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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동체 3人’ 이재명-정진상-김용 15年 풀스토리

‘功臣’ ‘忠臣’ 수감됐는데 李는 부끄러움 없다?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정치공동체 3人’ 이재명-정진상-김용 15年 풀스토리

  • ● 분당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으로 가까워지다
    ● 위례·대장동 사업 1등 공신, 김용
    ● 얼굴 없는 성남시 권력자, 정진상
    ● 중요 결정은 정진상 통해야
    ● 김만배, 김용 시의원실 집처럼 드나들어
    ● 대장동 4인방 ‘의형제’ 결의
    ● 배신인가, 소신인가… 유동규의 변심
    ● 거대 야당 당수 이재명의 빛과 그림자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동아DB]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동아DB]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1년 10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친소(親疏)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관계자다. 당시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은 측근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자신은 대장동 의혹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측근으로 인정한 정진상·김용 두 사람은 현재 미결수로 수감돼 있다. 검찰은 2022년 11월 9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시기인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 정모 변호사와 공모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을 주도한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내 분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일컬을 만큼 가까운 사이다.

김 전 부원장 구속 열흘 뒤인 2022년 11월 19일에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됐다. 법원은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 9일 정 전 실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3년부터 7년여간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2억4000만 원 뇌물을 받고 428억 원을 김용 전 부원장, 유동규 전 본부장 등과 나눠 받기로 한 혐의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표가 경기 성남시에서 변호사 활동할 때부터 사무장으로 곁을 지켰다. 이 대표는 심복 격인 정 전 실장이 기소되자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김용의 相扶相助

2009년 8월 26일 성남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세미나’ 모습. 왼쪽 세 번째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성남데일리]

2009년 8월 26일 성남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세미나’ 모습. 왼쪽 세 번째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성남데일리]

검찰은 공소장에서 김 전 부원장을 직업 정치인이라고 표현했다. 성남시에서 두 차례나 시의원을 지냈으며 2019년 12월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한 전력이 있다.



김 전 부원장이 이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정치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성남시에서 인연을 처음 맺은 때는 2008년이다. 김 전 부원장은 ‘분당 매화2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은 ‘분당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협의회장’을 맡고 있었다. 이 대표는 이즈음 성남시장 선거를 출마를 준비했으며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공약 중 하나였다.

이 대표와 김 전 부원장은 관심사가 같다 보니 빠르게 가까워졌다. 성남시 건축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리모델링 관련 법률 자문을 해주면서 두 사람이 친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0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이 대표는 성남시장 선거에 나섰고,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김 전 부원장은 리모델링 일을 내려놓고 열정적으로 이 시장과 자신의 선거운동을 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14년 재선에 성공하며 8년간 시의원을 지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연구원장이 서로 도왔다고 본다. 김 전 부원장 공소장에는 “김용은 유동규와 함께 리모델링 추진위원장들을 규합해 이재명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는 등 당선에 일조했다”며 “김용은 이재명의 도움으로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성남시의원에 당선됐다”고 적혀 있다.

성남도공 설립 ‘공신’ 김용

시의회 입성 이후 김 전 부원장은 성남 위례 신도시 개발사업에 적극 관여했다. 위례 신도시 사업은 2013년 말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A2-8 블록(6만4713㎡)에 아파트 1137가구를 공급·분양한 사업이다. 2015년 시행된 대장동 재개발사업과 구조가 흡사해 “대장동 예행연습의 장이 아니었느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은 2012년 6월 5일 제184회 성남시의회 본회의에서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과 관련해 “집행부와 의회가 협력해 성공시켜야 할 숙원사업”이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 정파적인 이익을 당론으로 정책의 찬반을 결정하는 문화가 이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데는 배경이 있다. 대장동·위례 개발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시의회의 반대였다. 민관 합동 방식으로 개발하려면 시 차원의 공기업이 필요했다. 성남시는 조례를 개정해 성남시설관리공단을 성남도공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반대가 거셌다. 성남도공 설립 반대를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당론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시의회 관계자는 “당시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대장동을 재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성남도공이 설립되면) 시장과 그 측근들이 재개발사업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고 말했다. 전체 의원 34명 중 19명이 새누리당 의원이었고,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명에 그쳤다. 의석 구조로만 보면 성남도공 설립은 불가능했다.

성남도공 설립 문제를 해결한 인물이 바로 김 전 부원장이다. 2013년 2월 성남시의회 제193차 본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성남도공 설립 조례안을 표결에 부치는 것조차 반대했다. 표결을 보류하고 더 논의하자는 주장이었다. 김 전 부원장은 “조례 통과를 무기명 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시의원들에게 당론을 거부하고 소신 투표를 할 기회를 준 셈이다.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은 새누리당 소속 최윤길 시의원이 맡고 있었다. 김 전 부원장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 때 이변이 일어났다. 의장 직권으로 무기명 투표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 중 다수는 표결에 참석하지 않고 회의장을 빠져나왔지만 2명은 자리에 남아 투표에 참여해 성남도공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김만배 얼굴 외울 정도”

이변의 이유는 8년 뒤 밝혀졌다. 최 전 의장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성남도공 설립 조례안 통과 청탁을 받았으며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채용되면서 성과급 40억 원 순차 지급과 8400만 원의 연봉 지급 등을 약속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 유 전 본부장, 최 전 의원은 2013년 2월 28일 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역할을 협의했다”며 “이를 받아들인 최 전 의원이 표결 방법을 무기명 투표로 결정했다”고 명시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은 최 전 시의원이 의장이 되는 데도 도움을 줬다. 2012년 7월 최 전 의원은 시의회 의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으나 이에 불복하고 의장직에 도전했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의장 후보는 박권종 당시 시의원이었다. 이때 김 전 부원장이 민주당 시의원들을 설득해 최 전 의원에게 표를 던지게 했다. 결국 무소속으로 나온 최 전 의원이 시의회 의장이 됐다.

성남시의회 관계자들은 “김 전 부원장이 최윤길 의장 선출 및 조례안 통과 작업을 주도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덕수 시의원은 “2012년 말부터 김만배 씨가 김 전 부원장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었다”며 “바로 옆 사무실인 내가 얼굴을 외웠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의회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 의원실 근처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김만배 씨의 얼굴을 알 것”이라며 “워낙 집처럼 자주 드나들어서 (김 전 부원장의) 친인척인 줄 알았으나, 보도를 보고 (김씨의) 정체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김 전 부원장은 2014년 6월 27일 김만배 씨를 정 전 실장에게 소개하며 유 전 본부장을 포함해 네 명이서 술자리를 가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네 사람은 이 자리에서 의형제를 맺었다. 이후로 김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하게 됐다.

2019년 12월 15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남 분당 글로벌R&D센터에서 연 ‘김용활용법, 세상을 바꾸는 용기’ 출판기념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도지사)가 참석했다. [성남데일리]

2019년 12월 15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남 분당 글로벌R&D센터에서 연 ‘김용활용법, 세상을 바꾸는 용기’ 출판기념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도지사)가 참석했다. [성남데일리]

정치 행보 함께한 ‘충신’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위례 개발사업의 ‘공신’이라면 정 전 실장은 이 대표와 행보를 늘 함께한 ‘충신’이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관계를 ‘정치적 공동체’라고 규정했다.

정 전 실장은 대학 시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에서 활동했다. 1995년 전대협 출신 인사가 다수 활동하는 ‘성남시민모임’에 참여했다. 정 전 실장은 그즈음 처음 이 대표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이 대표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일하며 동고동락했다. 변호사 사무실 이름이 ‘새길’이었는데 이는 정 전 실장이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 노래패 ‘한반도’에서 활동할 때 발표한 앨범 수록곡 이름과 같다.

2005년부터 정 전 실장은 오마이뉴스와 성남투데이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이 대표의 변호사 활동을 기사로 작성했다. 홍보 활동을 통해 이 대표의 정계 진출 준비를 도운 셈이다. 이 대표가 정치권에 뛰어들자 정 전 실장은 지척에서 도왔다. 2010년 시장 선거에서는 선거캠프에서 공보 임무를 담당했고, 당선 뒤에는 성남시청 정책비서관으로 재직했다. 이 대표의 임기가 끝나가고 다음 선거가 찾아오면 정 전 실장은 퇴직 후 선거캠프로 향했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다시 공직으로 돌아갔다.

2017년과 2022년 대선,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이 대표가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정 전 실장은 정책실장, 비서관 등 공직에서 물러났다가 선거 후 다시 임명되며 이 대표의 곁을 지켰다. 검찰은 정 전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이 같은 관계를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공동체가 돼 그가 추진하는 일을 실무선에서 검토하고 실행했다”고 정리했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표를 보좌하며 실무에서는 사실상 전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행태는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 일할 때부터 엿보인다. 성남시 관계자는 “정 전 실장이 성남시 운영 전반에 관여했다”며 “대부분의 안건이 정 전 실장의 검토를 거쳤다”고 말했다.

시의원들이 정 전 실장의 권한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했다. 2011년 2월 15일 제176회 성남시 도시건설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도시건설위원장이던 강한구 시의원(민주당)은 “지금 성남시의 모든 정책이 정책비서(정 전 실장) 그분에 의해 다 결정이 나고 이뤄집니까”라며 “조례라도 하나 올리려면 정책비서에게 가서 검토해 달라고 해야 하고, 반려되면 못 하는 거고”라고 발언했다.

“정진상 얼굴은 모른다”

성남FC 등 시정 밖 분야에서도 정 전 실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증거 및 증언도 있다. 검찰은 2022년 9월부터 성남FC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성남시가 일부 기업에 인허가 특혜를 제공하는 대신 성남FC 후원금을 받고, 그중 일부를 유용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수원지검 형사3부는 10월 4일 2015년 성남FC 대표를 지낸 곽선우 변호사 사무실에서 정 전 실장이 성남FC와 관련해 보낸 e메일 내역을 확인했다. 이 e메일에 정 전 실장이 곽 변호사에게 성남FC에 대해 지시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 관계자는 “성남FC의 당시 구단주는 이 전 대표였지만, 실제로는 정 전 실장이 구단주 역할을 했다”며 “정 전 실장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적이 좋은 감독도 경질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성남시 직원 중 정 전 실장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가 철저히 ‘얼굴 없는 보좌’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의회에서도 그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2012년 2월 17일 성남시의회 회의에서 박권 당시 시의원은 “나는 정진상이라는 사람을 이름은 들어봤는데 얼굴을 모른다”고 말했다.

같은 해 2월 22일 회의에서는 박완정 당시 시의원이 정 전 실장이 시장 수행 업무를 하는 것이 맞느냐고 질문했다. 당시 윤기천 성남시장 비서실장은 “정진상 비서관은 분장상에는 의전 수행으로 돼 있지만 수행을 공식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시에서 꽤 오래 일한 사람도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재명의 빛과 그림자

이 대표가 측근이라고 인정했을 만큼 이재명-정진상-김용 세 사람의 관계는 끈끈했다. 2021년 8월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경기도청 산하 공공기관 노조에서 작성한 ‘부정채용 경기도 공공기관 등’ 자료가 공개됐다. 이 대표의 보은 인사로 추정되는 일종의 ‘낙하산 인사 명단’ 이었다. 이 명단에서도 정 전 실장은 김 전 부원장과 함께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전 부원장에 이어 2022년 11월 19일 정 전 실장까지 구속되자 이 대표가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저의 정치적 동지 한 명이 또 구속됐다”면서 “유검무죄 무검유죄”라고 적었다. 이어 이 대표는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음을 믿는다”고 썼다.

이른바 ‘대장동 비리 드라마’의 주연 배우 중 하나인 유 전 본부장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12월 12일 KBS 인터뷰에서 뇌물의 용처를 일부 드러냈다. 정 전 실장에게 명절 선물비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준 배경 등에 대해 “이 대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 것은 다했다”며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은 내가 다했다”고 말했다. 뇌물로 오간 돈의 용처와 이 대표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에서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도 “빛과 그림자였다고 할 수 있는 정 전 실장이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혼자 독단적으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동아 1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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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2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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