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귀족 실체 드러난 사건”
“오히려 고맙다, 약 될 것”
부동산 규제하는 투기꾼
‘갑질’하는 을의 대변인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후원자를 자처해왔다. 조국 장관 아들·딸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의혹이 불거진 후 언론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9월 16일 현재).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후 의혹이 쏟아지자 한 원장은 조 장관을 엄호했다.
한 원장은 8월 19일 ‘조국 감상 : 예비전’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A가 묻고 B가 답하는 형식이다. 이 글은 현재 삭제돼 있다.
A : 의혹이 쏟아지는데요. B : 의혹 풍선 불다가 사흘 안 가서 바늘이 다 툭툭 터져버릴 건데요. A : 걱정 안 되나요. B : ‘저거 물건이네’ 하고 조국을 정치 신상품으로 업어가 버리면 내 좋은 친구 하나 멀어질까, 그게 걱정이죠. A : 조국이 대선주자가 될까요. B : 마, 대선소주는 좋아하죠. 언제 같이 한잔해야 하는데….
한 원장은 과거에도 조국 장관을 지원하는 글을 올리곤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다음 날(2017년 5월 11일) 포스팅한 글은 이렇다.
A : 조국의 ‘외모 패권’이 화제랍니다. B : 외모보다 인격과 품위가 반듯한데 그 점에 대한 주목을 방해하죠. A : 국가보안법 위반자란 말도 있다. B : 독재 하 국보법 위반자는 민주화운동 아니었던가요. 서울대에서 교수 뽑을 때 선배 교수들에게 그 점은 아무 문제도 안 됐어요. A : 출세한 건가요. B : 출세는 무슨, 징발된 거지요.
“박원순 시장 딸도 의심스럽다”
[뉴시스]
조 장관, 안 명예교수, 한 원장은 셋 다 고향이 부산이다. 안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가 낙마했으며 한 원장은 조국 장관이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으로 재임할 때 형사정책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세 사람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더하면 ‘참여연대 4인방’이다.
8월 2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조국 딸과 함께 2006년 전과 합격자 중 최저 학점으로 미대→법대 전과 유일 사례인 박원순 딸도 조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조국이 주변 인맥으로 자신의 딸을 엘리트 코스로 만들어주었음을 볼 때, 박원순 딸의 전과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 딸 전과 논란은 8년 전 서울시장 선거 때 제기된 것이다. 미대→법대 전과가 전례가 없는 데다 전과 합격자 41명 가운데 박 시장 딸이 꼴등이었다. 참여연대 인맥 덕분 아니냐는 게 당시 제기된 의혹의 골자다. 한 원장은 당시 “어떤 의혹도 없다”고 일축했으며 조 장관도 “조그마한 문제라도 있으면 나도 사퇴한다”고 했다.
조 장관 아들은 한영외고 재학 시절인 2013년 서울시 청소년참여위원회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박 시장으로부터 활동인증서를 받은 적이 있는데 ‘뻥튀기 스펙’ ‘특혜 스펙’ 의혹이 제기된다. 조 장관 아들은 청소년참여위원회 1차 서류모집에서 탈락한 후 극소수 인원만 지원한 2차 모집에서 합격한 후 전체 19차례 회의 중 15차례 불참했다.
“조국 사태는 몰락을 예견하는 상징”
안 명예교수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일 때 자녀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야당이 ‘고교 징계 감경 및 서울대 입학 전형 특혜 합격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은 이랬다. 안 명예교수 아들이 고교 2학년 때 퇴학 처분을 받았는데 안 명예교수가 교장에게 편지를 보내서 해결했다. 안 명예교수 아들은 결국 특별한 징계를 받지 않았으며 학종(수시)으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다. 박 시장이 설립한 아름다운재단은 고교생이던 안 명예교수 아들을 인터뷰해 선행 내용을 재단 블로그에 싣기도 했다.조 장관이 자녀에게 유리바닥을 깔아주는 과정에는 이렇듯 인맥이 얽히고설켜 있으며 진보 기득권 세력이 카르텔을 형성해 특혜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조국 사태를 두고 ‘한국 사회의 불행이면서 다행’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간 감춰졌던 불편한 진실이 수면으로 떠올라서다. 나는 선(善), 너는 악(惡)이라는 도덕주의로 세상을 나누던 좌파 기득권 세력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1981년생 동양철학자 임건순 씨는 “진보의 민낯을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조국 사태가 사회적으로 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386기득권의 위선이 일으키는 문제는 2030세대가 뭉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기엔 그들이 가진 권력이 매우 강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진경, 공지영, 이외수, 전우용 등 ‘언어 권력’ ‘발화 권력’이 조국을 두둔하는 과정에서 문화 권력의 실체마저 드러났다는 점이다. 조국 사태는 386권력의 몰락을 예견하는 상징이라고 본다.”
조 장관을 두둔한 문화 권력에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945)의 향기마저 난다는 지적도 있다.
‘동물농장’에서 농장주를 쫒아낸 돼지들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고 외친다. 언변에 뛰어난 돼지 스퀼러는 자기들만 사과를 먹고 우유를 마시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돼지들만 우유를 마시고 사과를 먹는 것은 여러분의 이익을 지키고자 함입니다. 돼지들이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존즈(농장주)가 다시 옵니다, 존즈가! 여러분 가운데 설마 존즈가 되돌아오길 바라는 분은 없겠지요?"
‘입’으로만 ‘도덕’ 외치는 僞君子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는 “조국 사태는 진보 귀족의 실체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면서 “대한민국 헌법 11조가 부인한 ‘사회적 특수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을 벼락처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조 장관은 입으로만 도덕을 떠드는 위군자(僞君子)라는 비판도 듣는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지금까지 해온 말과 실제 살아온 삶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젊은이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
조 장관의 2012년 3월 ‘트윗’이 다시금 회자되면서 청년들은 “구름 위는 쳐다보지도 말고 붕어, 개구리, 가재처럼 살라는 것이냐”고 분노했다. 조윗대장경, 조카이캐슬,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같은 조어도 만들어냈다.
문재인 정부는 외고와 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하나 ‘기득권 좌파’들은 “네 새끼는 평준화, 내 새끼는 자율화”다.
조 장관은 아들, 딸을 외고에 보냈다. 상산고 자사고 폐지 결정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승환 전북교육감 아들은 영국 대학입시를 전문적으로 돕는 한 칼리지를 거쳐 2016년 케임브리지대에 합격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두 아들도 외고를 졸업했다. 장휘국 광주교육감 아들은 광주과학고를 졸업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 의원은 “본인들의 자녀는 왜 특목고와 자사고를 가고 싶어 했는지, 본인들은 왜 자녀를 특목고와 자사고에 보냈는지부터 돌이켜보라”고 했다.
“위선의 끝판왕”
조 장관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연구실 컴퓨터 반출을 도운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모 씨는 4차례나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조 장관 부부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에도 동원됐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정 교수가 자신의 신용카드를 주고 김씨에게 하드드라이브를 구해달라고 요청해 3개를 구입했다는 것이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집사 부리듯 이용한 ‘갑질’이다.‘갑질하는 을의 대변인’의 대명사는 민노총이다. 전체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양 구호를 남발하지만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에는 무관심하다. 한국 사회 상위 20%에 속하는데도 약자를 자처하며 기득권을 지킨다. 전교조, 공무원노조도 사정이 비슷하다.
조 장관 일가는 서울과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3채를 가족끼리 매매했으며 짧은 기간 주소지를 옮기는 ‘단기 위장전입’을 6차례나 했다. 매매예약(부동산 가격이 요동칠 때 매물을 일단 잡아두는 것) 같은 희귀한 방식도 동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규제하는 투기꾼”이라는 말도 회자된다.
장하성 주중대사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일하던 2018년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모든 국민이 굳이 강남에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강남에 사는 게 언감생심인 이들이 받을 상처는 생각조차 안 한 ‘공감 능력’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장 대사는 송파구 아파트를 비롯해 재산이 104억 원에 달한다.
‘부동산 규제하는 투기꾼’은 한둘이 아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관사에 들어간 후 16억 원가량 빚을 내 흑석동 상가에 25억 원을 ‘몰빵’했다.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면서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던 2018년 7월의 일이다. 투기를 따끔하게 꾸짖은 한겨레 기자 시절 칼럼은 ‘조윗대장경’처럼 ‘글빚’이 됐으며 ‘위선의 끝판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손혜원 의원은 6월 부패방지법과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목포시청 관계자에게 보안 자료인 '도시재생 사업계획'을 넘겨받아 남편과 지인 등에게 14억 원 상당 부동산을 매입하도록 하는 등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손 의원 조카가 소유한 게스트하우스 ‘창성장’도 차명 부동산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손 의원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귀족과 평민은 계급의 문제”
윤평중 교수는 “조국 사태는 대한민국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게 아니라 신분제 사회라는 점을 드러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귀족과 평민은 계급의 문제다. 사회적 특수 계급이 사다리를 걷어찬 게 조국 사태의 본질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사회에 득이 될 것이다. 진보의 도덕성이 소멸했다. 명백한 잘못을 진영 논리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이 자기학습을 하고 있다. 태극기부대와 이른바 ‘문빠’ ‘조빠’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똑같으며 적대적 공생을 한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