈계”
    ● “‘대의 위해 ‘우리 편’ 치부 문제없다는 심리”
    ● “대학생 절반, 청년 성공요인 1순위 부모의 재력”
    ● “정치 허무주의 빠진 20대, 한국당에도 표 안 던질 것”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컨버전스 뉴스랩(News-Lab)입니다. '사바나' 기자들은 모두 밀레니얼 세대에 속합니다. 커보니 ‘취업이 바늘구멍’이 돼버린 경제 현실을 목도했습니다. ‘우리 때만큼 노력 안 한 탓’이라는 윗세대의 ‘꼰대질’도 감내했습니다. 이제는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 삼아 윗세대가 ‘불편할 법한 이야기’를 꺼내놓으려 합니다.


서울대 재학생 및 동문들이 9월 9일 서울대 아크로폴리스에서 총학생회 주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열고 이날 취임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서울대 재학생 및 동문들이 9월 9일 서울대 아크로폴리스에서 총학생회 주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열고 이날 취임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2002년 작(作) ‘생활의 발견’은 두고두고 회자될 대사를 남겼다. “우리가 인간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 조국(54) 신임 법무부 장관은 이 대사를 미세하게 변주해가며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그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시절이던 올 5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18 폄훼 망발을 일삼는 자들, 정략적 목적과 이익을 위하여 그런 악행을 부추기거나 방조하며 이용하는 자들에게 이하 말을 보낸다”면서 “사람 되기는 힘들어도 괴물이 되진 말자”고 덧붙였다. 

이튿날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조 수석에게 “사람 되기는 힘들어도 자신의 허물을 보지 못하는 괴물은 되지 말자”며 말을 되돌려줬다. 

조 장관이 2011년 출간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는 아예 ‘사람 되기 어려워도 괴물은 되지 말자’라는 제목의 글이 등장한다. 조 후보자는 글에서 드라마 ‘추노’의 등장인물을 지칭하며 “권력의 살수(殺手)가 되어서라도 승자의 반열에 오르려는 황철웅, 어쭙잖은 완장을 차고서 윗사람에게 아부를 행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오 포교(捕校) 등은 모두 우리의 안과 밖에 존재한다”고 썼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8월 17일 공개질의서를 통해 “조국에게 솔직히 묻는다. 당신이 괴물 아닌가? 당신이 황철웅, 오 포교가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괴물은 되지 말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월 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월 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괴물은 되지 말자’라는 대사는 386세대의 망탈리테(mentalité·집합적 무의식의 총체)를 드러낸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마음의 사회학’을 통해 이 대사의 감수성이 “386세대적”이라고 평하면서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시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다소 우울하게 냉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홍상수의 영화 제목이 방증하듯 기성세대가 된 386세대는 역사와 대면하지 않고 생활(일상)에 허덕이며 산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진보주의자’이고 싶다. 하지만 적극적인 실천에 나설 의향은 없다. 이럴 때 ‘괴물’이 마법의 알리바이 노릇을 한다. 평소 소시민으로 살아도 ‘괴물’이 모습을 드러낼 때는 총결집해 ‘바리케이드를 치자’는 것이다. “괴물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한강에 출몰한 괴수이건 무참한 복수의 화신들이건 사이보그이건”(앞의 책 中) 말이다. 

체질적으로 우파면서 입으로는 좌파를 외치는 386세대가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조 장관이 2010년 출간한 ‘진보집권플랜’에 ‘정치 진보·생활 보수 ‘386의 딜레마’’라는 제목의 소챕터가 들어간 까닭 역시 이런 저간의 사정과 무관치 않다. 그는 2010년 12월 6일 ‘경향신문’ 인터넷판에 실린 인터뷰에서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이를 두고 “이쯤 되면 인간적인 중도좌파”라고 미화했다.
 
‘괴물’이 출몰했다고 여겨서일까. 조 장관 연배인 여권 주류는 ‘조국 사수’에 공세적으로 나섰다. 이러자 조국 사태는 담론전쟁으로 비화했다. 특히 ‘반듯한 아버지’ 발언을 둘러싼 갈등은 20대와 386세대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변상욱(60) YTN 앵커는 8월 24일 자유한국당 주최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저는 조국 같은 아버지가 없다. 그래서 용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청년을 두고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수구 꼴통) 마이크를 잡게 되진 않았을 수도. 이래저래 짠하다”고 말했다. 

1984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변 앵커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고문은 사라져야 한다’는 방송 리포트를 내보내 명성을 얻었다. 이후 CBS 보도국장과 부산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CBS에서 정년퇴직한 후에는 YTN에서 뉴스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우리 편의 ‘작은 치부’

그는 2019년 2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YTN행을 택한 이유로 “YTN에 부채 의식이 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급작스럽게 퇴보했는데 첫 번째 희생타가 YTN이었다”고 말했다. 요직인 방송사 앵커로 자리를 옮겨 경력을 연장한 셈인데 마치 ‘민주화운동’에 나서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 변 앵커가 보는 ‘괴물’은 자유한국당과 그 전신 등 보수 야권으로 풀이된다. 

386세대인 공지영(56) 작가는 5월 21일 트위터에 “나는 조국을 지지한다” “온갖 적폐의 원조인 자한당이 마치 정의의 이름인 척 단죄하려 든다”고 썼다. 이틀 후 공 작가는 “야당들은 국적이 다르니 한국 국민들끼리 청문회 대찬성”이라고 재차 썼다. 역시 386세대인 안도현(58) 시인은 5월 19일 트위터에 “물어뜯기는 조국보다 물어뜯으려고 덤비는 승냥이들이 더 안쓰럽다”고 썼다. 친여 386세대 문인들에게 ‘괴물’ 혹은 ‘승냥이’는 야당과 ‘일부 언론’이다. 

이들에 앞서 김의겸이 있었다. 386세대 학생운동권 출신인 김의겸(56)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로 논란이 불거지자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대변인이 보기에 ‘유전자부터 다른 괴물’은 ‘민간인 사찰’을 ‘일삼던’ 보수 야권일 것이다. 극단적인 도덕적 우월감이자 가늠하기 힘든 선민의식이다. 

386시대를 대표하는 유시민(60)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8월 29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대 촛불집회를 두고 “집회가 사실상 물반 고기반”이라며 “순수하게 집회에 참석한 학생이 많은지 집회에 나온 사람들을 보러 온 자유한국당 관계자가 많은지 확인할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이틀 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대학생들도 생각해봐야 한다. 촛불 들었다고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청년들을 훈계했다. 

조국, 변상욱, 공지영, 안도현, 김의겸, 유시민 여섯 사람은 민주화의 상징자본을 점유한 채 입장이 다른 이들을 낙인찍고 조롱한다. 그러면서 이를 정당한 비판이자 풍자라고 간주한다. 

386세대 진보 주류의 이 같은 냉소를 두고 청년층을 대변하는 몇몇 인사는 재반박한다. 1982년생이자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진보 386이 꼰대가 됐다. 대의(大義)를 위해 ‘우리 편’의 작은 치부 정도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심리”라면서 “상대가 괴물이니 우리가 이 정도의 괴물이 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2030세대의 분노에 더 불을 지폈다”고 꼬집었다.


신화의 파괴

변 앵커가 ‘수꼴’로 폄훼한 인물은 청년단체 ‘청사진’의 백경훈 공동대표다. 백 대표는 1984년생으로 전북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그는 변 앵커의 발언을 전해 듣고 “화도 났고, 무엇보다 도덕적 우월감으로 가득 찬 한 세대의 민낯을 봤다”며 운을 뗐다. 

“386세대가 ‘운동한 기간’은 3~4년인데, ‘운동한 이야기를 하는 기간’은 30~40년 같다. 민주화 과실을 독차지하려 했듯, ‘국정농단 촛불집회’ 과실도 독차지하려 한다. 정답을 정해놓고 청년들을 훈계한다. 자신들이 맞서 싸웠던 권위주의와 무엇이 다른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 386세대는 북한과 손잡고 ‘평화통일’로 가야 한다고 정답을 강요한다. 2030은 김정은이 미사일 쏘면 따지기도 하고 ‘밀당’도 하면서 실용적으로 접근하자고 주장한다. 386세대는 이런 청년들의 생각도 ‘반(反)평화’라고 낙인찍는다.” 

청년 세대의 반감은 여론에서도 엿보인다. 중앙일보가 지난 8월 23~24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 당시 후보자 임명에 대한 찬반 여론을 조사한 결과, 20대의 68.6%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고 답한 20대는 16.2%에 불과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이 9월 1~6일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44명 중 476명(73.9%)이 조 당시 후보자의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임명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109명(16.9%)에 그쳤다. 

대학에서 20대를 가르치는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의 설명이다. 

“보수건 진보건 20대가 그간 특정 진영을 더 신뢰했다고 보긴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20대 사이에서도 도덕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부모 세대인 386 진보 명망가들의 발언이나 책은 이를 일정하게 충족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번 사태로 그 신화가 파괴됐다고 보는 것 같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자본의 종류를 경제자본과 상징자본, 문화자본, 사회관계자본으로 나눴다. 한국식으로 나열하면 재산과 학벌, 명예, 고급 취향, 인맥이다. 자녀로의 계급 재생산은 이를 골고루 경유해 이뤄진다. ‘조국 일가’는 ‘황금의 축’을 넘치게 갖춘 특권 계급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이와 같은 세간의 시선을 두고도 “조국만큼 모든 걸 가질 수 없었던 소위 명문대 출신이 많은 기자들이 분기탱천했다”고 비꼬았다. 

실상은 조 장관뿐 아니라 386세대 전체의 권력 자원이 막강하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근작 ‘불평등의 세대’에는 ‘386 독점 체제’를 증명하는 적나라한 통계가 여럿 등장한다. 이 교수는 1998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총 연인원 9만3000여 명의 분포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1960년대 출생 세대가 100대 기업 이사진에서 차지한 비율은 9%였다. 10년 뒤 이 비율은 60%로 치솟았다. 이는 1950년대 출생 세대의 같은 시기별 임원 비율과 비슷하다.


아웃사이더 콤플렉스

8월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가수 싸이의 노래 ‘아버지’의 가사를 일부 인용해 여러 의혹이 연이어 불거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간접 비판한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뉴스1]

8월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가수 싸이의 노래 ‘아버지’의 가사를 일부 인용해 여러 의혹이 연이어 불거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간접 비판한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뉴스1]

문제는 그다음 2010년대다. 이 교수는 “2017년 자료를 보면 한 세대가 그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연공제 패턴이 무너지기 시작한다”고 썼다. 1960년대 출생 세대는 2010년대 후반에 이르러 100대 기업 이사진의 72%를 점한다. 이는 2010년대 초반 60%보다 몇 년 사이에 크게 늘어난 수치다. 반면 2017년 벌써 40대 중·후반에 다다른 1970~1974년 세대가 이사진에 진입한 비율은 9.4%에 그친다. 이 교수는 “그 이전 세대들이 50대 초·중반에 최고 점유율을 찍고 50대 후반부터 급속히 뒤로 물러나는 데 비해 1960~1964년 출생 세대는 수위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고 했다. 

여의도는 범(汎)386의 독무대다. ‘불평등의 세대’에 따르면 2016년 총선에서 50대 386세대는 524명의 입후보자를 내 역사상 가장 높은 입후보자 점유율(48%)을 기록했다. 같은 총선에서 50대와 60대 당선자 구성비는 83%에 달했다. 반면 40대 당선자 비율은 17%로 역대 최하위다. 30대는 단 2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세대 간 소득 불평등도 가시화됐다. 이 교수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가구소득’을 통해 추산한 바에 따르면 386세대는 이미 1998년을 기점으로 전체 소득의 34%를 벌어 1950년대 출생 세대를 앞질렀고 이후 17년 동안 수위를 지켰다. 시대적 운에 따라 가져가는 몫도 달랐다. 2007년에 44세였던 1963년생의 월 소득은 15년 전에 비해 71.7%가 올랐다. 2016년에 44세가 된 1972년생은 15년 전보다 21.3% 오른 월 소득을 벌었다. 

이 교수는 “데이터를 합산하면 386세대는 근 20년에 걸쳐 한국의 국가와 시장의 수뇌부를 완벽하게 장악했고, 아랫세대의 성장을 억압하며 정치권과 노동시장에서 최고위직을 장기 독점하고 있다”고 썼다. 

김정훈 CBS 기자, 심나리 전 CBS 기자, 정치인 김항기 씨가 ‘386 세대유감’에서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을 활용해 추산한 바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1960년대생의 평균 소득은 758만5000원이었다. 이는 당시 한국의 1인당 GDP 대비 120.3% 수준이다. 사회초년생 때 이미 GDP를 적잖게 웃도는 돈을 벌어들였다는 뜻이다. 반면 1980년대생의 20대 후반 연소득은 2151만 원으로 같은 기간 1인당 GDP 대비 77.9%에 불과했다. 

같은 책에 따르면 386 세대가 20대 후반일 때 실업률은 3.5%였다. 반면 1980년대생의 20대 후반 평균 실업률은 9.2%다. 1990년대생은 디스토피아 앞에 서 있다. 8월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7월 15~29세 청년층 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만6000명 늘었다. 청년실업률은 9.8%까지 치솟았다. 

그렇다 보니 청년층은 수저계급론에 좌절하고 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2017년 한국, 중국, 일본, 미국 4개국 대학생 각 1000명씩 총 4000명을 대상으로 ‘귀국에서 지금 청년들이 성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입니까’를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재능, 외모, 성격, 노력, 부모의 재력, 인맥, 우연한 행운 중 3순위까지 고르는 방식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의 50.5%는 청년의 성공요인 1순위가 부모의 재력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조사 결과를 ‘나라경제’ 2018년 3월호에 소개하면서 “수저계급론적 사고는 다른 3개국 대학생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중국과 일본 대학생은 재능을, 미국 대학생은 노력을 1순위로 꼽았다. 다수의 한국 대학생이 꼽은 청년의 성공 요인 2순위는 인맥이었다.


훈계하는 투사

김 교수는 “명문대 입학은 갈수록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의 차지가 돼가고, 그런 고등학교에 가려면 아주 일찍부터 치밀한 선행학습 사교육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정석처럼 여겨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수가 고등학생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리는 세태, 불평등과 격차를 비판하지만 자녀 입시를 위해서 대치동에 집을 구하는 세태가 우리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마치 ‘조국 사태’를 예견한 듯한 표현이다. 조 장관은 ‘스스로 무슨 수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금수저’가 맞다”고 답했다.(9월 2일 기자간담회 중) 

386세대는 네트워크를 꾸리는 데도 발군의 실력을 갖췄다. 이때도 ‘민주화’가 소환된다. 야당 중진의원실 소속 한 보좌관은 “386을 엮고 있는 네트워크 중 하나가 각 대학 ‘민주동문회’다. 민주화 투쟁을 함께 했다는 자의식으로 총동문회와 자신들을 구별짓는다”면서 “이를 통해 범여권과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고리가 형성됐는데도 자신들이 학벌 네트워크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보좌관은 1970년대 출생이다. 

즉 한국 사회는 부와 권력, 명예, 인적 네트워크를 두루 갖춘 386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을 훈계하고 선동하며 때로는 손가락질하는 곳이다. ‘한겨레’에서 부국장과 논설위원 등을 지낸 김의겸 전 대변인은 25억7000만 원짜리 상가주택을 10억 원의 은행 대출을 통해 사들이다 구설에 오르자 청와대를 떠났다. 그러면서 그는 청년 세대인 언론계 후배 기자들에게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 번만 의문을 달아주시기 바란다”며 마지막까지 훈계를 아끼지 않았다. 

386세대는 자신들을 여전히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투사’로 여긴다. 이 저변에 아웃사이더 콤플렉스가 똬리를 틀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국외자로 규정짓는 셈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반(反)조국’ 정서를 두고 “누구든 조국처럼 기득권에 도전한 사람 중에 먼지 안 날 사람만 해라(라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여전히 거악(巨惡)의 핍박을 받고 있다는 과장된 피해의식과 자신들의 모든 행위가 진정성의 발로”라는 착각이 386세대의 감수성을 지배한다. 386세대 정치인들은 “저항, 고발 모드를 고수한 채 ‘싸가지 없는 말’을 유일한 무기로 삼아 일제 치하 독립운동가가 싸우듯 투쟁”(강준만, ‘아웃사이더 콤플렉스’ 중)한다. 자신들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청년 세대를 두고는 “전 정부서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탓”을 문제 삼으며 “괴물이 되지 말자”고 말한다. 상황이 이쯤에 이르면 세대 간 소통의 가능성은 극히 좁아지고 만다.


세대교체냐 反정치주의 심화냐

조국 법무부 장관-장영표 단국대 교수 자녀 인턴 현황. [동아DB]

조국 법무부 장관-장영표 단국대 교수 자녀 인턴 현황. [동아DB]

‘공정경쟁’은 한국인에게 늘 초미의 관심사였다. 조선 시대에조차 “자산이 많고 집안이 유명해도, 일차적으로는 과거시험을 통해 능력을 입증”(이경숙, ‘시험국민의 탄생’ 중)해야 했다. 즉 ‘조국 사태’는 청년뿐 아니라 한국사(史)의 뇌관을 건드렸다. 청년 세대는 좁디좁은 기회의 바늘구멍 앞에서 방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폭풍을 감수하고 조 장관을 임명한 이상 이번 사태는 한동안 정치적 휘발성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한편에서는 조 장관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반감이 보수통합과 세대교체의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병민 교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년 세대가 강한 불만을 표출함으로써 보수통합이 불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다만 여야 공히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낼 그릇을 못 갖춘 게 현실이다. 청년들의 호소에 호응할 수 있도록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대교체 이전에 청년 정치인의 진화가 먼저라는 주장도 있다. 백경훈 대표는 “청년 정치인은 ‘민주화 세대 주니어’도 ‘산업화 세대 주니어’도 지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대안을 내놓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단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년 세대 사이에 ‘반(反)정치주의’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강보라 연구원은 “20대는 세상이 기본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판단한다. 어찌해도 안 바뀐다는 심리도 크고, 20대 전반에 허무주의가 퍼져 있다”며 “20대가 이번 사태 때문에 현실정치에 적극 개입하지는 않을 테고, 한국당에 표를 던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 박사는 9월 9일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당이 ‘천막당사’ 혹은 그 이상의 뭔가를 하지 않으면 20대가 대거 한국당을 찍는 일은 여전히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그들에게 ‘투표를 독려’를 할 염치를 가진 사람이 한국에 얼마나 남았을까?”라고 썼다. 이어 그는 “(조 장관 임명으로) 1987년 이후로 이어져온 개혁파의 명분은 이제 끝났다. 10대, 20대가 그것을 명분으로 인정하지 않는 순간, 87년 체계의 명분은 끝났다”고 덧붙였다.




신동아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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