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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노골적 광고에 손 못 대는 진짜 이유

규제 공백 ‘악용’에 청소년 흡연율 ‘빨간불’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전자담배 노골적 광고에 손 못 대는 진짜 이유

  • ● 신기술 적용 제품이라 관련 법률 모호·미비
    ● SNS에 규제 허점 노린 광고 봇물
    ● 전자담배 도입 정부 늑장 대응
    ● 업계 “경쟁 과열, 하루빨리 규제 만들어야”
미국 액상형 담배 ‘쥴’ 출시일인 5월 24일 서울 한 편의점에서 쥴 담배의 액상 ‘팟’을  판매하고 있다. [뉴스1]

미국 액상형 담배 ‘쥴’ 출시일인 5월 24일 서울 한 편의점에서 쥴 담배의 액상 ‘팟’을 판매하고 있다. [뉴스1]

“우리는 관련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합니다.” 한국 시장이 어느새 글로벌 전자담배 브랜드들의 격전지가 된 분위기다. 담배업계는 한국 시장이 소비자 사이에 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고, 상품에 대한 피드백도 빠르다고 입을 모은다. 덕분에 아시아권 진출 거점으로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2년 전 국내 전자담배 시장을 흔들었던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를 시작으로 BAT코리아의 글로 시리즈, 쥴랩스의 쥴, JTI의 플룸테크, 죠즈까지 수많은 글로벌 업체가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런데 전자담배 업체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똑같이 강조하는 말이 있다. ‘관련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5월 국내에 진출한 쥴랩스는 기자간담회장에 “쥴랩스는 담배 및 흡연과 관련한 모든 법규를 지지한다”는 문구를 크게 붙여놓기까지 했다. 잘 알려진 글로벌 기업이라면 응당 합법적 방식으로 경영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당연한 말을 너도나도 언급하는 이유가 뭘까.


같은 ‘담배’, 다른 과세 기준

그건 아마도 이들 업체의 경영 방식과 이들이 내놓은 제품이 끊임없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담배는 왜 지속해 논란을 초래하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로는 전자담배 제품들이 그간 없던 기술을 적용해 만든 터라 기존 법을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과세 기준이다.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는 2년 전 아이코스가 국내에 처음 진출했을 때부터 논란을 불렀다. 당시 아이코스 등은 ‘태우지 않는 담배’라는 이유로 전자담배로 분류돼 일반 담배의 50~60% 수준에서 세금을 부과받았다. 



그러자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일반 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 모두 담뱃잎으로 만든 궐련을 사용하는 ‘담배’인데 왜 한쪽에만 낮은 세금을 매기느냐는 주장이었다. 결국 별도 항목을 만들어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을 일반 담배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아이코스가 국내에 진출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 5월, 이번에는 쥴이라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이 들어왔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은 일반 담배의 절반가량이다. 그래서 다시 정부와 국회는 고민에 빠졌다. 

더 큰 문제는 쥴과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에 대한 과세 기준을 신설해도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전자담배 업체들은 지금도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제품이 나오면 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에 담배의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전자담배의 과세 현황과 향후과제’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 

현행 담배사업법에는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흡입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이 때문에 담뱃잎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 또는 화학물질을 인위적으로 결합해 만든 ‘합성 니코틴’을 사용해 제조한 액상형 전자담배 등은 담배에 포함되지 않는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담뱃잎이 들어간 전용 스틱을 전자기기에 꽂아 사용하는 방식의 제품이라 담배에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반면 쥴 등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니코틴 용액을 끓여 수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의 제품이어서 현행법에서는 담배에 포함되지 않는다.


‘흡연 도구’ 광고 부쩍 늘어

[동아DB]

[동아DB]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유사 담배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및 과세 등을 위해서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하는 것으로 규정한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 정의의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담배의 종류를 상세히 규정하는 현행 방식의 경우 신종 담배가 출시될 때마다 법률 개정이 요구되는 만큼 불편을 줄일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 물질이 적은 만큼 더 낮은 세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뱃세는 흡연의 유해성을 염두에 둔 징벌세 성격이 강한 만큼 덜 해로운 담배에는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도 이런 주장에 큰 틀에서는 공감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2년 전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전자담배 세율을 일단 올린 다음 유해도를 검사해서 유해 성분이 낮다면 세금을 다시 낮추자”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업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검사 결과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동의하지 않고 있다. 

결국 전자담배가 얼마나 유해한지에 대한 판단과 함께 담배의 정의, 또 그에 따른 과세 기준에 대한 논의까지 각각의 명확한 ‘답’이 나올 때까지는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과세 기준에 대한 논란 외에 담배 광고 및 판촉 규제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이 역시 전자담배라는 ‘신종’ 제품의 등장으로 현행 규제의 한계가 드러난 경우다. 

담배는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만 광고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그동안 방송이나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제품 광고를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SNS는 물론 길거리에서도 쉽게 ‘담배’ 광고나 마케팅 행사를 접할 수 있게 됐다. 갑자기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여전히 ‘일반 담배’를 SNS 등에서 광고하는 경우는 없다. 대신 흡연할 때 쓰는 도구인 ‘전자담배 기기’ 광고가 부쩍 늘었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은 기기만 홍보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없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BAT코리아는 최근 ‘글로센스’라는 액상 전자담배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공격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루피와 나플라 등 유명 힙합 가수를 동원해 관련 뮤직비디오를 만들 정도로 적극적이다. 

글로센스는 니코틴이 포함된 전용 카트리지인 ‘네오 포드’를 기기에 꽂아 흡연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광고에서 모델들은 네오 포드만 쏙 뺀 기기를 손에 들고 있다. 

물론 이게 불법은 아니다. 담배를 꽂아 쓸 수 있는 기기를 광고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 광고는 누가 봐도 담배 광고다. 

이 밖에도 플룸테크라는 신제품으로 국내에 진출한 JTI코리아나 담배 기기 판매 업체 죠즈 등의 홍보 영상 역시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JTI의 경우 담뱃잎이 들어 있는 캡슐 등을 포함한 영상을 성인인증 없이 볼 수 있게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JTI는 부랴부랴 해당 영상을 성인들만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렇다면 이런 광고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있다. 사실 정부는 지난 5월 전자담배 기기 역시 아무 데서나 광고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금연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전자담배 흡연 시 사용하는 ‘흡연 전용기구’에 대해서도 광고 및 판촉행위 금지, 경고 그림 및 문구 부착 의무화 등을 2020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업체 제재할 방법 없어”

5월 27일 서울 한 편의점에 KT&G ‘릴 베이퍼’ 광고가 부착돼 있다. [뉴스1]

5월 27일 서울 한 편의점에 KT&G ‘릴 베이퍼’ 광고가 부착돼 있다. [뉴스1]

그런데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규제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업체들의 기기 홍보 행위에 대해 구두 등의 방식으로 자제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제재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규제 공백 기간에 담배 업체들이 너도나도 곳곳에서 광고와 판촉행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정부가 규제를 만들기 직전인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듯이 말이다. 

이 업체들이 입장을 밝히며 하는 말 역시 “우리는 국내법과 규정을 준수한다”라는 말이다. 앞서 BAT코리아는 지난 8월 글로센스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담배 마케팅은 절대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에서는 거짓말이 아니다. 

이처럼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세금을 덜 내려 하거나 규제 공백을 ‘악용’해 무리하게 광고 행위를 하는 업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전자담배 업체들이 이렇게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게 현행법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늑장 대응을 한 정부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쥴의 경우 지난 2015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미국 전자담배 시장점유율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유명세를 떨친 제품이다. 물론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었다. 특히 쥴이 국내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 형평성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쥴’ 등 액상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높아질 경우 그만큼 대규모 세수 손실이 예상된다. 

전자담배 기기에 대한 광고 및 판촉 규제가 없었지만 손놓고 있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건 최근 들어서다.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의 홍보 활동도 치열해졌다. 국내에 전자담배가 들어온 지 2년이 넘은 점을 고려하면 충분했던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제 하루빨리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할 때다. 손놓고 있다가는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자칫 청소년 흡연율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전자담배로 인해 청소년 흡연율이 높아져 관련 규제를 손보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하루빨리 규제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

이번 참에 담배 관련 규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령 담배 소매점 즉 편의점 가판대 등에 있는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SNS나 길거리에서 하는 홍보를 규제한다 하더라도 청소년들이 편의점에서 쉽게 광고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매점 내 담배 광고 금지 방안을 담은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일반 궐련 담배만 있을 때는 규제가 명확하다 보니 논란이 벌어질 일이 없었다”며 “전자담배로 인해 시장이 급변하면서 나타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봐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업계 내에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가 하루빨리 명확하면서도 합리적인 규제를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아 2019년 10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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